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寶海) 스님으로 통한다 

 한반도의 배꼽이라는 황간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길가의 은행잎이 단단한 은행으로 줄을 서 있다. 옮겨감이다. 은행잎에서 은행으로 행렬을 지어감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햇빛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은행의 열매가 떨어질 때쯤이면 다시 한 해가 갈 것이다. 그렇게 빛 속으로 동그랗게 동그랗게 우리 모두 어디론가 떠날 것이다. 

 어쨌든 황황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그가 나타났다. 그런데 10여 년 전 북한강 청평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무슨 까닭인가? 그 사이 수염이 더 자랐을 뿐 다른 게 없다. 이상한 일이다. 그만한 세월이면 누구나 바래기 마련이다. 퇴색하기 마련이다. 아마도 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만이지요?"

 "어제 같은데......"

 찻집에 사람은 없다. 

 창문으로 비치는 늦여름, 아니면 초가을의 햇빛. 그 바람 속으로, 그 빛 속으로 그가 들어와 있다. 하기야 그 바람 속으로, 그 빛 속으로 들어온 사람은 그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 속으로 들어와 있다. 햇빛 속으로 사위어가고 있다. 

 바람 같은 사람. 아니면 눈비 같은 사람. 그만큼 그는 걸음이 빠르다. 왜 걸음이 빠른 사람들은 정착하지 못할까? 덩치가 산만한 그. 훤훤장부라는 말은 꼭 그에게 맞는 말이다. 속되게 말하면 그가 부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이 세속에서 능히 한자리는 차지하였을 터. 그는 울창하다. 굵다. 

 오래된 참나무를 닮은 사람.

 "어디서 오십니까?"

 "오산."

 목소리 또한 시원하다.

 통상 그는 보해(寶海) 스님으로 통한다. 적지 않은 세월 필자도 그를 그저 술 이름 같은 보해로 알았다. 그래서 놀렸다. 허리에 술통 하나만 걸치면 큰 대사 소리를 들을 텐데. 보해 스님? 그러나 그의 법명은 놀랍게도 마조(馬祖)다. 어쨌든 그 연유야 일단 뒤로 미루어놓고.

 "언제 절로 들어가셨지요?"

 "26살인가 27살 때......"

 "어디?"

 "처음엔 마곡사... 그리고 진천 원융사에서 석가산 스님을 만났지요."

 "그리고?"

 "그리고는 지금까지 줄곧 떠돌이 생활."

 그가 빙긋 웃는다. 그의 말끝에 진한 회한이 묻어난다.

 "왜 절로 가셨어요?"

 참으로 우스운 말. 매번 나름 진불제자라는 부처님 제자들을 만나면 꼭 물어본다. 다른 질문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실 서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얼굴을 보고 싱긋 웃고 나면 될 것을. 무언가를 써야 하는 괴로움 때문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는 우리들의 먼지연월, 무어 그리 다른 삶이 있을 수 있는가. 모두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왔음에랴. 그 또한 숱한 신산(辛酸)의 시간을 보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냥 눈가에 웃음을 달고 산다. 허허로움.

 "그때는 그냥 나를 옭매는 사회가 싫었어요. 그 버릇이 산문에 들어갔다고 달라질 리가 있겠어요? 여직 어느 종단에 속하지 못하고...... 그게 싫었어요. 불교에 종단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이제 이 나이 먹고 나니 종단에 속한 스님들이 모두 보통 원력을 갖춘 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분들이 부러워요. 그분들 모두 어느 종단에 속하고 싶겠어요? 그런데도 그분들은 그 속에서 부처님을 만나고 있잖아요. 그걸 몰랐어요.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치를......"

 그가 단숨에 커피를 들이킨다.

 "난 차보다 커피가 좋아요."

 "왜요?"

 "간단해서......"

 가끔씩 그의 말엔 송곳이 있다. 

 그는 할 말이 많다.

 "부처님을 따르는데 왜 이리저리 핑계를 달아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는지..... 정말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나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소위 혼자 통불교를 실천하겠다고 했으니......"

