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정을 네 차례나 역임한 한암 스님의 최후를 지켰으며 민족의 비극사인 6 ‧ 25 전쟁으로 인해 전소된 월정사를 복구시킨 주역인 희찬 스님의 삶과 수행, 그리고 가르침을 되짚은 책이 나왔다.

희찬 스님은 오대산 법통의 주역이면서 오대산 중창주로 평가되는 스님이다. 희찬 스님의 역사에는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 최근까지의 오대산의 역사가, 또한 한암 스님, 탄허 스님을 비롯한 오대산에서 활동한 수많은 스님들의 역사가 겹쳐진다. 그래서 이 책 <오대산의 버팀목: 만화 희찬선사의 수행과 가르침>(월정사)에는 단순히 희찬 스님의 역사만이 아니라 당시의 오대산과 오대산을 거쳐 간 수많은 인연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기존의 불교사 개념을 뛰어넘는 불교사 현장의 생생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존 불사의 개념과 내용을 재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채록되어 있다. 사찰, 법당, 불상, 탱화 등 불교 내의 다양한 대상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불사지만, 지금까지는 그 외형적인 부분에만 유의했다.

크게보기그러나 이 책에는 불사의 내용, 과정, 정신 등을 찾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존 불교사는 정치, 종단, 고승이라는 무겁고 딱딱한 주제가 중심을 이루었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틀에서 극복할 방향을 보여준다. 즉 이후의 불교사는 불교 및 사찰의 주체인 스님들의 역사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들의 수행, 고뇌, 진정성, 지성이 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희찬 스님의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들도 함께 담아냈다.

한암 문도회와 월정사에서 만화 희찬스님의 역사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결의를 하고, 그 사업을 전개한지 2년 만에 <오대산의 버팀목>이라는 책을 펴내게 되었다. 희찬스님의 자료가 많이 유실되어 아쉽지만, 이 책에는 희찬스님의 법, 가르침, 수행, 지성, 고뇌 등이 온전하게 담겨 있다.

