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출판부는 신라시대 승장의 <범망경술기>, 고려시대 조구의 <자비도량참법집해>, 조선시대 기암 법견의 <기암집> 등 우리나라의 불교 교학서와 문집 역주본 7권을 펴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으로 동국대학교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불교전서」(전 14책) 역주사업의 성과들이 작년에 7권을 발간한 데 이어, 이번에 7권을 발간함으로써 총 14권이 출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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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출판부가 펴낸 한국불교전서 2차분 7권.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은 2007년부터 불교학자들과 함께 문사철(文史哲)을 망라한 연구자와 번역전문가들을 다양하게 참여시켜 증의, 교감, 주석, 해제 작업 등을 거쳐 2020년까지 「한국불교전서」에 수록된 문헌 323편 전체를 학술적 완성도가 높은 「한글본 한국불교전서」시리즈로 매년 순차적으로 출간 중에 있다.

이번에 발간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2차분 7권은 ‘신라2’ <범망경술기梵網經述記>(승장/한명숙 옮김), ‘신라3’ <대승기신론내의약탐기大乘起信論內義略探記>(태현/박인석 옮김), ‘고려3’ <자비도량참법집해慈悲道場懺法集解>(조구/성재헌 옮김), ‘고려4’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제관/최기표 옮김), ‘조선5’ <기암집奇巖集>(기암법견/이상현 옮김), ‘조선6’ <운봉선사심성론雲峰禪師心性論>(운봉대지/이종수 옮김), ‘조선7’ <추파집秋波集․추파수간秋波手柬>(추파홍유/하혜정 옮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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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경술기>는 적극적 방편을 허용하는 유가계를 중심으로 엄격하고 번쇄한 범망계를 포섭하고자 했던 승장의 범망경 주석서이다. 승장은 이 책에서 유식학파 이외의 여러 학자들에 의해 찬술된 주석서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어느 한 견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자적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승기신론내의약탐기>는 대승기신론의 핵심 주제들을 법장과 원효의 주석에 입각하여 압축적으로 소개한 대승기신론의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태현은 이 책에서 대승기신론을 논의 대의를 서술하고, 이어 논에서 여덟 가지의 주제를 뽑아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여덟 가지 주제는 귀경삼보(歸敬三寶), 화합식(和合識), 사상(四相), 본각(本覺), 무명(無明), 오의(五意), 육염(六染), 불신(佛身) 등이다. 이 책에서 무명은 현재 결락되어 있다.

<자비도량참법집해>는 자비도량참법에 관한 현존 유일의 주석서이다. 이 책은 조선초에 국사를 지낸 조구(祖丘)가 기존의 5종에 이르는 주석서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요약 정리하고, 수많은 경론과 전적에 의거해 글자의 음의(音義)에서부터 법수(法數)의 해설, 나아가 문장의 해석 순서와 문장의 대의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를 면밀히 고증하고 해설한 역작이다.

<천태사교의>는 천태종의 교판론과 수행론을 간결하게 정리한 천태학의 입문서이다. 중국의 오대(五代)시기 오월국의 충의왕은 영가현각이 저술한 ‘선종영가집’을 읽다가 천태학과 관련된 구절에서 이해가 막혔는데, 이를 계기로 고려에서 천태교의 전적을 다시 수입해 오게 된다. 이때 고려 광종의 명을 받들어 중국에 천태교의 전적을 전한 이가 바로 제관이다. 제관은 중국에 도착한 이후 천태종의 제15조 의적 법사에 나아가 수학하고 그곳에서 10년간 머물다가 생을 마쳤다. 그가 입적한 뒤 그가 남긴 상자 안에서 광채가 나서 열어 보았더니 이 책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기암집>은 청허 휴정의 wpl자이며,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참여한 기암 법견의 시문집이다. 기암은 많은 유학자들과 시를 주고 받았으니, 백주 이명한과 이식, 조찬한 등 유명한 학자들을 비롯하여 그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우 학사, 정매계 등 다수의 지식인들과 교류한 시들이 문집에 실려 있다. 그의 시 가운데 ‘염불관’은 문경 사불산 대승사와 무주 적상산 안국사 큰법당, 무량사 등의 극락전 주련에 새겨져 있다.

<운봉선사심성론>은 조선시대 불교계의 3대 논쟁 중의 하나인 심성(心性) 논쟁의 핵심이 되는 논서이다. 조선초기 유불간에 이루어진 사상논쟁, 조선 후기 백파와 초의를 중심으로 한 선논쟁 등과 함께 심성논쟁은 조선 중후기에 진행되었던 논쟁으로 주목된다. 이 책은 17, 18세기에 이루어진 유-불 간, 혹은 불교 내의 사상논쟁을 다룬 책으로 한국의 불교가 조선 중후기에도 사상작으로 불교의 안과 밖에서 진지한 성찰과 논쟁을 계속해 왔음을 보여준다.

<추판집․추파수간>은 승려의 고뇌와 인간적 체취가 담긴 편지글이 돋보이는 18세가 홍유대사의 문집이다. 제목의 ‘수간’은 친필서신을 의미한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저자의 모습은 불가뿜 아니라 유가의 학문에도 밝아서 유가 인물들과도 두루 시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유불을 대비하여 토론을 할만한 경지에 이르렀던 학승이라는 점이다. 조선 중후기의 불교사 이면에 있는 다양한 인간적 면모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편지글들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에 간행된 일곱 권은 원문을 철저히 교감(校勘)한 후 원문 주를 따로 달고 표점 작업까지 마쳐 번역문과 함께 수록함으로써 학술적인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번역문과 원문을 즉시 대조해 볼 수 있어 번역문만으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학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도 원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불교전서는?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이 ‘속장경’을 간행한 이래 최초로 불교전적을 집대성한 것으로, 일제시대 이능화가 주도하여 결성했던 ‘조선불서간행회’를 비롯하여 뜻있는 선각자들이 끊임 없이 시도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한국불교 1600년의 숙원을 마침내 실현한 한국불교문헌의 대총서이다. 이 책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 말(1896)에 이르는 기간에 한국인에 의해 찬술된 불교전적을 집대성한 한국불교의 가히 ‘현대판 속장續藏’이요 한국불교 연구의 정본이라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