 "그럼, 이제라도 어느 종단으로라도 들어가시면 되겠네요?"

 "받아주는 곳이 없어요."

 허옇게 웃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묻어있다.

 9월이 오는 길목.

 아무리 덥다 해도 벌써 나무들의 빛이 다르다. 그 또한 이제 처음과는 다른 얼굴빛이다. 무엇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생의 가을을 직감한 까닭일까? 약간의 초조함이 보인다. 그것이 재미있다. 

 "뭘 하고 싶으세요?"

 그가 한참을 생각한다.

 "국제적인 불교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파리불교대학. 그래서 이번에 캄보디아로 떠납니다."

 아주 의외다. 젊은 시절 꿈꾸었던 그것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걸 하셔서 무얼 하시려고?" 

 막역한 사이라 바로 쳤다. 

 마주 앉은 필자에게 그런 일이란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 제 몸 하나 의탁할 수 없는 우리들 처지에 웬 국제 불교학교? 그런데 그의 대답이 말문을 막는다.

 "다른 할 일이 없으니까."

 "아하!"

 그렇다면 충분한 대답이 된다. 어차피 우리 삶은 시간 때우기. 그는 그냥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이다. 담담하다. 우리는 누구나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누구는 빗자루들 들고 법당 앞을 쓸고, 누구는 법당에 앉아 졸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도 힘이 있다면 그분들을 따라가고 싶어요."

 그분들이란 누구일까?

 "지금껏 내게는 단 두 사람. 불교는 부처님의 행적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따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았어요. 그렇게 한 두 분이 바로 석가산 스님과 마조 도일 스님."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해박하다. 여태 만난 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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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명라)

  석가산 스님과 

  마조 스님

 봄의 설래임들도 무뎌가진다

 진천엔 이제야 매화 꽃의 피어오름이 시작 됨여

 벗 꽃들도 질세라 피여 나는 맑은 산골에 

 맑디 맑은 개울 물 흐르는 소리도

 봄나물 돋아나는 잠을 깨우듯 파릇파릇 연녹색의 들에는

 제비꽃 어우러짐 들도 아름답고 어여쁘기만 하더라

 석가산 스님은 용성 조사의 상좌로써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야산 해인사와 금강산 장안사의 양대 강맥을 한 몸에 지닌 스님이다. 그에 덧붙여 그가 자신과 법명이 같은 마조 도일 스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분에게 법명을 받았나요?"

 "보해가 보해에게 마조란 법명을 하사했어요."

 우리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 분들을 내 생애에 찾을 수 있다면 그분을 내 생명 다할 때까지 봉양하고 싶어요. 그렇게 죽고 싶어요. 그런 분을 내가 찾을 수 있을까요?"

 그의 말에 울음이 묻어난다. 처음 진관, 수경 스님들과 대사회적인 현황에 촛불집회를 열고, 행동대장을 자처했던 의기는 몽땅 어디로 가고 이제 순한 양이 되었다. 도반이나 사형들이 원하면 두말없이 깃대를 들었던 바보 시절. 

 "내가 처음 마조 스님을 만났을 때......"

 순식간에 그의 눈이 활활 타오른다.

 그가 과연 이승에서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나 나나 그저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없는 마조의 행적. 차라리 이제는 사전이 전하는 몇 줄의 수행기가 훨씬 간명하다. 

 당나라 때, 마조는 개법을 한 뒤 수많은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어느 해 마조는 여러 제자들을 이끌고 어릴 적 살던 고향인 사천성 시방현을 방문했다. 막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일하고 있던 할머니가 마조를 보고 외쳤다. “어, 마씨네 코흘리개가 지나가네.”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은 이 말을 듣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출가해 나이 들어서 절대 고향에 가지 말라.”   마조는 사천성 사람으로 성은 ‘마(馬)’씨다. 그의 행적의 독특한 점은 그가 죽는 날까지 그의 속성인 ‘마씨’라고 불리었는데, 마씨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마조(馬祖)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속성으로써 한 종파의 조사를 부른 예가 있는데, 화엄종의 조사인 두순(杜順, 557~640)이나 부대사(傅大士, 497~569), 신라의 무상(680~756)대사를 김화상(金和尙)이라고 부른다. 어쨌든 마조라는 호칭은 선종의 종조로서 잘 어울린다. 

