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의 법문을 들어보면, 우리나라와 중국을 막론하고 중간중간에, 또는 법문의 마지막에 반드시 게송을 읊는다. 선사들이 구성진 음률에 맞춰 게송을 읊고 나면 청법(聽法) 대중들은 나무아미타불을 합송한다. 이런 광경은 그 모습 자체로 장엄하다.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도 한 이야기가 마무리된 뒤에 약속처럼 찬(讚), 즉 일연 스님이 붙인 시(詩)가 붙는다. 설법과 게송, 문장과 찬 등의 불가(佛家)에서 전승되어온 이런 전통은 사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 형식에 그 연원이 있다. 부처님은 설법을 마친 뒤에 설법 내용을 갈무리하는 시를 붙였다. 그러고 보면 부처님처럼 방대한 양의 시를 노래한 이도 없을 것이다. <쌍윳따니까야> 전서의 제1권은 그 이름 자체가 ‘시와 함께 모아 엮음(Sagāthāvaggasaṁyutta: 有偈聚)’이다. 이 명칭은 모든 경전이 시를 포함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또한 담마빠다(법구경)나 숫타니파타와 같이 부처님의 시를 모아놓은 불전(佛典)들도 있다. 부처님이 설한 거의 모든 경에 시가 붙여져 있다. 미디어붓다는 8월부터 부처님이 전해준 ‘깨달음의 시’들 가운데,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시들을, 불교전문기자 출신의 작가 이학종 시인의 해설로 만나는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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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 슬퍼 않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지 않으며

현재의 삶을 지켜 나가면

얼굴빛은 맑고 깨끗하리. 

지나간 일을 슬퍼하고

오지 않은 일에 애태우는 

어리석은 사람들,

그 때문에 그들은 시든다. 

낫에 잘린 푸른 갈대처럼.  

쌍윳따니까야 1. 갈대의 품(Naḷavagga) 마지막 경인 ‘숲속의 경(Araññasutta)’에 등장하는 부처님의 시이다. 이 시는 ‘하루 한 끼만 들면서도 어떻게 수행자의 얼굴빛이 (저렇게) 맑고 깨끗한지?’를 묻는 하늘사람의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답변이다. 이 시의 핵심 가르침은 현재, 즉 지금(Now) 여기(Here)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는 곧 찰라 찰라 사띠(Sati)를 놓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한역에서는 불방일정진(不放逸精進)으로 옮겼다. 행주좌와어묵동정에 사띠를 놓치지 않으면 마침내 열반을 성취할 것이며, 반대로 사띠를 놓치면 마치 잘려진 갈대처럼 곧 시들어버린다는 것을 한편의 시로 읊으신 것이다. 푸른 갈대가 아니더라도 줄기가 잘린 식물체는 이내 시들어 생명을 다한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변화를 늘 깨어 통찰하지 않고 과거의 감상이나 알 수 없는 미래의 환영에 사로잡힌다면, 그 어리석음으로 인해 방황의 굴레에서 끝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갈대의 품’은 ‘거센 흐름을 건넘의 경’, ‘해탈의 경’, ‘덧없음의 경’, ‘스쳐감의 경’, ‘어떤 것을 끊으라의 경’, ‘깨어있음의 경’, ‘잘 알지 못함의 경’, ‘아주 혼미함의 경’, ‘망상을 좋아함의 경’, ‘숲속의 경’ 등 총 10개의 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갈대의 품’은 부처님께서 꼬살라 국 사왓티 시의 제따와나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느 날 한 밤중에 하늘사람(천인)이 아름다운 빛으로 숲을 두루 밝히며 부처님을 찾아와 나눈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처님을 친견한 하늘사람은 부처님을 ‘머물지도 않고, 애쓰지도 않으면서 세상의 집착을 뛰어넘어 참 열반을 성취한 거룩한 님’이라고 찬탄한다. 여기에서 ‘머물지도 애쓰지도 않으면서’는 부처님은 윤회의 흐름을 머물지 않고 애쓰지도 않으며 건넌 분이라는 뜻이다. 주석에 따르면, 보통의 범부 중생들은 번뇌 때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조건적인 발생과 의도적 형성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또 갈애 대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견해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또 영원주의 때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허무주의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또 존재주의 때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비존재주의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또 해태 때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혼침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또 감각적 쾌락에 대한 몰두 때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자기학대에 대한 몰두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또 모든 악하고 불건전한 의도적 형성 때문에 머무르고 가라앉게 되고, 모든 세속적인 착하고 건전한 의도적 형성 때문에 애쓰게 되고 휩쓸리게 된다. 

부처님은, 무상을 꿰뚫어 본 이는 ‘행복을 가져오는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하늘사람의 주장에 (그것보다는) ‘세속의 자양을 버리고 적멸을 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 ‘거센 흐름을 건넌 수행승은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질문에 ‘다섯을 끊고 다섯을 버린 뒤 그 위에 다섯을 더 닦고, 다섯 가지 집착을 극복한 이’라고 답한다. 주석에 따르면 ‘끊고 버려야 할 것’이란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결박과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결박을 말한다. 낮은 단계의 결박은 개체가 있다는 견해, 회의적 의심, 규범과 금기에 대한 집착,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욕, 분노를 말한다. 다섯 가지 높은 단계의 결박은 미세한 물질계에 대한 탐욕, 비물질계에 대한 탐욕, 자만, 흥분, 무명을 말한다. 전자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의 세계(욕계)에 속하는 것이고, 후자는 미세한 물질계 이상에 속하는 것이다. 더 닦아야 할 다섯은 다섯 가지 능력(오력)으로 믿음, 정진, 새김(사띠), 집중, 지혜이며, 극복해야 할 다섯 가지 집착은 욕망, 성냄, 어리석음, 교만, 견해이다. 

갈대의 품에 속한 10개의 경에서는 이렇듯 윤회의 흐름을 끊고 건너 마침내 적멸에 이르는 데 반드시 닦고 이루어야 할 핵심적인 단계이자 과정들이, 부처님의 시를 통해 고루 제시되고 있다. 중생을 욕계에 묶어주는 족쇄, 오하분결(五下分結)과 중생을 색계나 무색계에 묶어주는 족쇄, 오상분결(五上分結). 수행에 필요한 다섯 가지 힘, 오력(五力)과 수행 과정에서 나를 얽어매는 다섯 가지 장애(五著), 수행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다섯 가지 장애(五蓋), 즉 감각적 쾌락의 욕망, 분노, 해태와 혼침, 흥분과 회한, 회의적 의심 등이 시어 속에 깃들어 있다. 

이렇듯 부처님이 들려준 시들은 흘려들어서는 그 오묘한 묘의를 간파하기 어렵다. 부처님이 구사하는 시어(詩語) 하나하나는 저마다 심오한 가르침을 포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