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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위대함은 인간만이 느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동물들도, 식물들도, 아니 미물에 이르기까지 붓다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고, 나름의 공덕을 지었던 것이다.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에 있는 무짤린다 연못은 이곳에 살던 용왕(코브라) 무짤린다Mucalinda)가 삼매에 든 붓다를 일주일 동안이나 보호했던 곳이다. 불전에 따르면, 붓다가 이곳에 있던 오래된 고목 무짤린다(Mucalinda)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었을 때, 갑자기 비가 대려 기온이 내려가고 찬바람이 몰아치자 용왕이 붓다의 몸을 휘감고 머리 위에서 후드(hood)를 펴서 우산 역할을 대신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붓다는 용왕의 보호 덕에 일주일 동안 선정삼매에 들을 수 있었다.    

무짤린다 나무는 우루웰라 지역의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의 옆에 있던 나무로, 붓다는 정각을 이룬 후 세 번째 7일을 이곳에서 보냈다. 이 나무에 용왕 무짤린다(Mucalindo nāgarājā)가 살기 때문에 무짤린다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왕 무짤린다는 한역에서 주로 용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인도의 민속 신앙에서 바다나 강이나 연못에 살며, 코브라와 같은 뱀인 코끼리 등의 모습을 취하기도 하는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존재이다. 용왕 무짤린다는 무짤린다 나무 근처의 연못에 살았다고 한다. 붓다가 정각을 이룬 후 세 번째 7일을 무짤린다 나무 아래에서 보낸 내용이 <마하박가>와 <우다나>에 등장한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7일을 경과한 뒤에 삼매에서 일어나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 아래에서 나와서 무짤린다 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무짤린다 나무 아래에서 홀로 가부좌를 틀고 7일 동안 해탈의 지복을 누리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때아닌 큰 구름이 일어나 7일간 비를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흐린 날이 계속되었다. 그러자 용왕 무짤린다가 자신의 궁전에서 나와서 ‘한기(寒氣)도 세존을 해쳐서는 안 된다. 열기(熱氣)도 세존을 해쳐서는 안 된다. 등에, 모기, 바람, 더위, 뱀과의 접촉도 세존을 해쳐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며 세존의 몸을 똬리로써 일곱 번 감아올리고 머리 위에 크나큰 후드를 펼치고 섰다. 

그렇게 용왕 무짤린다는 7일이 경과한 뒤에 비가 그쳐 청명한 날씨가 된 것을 알고 세존의 몸에서 똬리를 풀었다. 자신의 본색을 버리고 브라만 학인의 모습으로 나투어 세존께 귀의하며 세존의 앞에 섰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사실을 알아채고 때맞춰 이와 같은 감흥 어린 시구(詩句)를 읊으셨다. 

가르침을 배운 자,

보는 자, 만족한 자에게 

멀리 여읨이 행복이고,

생명에 대한 자제,

세상에서 폭력의 여읨이 행복이다. 

세상에서 탐욕을 여의고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뛰어넘음이 행복이다. 

그런데 ‘내가 있다’는 교만의 제거

이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이다.” 

-<마하박가> 다발부 ‘무짤린다 이야기’, <우다나> 제2품 ‘무짤린다의 품’. 전재성 옮김. 

주석서에 의하면 무짤린다 나무는 니빠(nīpa) 나무였다. 니빠 나무는 아소카 나무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민물 맹그로브 나무라고 밝힌 곳도 있다. 아소카 나무의 일종이라면 아마도 살라나무[무우수]와 비슷한 모양일 것이다. 주석서에는 이 나무의 이름을 무짤라(Mucala)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그 숲에서 가장 오래되었기 때문에 지배자를 뜻하는 ‘inda(indra)’를 붙여 무짤린다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전한다. 아무튼 이 용왕 무짤린다가 살던 연못은 지금도 보드가야 마하보디대탑 뒤쪽에 보존되어 있다. 연못 중앙에 붓다를 보호하는 무짤린다 용왕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 자리해 있다. 

붓다의 몸을 칭칭 감았다는 경전의 기록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조금은 조악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감흥이 밀려온다. 붓다의 몸을 보호한 공덕이야 무량한 것이어서 무짤린다 용왕은 선업을 받아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났을 것이고, 마침내 아라한과를 얻었을 것이다.

관광객인지 순례객인지는 뚜렷하게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마하보디사원을 찾아온 이라면 어느 정도 불연(佛緣)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분명 저들도 이상기온으로부터 붓다를 보호했던 용왕 무찰린다에게 마음으로부터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