 마조가 태어난 사천성은 중국사의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 마조 다음 세대인 규봉 종밀이나 임제, 소동파도 사천성 출신이고 덩샤오핑 등 현대 중국을 이끈 인물들도 이곳 태생이 많다. 마조는 고향 마을에 위치한 나한사에 출가해 유주의 원율사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마조가 수행을 위해 형악 전법원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 남악회양(677~744)선사를 만났다. 남악은 그가 법기임을 알고 다음과 같이 물었다.   “대덕은 무얼 하려고 좌선을 하는가?”“부처가 되려고요.”그러자 회양은 암자 앞에 있는 돌 위에 기와를 갈아대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기와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기와를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듭니까?”“그렇다면 어떻게 좌선만으로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스승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수레가 만일 나가지 않는다면 그대는 수레를 채찍질해야 하는가? 아니면 소를 채찍질해야 하는가?”   마조가 아무 말도 못 하자, 회양이 다시 물었다.    “자네가 지금 좌선을 익히는 것인지, 좌불을 익히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 만일 좌선을 익히고 있는 중이라면 선이란 결코 앉아 있는 것이 아니며, 혹시 그대가 좌불을 익히고 있는 중이라면, 부처는 원래 정해진 모양새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머무르지 않는 법을 놓고 취사선택을 해서는 안 되네. 그대가 혹 좌불을 흉내 내려 한다면 그것은 곧 부처를 죽이는 행위와 다름없고, 보잘것없는 앉음새에 집착하면 정작 깊은 이치에 도달할 수가 없는 법이라네.” 마조가 이 말을 듣고 활연히 깨달은 바가 있어 스승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이 이야기를 선종사에서는 ‘마전작경(磨塼作鏡, 기와를 갈아서 거울을 만든다)’이라고 한다. 이후 얼마 안 있어 마조는 스승의 인가를 받았다. 마조는 스승에게 깨달음을 얻고, 시봉하기를 10년 한 뒤, 복건성 건양의 불적령 성적사에서 처음으로 법을 설했다(개당설법). 이때가 마조의 나이 34세였다.   마조는 강서성 일대에서 선을 펼쳤는데, 이곳 군수 배공의 귀의를 받았다. 배공의 귀의로 말미암아 마조 교단은 크게 번창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조는 769년에 마조의 중심 행화지였던 개원사 주지로 부임하였다. 이때 많은 수행자들이 마조 밑으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강서 지방 일대에 48좌의 마조 도량이 건립되었다. 지금은 그 유적 가운데 정확한 장소가 발견된 곳이 28군데다.  마조는 788년 정월에 강서성 건창 석문산에 올라 숲속을 거닐다가 평탄한 골짜기를 보더니 시자에게 말했다. 

 “다음 달에 나의 육신이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리라.” 이 말을 끝내고 산에서 돌아와 얼마 안 돼 병이 들었다. 

 원주가 문안 올리면서 물었다.  “스님께선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니라.” 이것이 마조의 최후 법문이다. 일면불과 월면불의 수명은 각각 1800세, 1일 1야로 장수와 단명을 상징하는 화두다. 마조는 2월 1일에 세수 80세, 법납 60세로 건창 석문산 륵담사(현 보봉사)에서 입적하였다. 어쨌거나...... 마조는 우리나라 대한불교 조계종과도 인연이 밀접하다. 신라 말 여초 구산선문 가운데 일곱 산문이 마조계 법을 받아 신라 곳곳에 선종 산문이 개산 되었다. 즉 일곱 산문의 개산조 승려들은 마조에게 있어 손자나 증손자 정도의 관계가 된다. 조계종의 종조인 도의(道義) 국사는 마조의 장손 격인 서당 지장(735~814)의 법을 받아 신라에 가지산문을 개산하였다. 그래서 2008년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마조의 도량인 강서성 홍주 개원사(현 우민사) 도량에 ‘조계종 종조 도의 조사 입당 구법기념비’를 세웠다. 이곳에서 도의 국사가 서당 지장을 참알하고, 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강경 하나만은 

