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전 집행부의 불사와 관련한 검찰조사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오던 전 재무팀장 임 아무개 씨(43)가 자택에서 자살한 것에 대한 원인을 놓고 유족과 범어사측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유가족 측이 임 씨의 자살이 범어사 소속 한 간부스님의 “전 범어사 집행부의 비리를 진술해주지 않으면 지금 근무하는 직장(부산 금정중학교 행정실장 겸 학교법인 금정학원사무국장)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과 회유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교계에 ‘스님과 불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사건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월 29일 새벽 임 아무개 씨는 부산 사직동 집에서 목을 맨 채 숨을 거뒀다. 범어사 전 지도부 공금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는 시점이어서 갑작스런 죽음에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임 아무개 씨의 유가족 및 지인들은 “고인의 자살은 회유와 협박에 의한 사실상의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 아무개 씨가 죽기 전 남긴 A4 한 장 분량의 유서에는, 무엇인가 압박을 당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과 압박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님의 법명이 직접 거론되어 있다. “여기서 그만하세요. ○○스님은 신이 아닙니다”라는 표현이 그것.

고인의 자형인 성재도(전 청와대 시민사회행정관)씨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십구재를 모시고 천도재를 지낸들 망자가 극락왕생할 수 있겠느냐”며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 아무개 씨는 범어사 전 지도부의 재무팀장으로 범어사 종무소에서 근무했으며, 지난해부터는 범어사에서 운영하는 학교법인 금정학원 산하 금정중학교의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범어사의 지도부가 바뀐 후, 범어사 전 지도부 공금횡령의혹 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범어사측은 거론되는 범어사 소속 스님이 회유와 협박을 했는지의 여부에 대한 추측만으로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