가르침을 헤아리고

많이 배운 자에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행복

무엇인가 

소유한 자들의 고통을 보라

사람이 실로 사람들에게 

묶여 있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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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 사천왕(사진=미디어붓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드물다. 그 이유가 설사 생사를 초탈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그런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생사를 초탈한 이라면 자살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자살 소식을 접한다. 그들의 자살을 폄훼할 의도는 없으나, 적어도 사람들에게 건전한 정신과 행동을 가르치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자살이라면 더더욱 용납되기 어렵다. 

최근 널리 이름이 알려진 한 종교인이 스스로 자신을 몸을 불태워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죽음을 두고 한동안 자살이냐, 피살이냐 온갖 구설이 회자됐다. 설사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해도, 그의 자살을 그를 따랐던 무리들이 이른바 소신공양이니 자화장이니 하며 아무리 미화한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동이나 교훈을 주지는 못한다. 

얼핏 봐도 넋두리 수준을 넘지 못한 이른바 임종게(?)를 보면서, 또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죽음을 보면서 문득 행복과 고통이라는 두 가지 명제가 떠올랐다. 그에게는 무엇인가 많이 소유한 자라는 소문이 자자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우다나> 무짤린다의 품 ‘재가신자의 경(Upāsakasutta)’에 실려 있는, 위 부처님의 시가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시는 부처님께서 사왓티 시의 제따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머무실 때 잇차낭갈라까라는 한 재가신자에게 들려준 시이다. 부처님은 여러 가지 할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법문을 듣지 못했던 잇차낭갈라까를 위해 이 감흥 어린 시구를 읊으신 것이다. 

부처님 재세 당시에는 부처님 앞에서 다섯 가지 학습 계율(五戒)을 수용하고 삼귀의(三歸依)를 서약하면 재가신자가 될 수 있었다. 오계, 즉 다섯 가지 계행은 첫째 살아 있는 생명을 빼앗는 것을 삼간다, 둘째 주지 않는 것을 뺏는 것을 삼간다, 셋째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것을 삼간다, 넷째 어리석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삼간다, 다섯째 곡주나 과일주 등 취기가 있는 것을 취하는 것을 삼간다 등이다. 또 삼귀의는 세 가지 귀의를 의미한다. 그 첫째는 부처님에 대하여 ‘공양 받을 만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추신 님, 바른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이해하는 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신 님, 사람들을 길들이시는 님, 신들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 세상에 존귀한 님’이라고 경험에 근거를 둔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는 것이다. 둘째는 가르침에 대하여 ‘현세에 유익한 가르침이며, 시간을 초월하는 가르침이며, 와서 보라고 할 만한 가르침이며, 열반으로 이끄는 가르침이며, 한 분 한 분 슬기로운 님에게 알려지는 가르침’이라고 경험에 근거를 둔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는 것이다. 셋째는 참모임(부처님의 상가)에 대하여 ‘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참사람의 모임은 훌륭하게 실천하며, 정직하게 실천하며, 현명하게 실천하며, 조화롭게 실천하며, 공양 받을 만하며, 대접받을만하며, 선물 받을 만하며, 존경받을만하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복밭’이라는 경험에 근거를 둔 청정한 믿음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 재세 시에는 재가신자가 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미루어 알 수가 있다. 오계와 삼귀의라는 중요한 서약을 한 재가신자가 단지 일이 바쁘다는 것을 이유로 부처님의 법문 듣기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 부처님께서 진정한 행복과 고통을 주제로 한 시를 들려준 것이니, 이 시 역시 부처님의 대자비심과 연민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구 ‘가르침을 헤아린 자’는 네 가지의 거룩한 진리, 즉 사성제를 실천하여 해야 할 일을 하는 자를 말한다. 

시구 ‘많이 배운 자’는 진리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한 자를 말한다. 배움에는 학습(교학)에 의한 배움과 꿰뚫음(수행에 의한 깨달음)에 의한 배움 두 가지가 있다. 

시구 ‘아무것도 없는 것이 행복’은 예컨대 ‘이것이 나의 것’이라는 갈애를 통해서 소유된 것은 불행이나 고통과 직결된다는 의미이다. 즉 물질이나 느낌, 지각, 형성, 의식 등의 존재의 다발(五蘊) 가운데 어떠한 것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가르침이다. 

시구 ‘소유한 자들의 고통을 보라’는, 부처님께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공덕을 보고 무엇인가 있는 것에서 재난을 본다는 의미이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있는 것이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시구 ‘사람이 실로 사람들에게 묶여 있는 것’의 의미는 대개 어리석은 사람들은 ‘내 자식, 내 재산’이라고 착각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도 자기 것이 아니거늘 하물며 자식, 하물며 재산이겠는가. 아무것도 없는 자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고, 어떠한 소유도 없는 자이며, 이런 경지를 성취한 사람, 즉 최상의 지혜를 얻은 자만이 진정한 행복을 성취한 자임을 부처님께서는 강조하고 계신다.  

지혜로운 이, 할 일을 다 해 마친 이는 그 마지막 모습도 환희롭고 아름답다. 그래서 부처님을 상징하는 열 가지 이름 가운데 ‘잘 가신 이[善逝]’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