 곱게 읽었어요

 "내게 마조 스님은 현실입니다."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 마조를 향한 그의 기억은 그대로 현실이다. 그를 아직도 지탱한 그 모든 것. 그것은 죽도록 사랑한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만난 산문 속 진불제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단 한 사람의 돌사진을 가슴에 넣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밤낮으로 갈고 있다. 작금 이 나라 불가에서 이런 말을 하면 엄청난 지탄의 대상이 되겠지만, 근기가 낮은 필자의 눈에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마조나, 그전의 마조나 별반 다름없어 보인다. 우린 모두 한낱 뜬구름 같은 미물 중생이라는 관점에서는. 죽지 않는 생물은 없다. 모름지기 생물이란 모두 한낱 먼지로 흩날릴 뿐.

 "별별 짓을 다했어요. 유명 가수 메니저도 해봤고, 음악다방 디제이도 해봤고, 자동차 부품 회사도 해봤고, 그래서 남은 건 빈손."

 이제 그는 온전히 그로 돌아와 있다. 필자도 그가 형제들을 챙기느라 동분서주했던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손은 자신에게는 언제나 마이너스의 손이다. 그의 손은 외형과 다르게 꼼꼼하다. 목수 저리 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누구처럼 앉아서 경전을 외울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 바삐 뛰어다닌 떠돌이였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어요. 그들을 위해 뛴 세월이 아깝지 않아요. 따지고 보면 그들도 모두 우리가 구제해야 할 대중이니까."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 꽃 떨림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아직도 남아 있는 촌거리의 다방. 

 나이 지긋한 여사님께 미리 부탁해 놓은 그림 같은 <그 겨울의 찻집>. 

 "오호!"

 "내가 미리 준비했지요."

 "그렇다면 커피값은 내가 내지요."

 "감사."

 전주곡(前奏曲)이 들리자 그가 눈을 감았다. 그런데 조용필의 노래가 아니라 앳된 여자 가수의 노래다. 더 애절하다. 이 세상 노래에 임자가 어디 있는가? 원곡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그 가락에 모두 바람 속으로 걸어갔고, 그 바람 속에서 홀로 밤을 지새웠다. 이제 지향 없는 그 사랑 때문에 한숨짓고 있다. 무엇을 향한 사랑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그래도 금강경 하나만은 곱게 읽었어요."

 갑자기 말씨가 아름답다.

 "줄창으로 금강경에만 매달렸어요."

 기실 그가 내게 할 말은 이 마지막 말이 아닐까? 

 그래도 금강경 하나만은 

 곱게 읽었어요.

 필자는 그가 금강을 읽건, 반야를 읽건 관심이 없다. 그런데 마지막 그가 한 말은 어째서 이토록 가슴에 남는가.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탓일까? 아니다. 전혀 아니다. 그저 그가 눈물 젖은 빵을 짓씹으며 산문을 들락거린 궤적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가 금강을 얼마나 품고 돌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 태안에 가고 싶지 않으세요?"

 "가고 싶지요. 그렇지만 마조 스님 같은 분도 절대로 두 번 다시 고향을 찾지 않았지요."

 그가 다시 어느 산문으로 가는 길 위에 잔뜩 낀 먹구름. 올 때처럼 손 한번 흔들고 황황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그리 쓸쓸하지 않은 것은 또 왜일까? 아차, 그의 빠른 걸음 탓이다. 뒤돌아보지도, 늦추지도 않는 그의 걸음 탓이다. 한번 손짓만으로 끝. 산그늘이 한껏 드리워진 사거리 길옆에 노오란 국화가 웃고 있다. 그의 길 앞에 저 노오란 국화가 끝없이 펼쳐졌으면,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눈물짓는 날들이 없었으면. 그리하여 울울 굵은 참나무 밑으로 알알 수없는 열매들이 떨어지는 날을 기다리면서.

 향, 마조-보해(馬祖-寶海)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