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주지 현응) 대비로전에 불꽃이 일자 국내 최고(最古)의 향나무로 조성된 비로자나불 2좌가 불단 아래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불상은 지하 6미터 보호실로 이동했고 3단계 방화문이 작동해 화마로부터 불상을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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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해인사는 최첨단 불상 비상하강시스템을 선보이며 하안거 정기소방훈련을 실시했다.

대적광전에 불이 나고 주변 전각으로 불이 옮겨 붙는 상황을 설정한 소방훈련은 대적광전 측면에 연막탄을 터트리고 “불이야”라는 외침과 함께 시작됐다.

“불이야”라는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경내에 화재경보가 울렸다.

강원과 선원에서 공부 중이던 스님들이 모두 방에서 뛰어나와 불이 난 대적광전으로 향했다.

참배객을 피신시키는 스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화재를 진압하는 스님 등 화재발생시 맡은 소임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의용소방대원들과 국립공원관리단도 화재진압에 동참했다.

불길이 아직 법당 내부를 침범하지 않은 상황 반출팀 소임을 맡은 스님들은 법기보살상과 관음보살상(모형)을 외부로 반출해 화재로부터 불상을 보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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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의 1차 화재진압이 이루어지던 중 신고를 받은 합천소방서에서도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는 국내 최고 비로자나목불 2좌가 모셔진 대비로전까지 불이 옮겨 붙였다. 대비로전에 불길이 일자 비상하강시스템이 즉시 작동했다.

반출팀이 대적광전의 불상을 외부로 반출하고 비상하강시스템이 작동해 법당 일부가 불에 탔지만 불상은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급박했던 상황은 훈련참가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20여 분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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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는 하안거 정기소방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화재시 비상하강시스템은 이번 정기소방훈련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 시연됐다.

비상하강시스템은 국내 최고 목조비로자나불 2좌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대비로전에 열감지센서를 설치해 조그만 불꽃에도 반응해 법당 아래 6미터 지하로 불상을 이동시켜 3단계 방화문이 화재로부터 불상을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화재발생시 불상이 시야에서 사라지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초, 지하 6미터까지 내려가 3단계 방화문이 모두 작동하는데 까지는 30여초의 시간이 걸린다. 지하실 내부는 콘크리트로 두꺼운 보호벽을 설치했고 불상이 이동한 통로는 3단계에 걸쳐 방화문이 설치돼 어떤 화재에도 불상을 보호할 수 있다.

소방훈련이 끝나고 현응 스님은 “훈련 상황이었지만 모두들 신속히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해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며 “실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훈련과 같이 대응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해인사 소방훈련에 동참한 류충 합천소방서장은 “반복된 훈련만이 실제 상황 발생 시 대처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며 “정기적인 훈련을 실시하는 해인사는 화재 발생 시 빠른 대응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소방훈련에는 해인사 대중 스님들과 의용소방대원, 소방관 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참가했다.

목조 비로자나불상을 비롯해 국보 제32호 팔만대장경판과 국보 제52호 장경판전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해인사는 경내에 화재감지센서와 감시카메라, 청정소화기 등을 설치해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