오대산의 법통, 오대산의 역사, 스님들이 걸어가야 할 이정표

<오대산의 버팀목>에는 희찬 스님과 인연을 나누었던 마흔 분의 증언과 회고를 엮었다. 그 수많은 분들이 한목소리로 ‘희찬 스님의 역사 그 자체가 오대산의 법통, 오대산의 역사, 스님들이 걸어가야 할 이정표’였다고 회고했으며, 그러한 실체적 내용과 진실을 오롯하게 증언했다. 또한 그분들이 기억하는 희찬 스님은 진정으로 보살, 수행자, 구도자, 효상좌이면서 한암 스님의 정신을 구현한 스님이었으며, 상좌들에게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 스님을 만들기 위해 가혹한 경책을 마다하지 않은 진정한 사표였다고 한다. 이렇듯 한 인간에게서 스님들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이 용해된 경우는 흔치 않다. 이와 같은 스님의 고투와 지향은 이상적인 스님상이 혼미한 지금, 하나의 모델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실로 스님은 선공후사, 헌신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만화 희찬선사 연보
법명: 희찬(喜贊·喜燦)/ 법호: 만화(萬化)/ 속명: 장인찬(張寅燦)
1922년 7월 1일: 평안남도(平安南道) 덕천군(德川郡) 풍덕면(豊德面) 풍덕리(豊德里) 351번지에서 인동 장씨인 부친 장원국(張沅國)과 모친 주이룡(朱二龍) 사이의 4형제 중 장남으로 출생, 향리에서 서당 공부를 함, 풍덕 간이학교(簡易學校) 졸업
1939년(18세): 3월27일, 오대산 상원사 입산, 출가. 사미계 수지, 은사 탄허(呑虛)스님
1939년(18세): 8월22일, 비구계 수지, 계사 한암(漢岩)스님. 이후 한암·탄허대종사 회상에서 수행함
1945년(24세): 상원사 원주
1949년(28세): 노사인 한암스님 시봉을 하기 시작함
1950년(29세): 상원사에서 노사인 한암스님을 모시고 6·25전쟁을 겪음, 6·25전쟁으로 인하여 오대산 월정사 전소
1951년(30세): 음력 2월 15일, 노사인 한암선사 열반. 시자(侍者)로서 열반을 목도함
1952년(31세): 월정사 인법당 상량문을 지음
1953년(32세): 상원사 주지
1955년(34세): 9월, 월정사 주지에 취임
1956년(35세): 4월, 은사 탄허스님을 도와서 오대산에 수도원을 개설함
1958년(37세): 월정사 주지 사임
1959년(38세): 9월 18일, 신흥사 주지 취임
1959년(38세): 11월 3일, 월정사 주지 취임
1961년(40세): 음 3월 27일, 가사불사 회향
1961년(40세): 11월 17일, 강원도 종무원장 취임
1962년(41세): 10월, 은사인 탄허스님께서 월정사 주지에 취임하자 총무를 맡아서 사무 일체를 관장함. 실질적으로 주지 임무를 대행함, 월정사 동별당 준공
1963년(42세): 11월, 조실채인 방산굴을 준공함
1964년(43세): 1월, 대처 측에서 재판에 승소하여 집달리를 대동하고 들어옴. 3일간의 밀고 당기는 싸움 끝에 대처승들을 물리침, 이로써 10여 년간 지속되어 오던 월정사 정화가 종식됨
1964년(43세): 7월, 월정사 대웅전 기공
1965년(44세): 대웅전을 중창할 목재 벌채 관계로 1차 입건됨, 12월 연말본말사 주지회의 모두(冒頭) 발언에서 “우리가 오대산 월정사 나무를 베어다가 월정사 법당을 짓는데 어떻게 그것이 죄가 될 수 있는가? 형무소에 몇 십 번 가더라도 본사의 법당은 꼭 중건해야 합니다. 나는 이미 형무소에 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 말사 주지스님들도 동참하여 주십시오.” 라고 역설함
1966년(45세): 11월 6일, 고난을 무릅쓰고 월정사 대웅전 상량식 거행
1967년(46세): 대웅전 준공에 부족한 목재 벌채 관계로 2차 입건, 구속됨
1968년(47세): 2월, 대웅전 준공에 부족한 목재 벌채 관계로 3차 입건, 구속됨
1968년(47세): 11월, 대웅전 준공에 부족한 목재 벌채 관계로 4차 입건, 구속됨
1968년(47세): 12월, 구속 상태에서 월정사 주지 사임함
1969년(48세): 대원사(안동) 주지 취임
1969년(48세): 10월 13일, 월정사 대웅전이 준공됨
1970년(49세): 다시 월정사 주지에 취임함
1970년(49세): 9월 22일, 제3대 중앙종회 의원에 선출됨(총무분과위원회)
1974년(53세): 9월 24일, 제4대 중앙종회 의원에 선출됨(총무분과위원회)
1974년(53세): 보장각 준공
1974년(53세): 천왕문 준공
1975년(54세): 진영각(眞影閣) 준공
1976년(55세): 서당(옛 서별당)을 다시 크게 중건함
1977년(56세): 용금루 준공
1977년(56세): 5월, 은사 탄허스님을 모시고 동남아 불교 유적을 순례함
1977년(56세): 11월부터 1978년 1월까지, 동안거를 맞이하여 은사 탄허스님을 모시고 화엄경 산림법회를 개최함
1978년(57세): 해행당(解行堂) 준공
1978년(57세): 10월 23일, 제5대 중앙종회 의원에 선출됨(재정분과위원회)
1979년(58세): 동당(東堂)인 설선당을 준공함
1980년(59세): 4월 26일, 제6대 중앙종회 의원에 선출됨(총무분과위원회)
1981년(60세): 11월, 월정사 회주로 추대
1982년(61세): 봄, 상원사에 주석하시면서 결제 수행정진
1983년(62세): 12월 11일, 상원사에서 입적(세수 62세, 법랍 44세)

*역은이 약력_김광식 교수
건국대 대학원 수료(문학박사),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원과 부천대 초빙교수 역임. 현재 동국대 연구교수.
<한국 근대불교사 연구>, <한국 현대불교사 연구>, <근현대불교의 재조명>, <한국 현대선의 지성사 탐구>, <그리운 스승 한암스님>, <용성>, <한국 현대선의 지성사 탐구>, <아! 청담>, <춘성>, <한용운 연구> 등 20여 권의 저서와 170여 편의 논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