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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나의 스님 월운 대강백
미디어붓다 mediabuddha@hanmail.net 2023-07-07 (금) 09:03
정진원 튀르키예 국립 에르지예스대학교 교수가 그의 스승 봉선사 조실 화엄종주 월운 해룡 대강백의 원적에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이에 미디어붓다에서 그의 애틋한 마음을 싣는다.(편집자주)
나의 스승 나의 스님 월운 대강백
정진원(튀르키예 국립 에르지예스대학교 교수)
월운 십호와 불경서당
여래 십호가 있듯이 나의 스승 월운 스님도 월운 십호가 있다．３０여년을 옆에서 뵈오며 큰스님， 조실스님， 범접하기 어려운 모습이 아닌 순전히 내가 붙인 인간적인 이름들이다．
처음 뵈었던 1994년 ‘불경서당’ 시절, 60대 중반 그 순간부터 나에게는 ‘봉선사 조실’도 ‘역경원장’도 ‘화엄종주’도 아닌 그저 소탈하고 장난기 가득한 위트로 넘치던 서당 훈장님으로 떠오르는 그분.
그분께서 입적하셨다. 세상 나이 아흔다섯, 스님 나이 일흔넷인 2023년 6월 하지 즈음에. ‘월운 십호, 또는 그 이상 나에게 많은 이름과 추억으로 남으신 이. 우리에게 부촉하신 것은 과연 무엇인가.
늘 다경실에 앉아 오래된 스탠드를 켜놓고 공부하시던 ‘학승’
아흔 무렵까지 같은 자세로 앉아 계시다 우리가 찾아가 연세를 물을라치면 ‘이것저것 다 팔구 구십이랴’ 하시던.
불경서당 학동들 중 나같은 불교 까막눈이 경전을 펴놓고 땀 뻘뻘 흘리며 엉터리 해석을 할 라치면 연민에 찬 한 말씀, ‘어이구 관세음보살’.
나의 권유로 먹물들 모인 ‘구결학회’ 특강에서 나를 웃음과 말이 같이 나오는 보살이라 간파하신 ‘친정아버지’.
봉선사 불경서당 식구들 안부를 물으시곤 가난한 불교학자 밥걱정을 해주시던 ‘담임선생님’.
우리에겐 벽장 속 감춰둔 곶감, 박카스 다 꺼내주시면서, 문도 법명 스님이 수업 중 2만원만 달라고 문 빼꼼 열자 수업 끝나기 무섭게 싸리 빗자루들고 동별당 돌며 ‘톰과 제리’ 한 편 찍던 귀여운 ‘호랑이선생님’.
은사 운허 스님이 한동안 오래 눈길 주지 않아도 늘 공손히 ‘예’ 하셨다던 ‘법화경 속 가난한 아들’.
20세기가 다할 무렵 스님 고희 논문집 만든다며 서당 학동들 모여 1시간 회의하고 ‘인묵, 철안, 정안, 현진’ 제자 스님들과 밤새워 놀았던 추억을 만들어주신 ‘멍석 깔아주신 이’.
어느덧 일상의 기억이 들락날락하셨어도 구구절절 법문과 명언 가득 경전 암송에 처음 본 불자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던 ‘설법 제일 부루나존자’.
경전 공부에 정진하던 어느 여름날, 땡볕 동구 밖 아낙네가 수박을 머리에 이고 땀 흘리며 공양 올리러 오는 것이 보여 시자스님에게 동구밖에 가서 ‘수박 받아오너라’ 하셨다던 ‘천안통 스님’.
평소에 장난기 많고 유머 가득한 호기심 천국이라 신세대 유행어 배워 우리 수업 시간에 써보며 맞는지 눈치를 살피시던 ‘얄개스님’.
부디 코로나 시대를 넘기시기 축원하였더니 소원 들어주시며 여여히 많은 대중 모이게 하시고 잘 걸어가신 ‘선서 부처님’.
그렇다. 월운스님은 내 안의 영원한 부처님이시다.
조선 한글 대장경 ‘월인석보’ 부촉하고 가신 이
운허 스님과 월운 스님은 ‘고려대장경을 한글대장경으로’ 바꾸시는 원력을 실천하셨다. 그렇다면 이제 월운 스님의 뜻을 이을 우리의 원력, 우리의 발원은 무엇인가. ‘월인석보’ 역경이다. 월인석보는 ‘조선대장경’의 시작이요, 봉선사 창건 목적인 광릉의 주인공 세조의 저술이다.
이미 월운 스님의 유지를 받든 초격 주지스님이 2021년부터 봉선사 불교대학 월인석보 강좌를 열고 나에게 3년째 소임을 맡기고 있다.
스님의 원력은 세계 불자들에게 ‘조선대장경을 한글대장경으로’ 알리는 것이다. ‘봉선사 불경서당’의 맥은 그렇게 ‘월인석보 대학’으로 계승될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만방에 ‘훈민정음’이 훌륭한 것은 세종이 쓴 ‘월인천강지곡’과 세조가 쓴 ‘석보상절’ 덕분이라고 고할 것이다. 운허 스님과 월운 스님을 잇는 봉선사 교종본찰 사부대중의 힘으로 우리 모두 그 수기를 환희봉행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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