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진리는 영혼의 양식이다

                                                           정찬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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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마중물 생각

 대구에 사시는 김준현 거사님이 문자를 보냈다. 쌍봉사에서 탬플스테이할 때 이불재로 올라와 차담을 나눈 적이 있는 분이다. 문자는 다음과  같았다.

 <쌍봉사 계곡에는 태풍이 조용히 지나갔을 거라 생각됩니다. 대구에도 다행히 바람이나 비가 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제 제가 텃밭에서 캔 땅콩을 보내드렸습니다. 우체국 소포 1호 박스에도 꽉 차지 않는 양이었으나 제가 심고, 까치의 공격(?)을 막으면서 가꾼 녀석들이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태풍 후 맑은 가을 날씨와 함께 맛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오후에는 밭에 가서 정리를 좀 하려고 합니다. 밭에는 언제나 저의 안식처인 작은 농막이 있는데 시휴재(時休齊),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나는 문자를 받고 감사의 글을 바로 보냈다.

<감사합니다. 시휴재(時休齋), '시간도 쉬는 집'이라고 해석해 봅니다. 시무재(時無齋)는 아예 '시간도 없는 집'이겠지요. 노자는 식영(息影)이라고 했지요. '그림자도 쉰다'라는 뜻이니 숲속에 들어가면 자기 그림자가 사라진다는 뜻이겠지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맥을 같이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역시 땅콩 농사를 아주 조금 지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땅콩을 왜 땅콩이라고 부르는지를 깨닫고 땅콩 수확 이상으로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땅속에 있는 콩'이기 때문에 땅콩인 것이었다. 지식으로 아는 것과 체험으로 아는 것의 차이를 그때 절감했던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도 내가 스스로 실천했을 때 더 빛이 나지 않을까.

 부처님 말씀과 침묵

 음식을 받았을 때는 마치 약을 먹듯 하고, 

 좋고 나쁜 것을 가려 생각을 팔지 말며, 

 건강을 유지하고자 주리고 목마름을 달래기만 하라. 

 마치 꿀벌이 꽃을 거쳐 올 때에 

 꿀 만들기에 적당한 꽃가루만을 취하고 

 빛깔이나 향기는 다치게 하지 않는 것처럼, 

 너희도 남의 공양을 받을 때는 주림을 달랠 정도만 받고, 

 많은 것을 구해 그 착한 마음을 헐지 마라.

 지혜로운 사람은 소의 힘이 얼마만 한가를 헤아려 

 너무 무거운 짐을 지워 그 힘을 다하게 하지 않는다.

― 『유교경遺敎經』

낮에는 부지런히 착한 법을 닦아 익히고 

밤중에는 경전을 읽어라. 잠자느라고 

아무 소득 없이 헛된 나날을 보내서는 안 된다. 

덧없는 불길이 온 세상을 불사르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빨리 구제하라. 그러니 부디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번뇌도둑이 항상 틈을 엿보고 원수처럼 침범하는데 

어찌 잠자기만을 일삼아 경계하지 않을 것인가.

번뇌가 네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것은 

검은 독사가 네 방에서 자고 있는 것과 같다. 

계율의 갈퀴로 빨리 물리쳐야 한다. 

독사가 나간 뒤에라야 마음 놓고 편히 잠들 수 있다. 

독사가 나가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잠만 자고 있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 『유교경遺敎經』

부끄러움의 옷은 모든 장식 가운데 으뜸간다. 

부끄러움은 쇠갈퀴와 사람의 법답지 못함을 다스린다. 

그러므로 항상 부끄러워할 줄 알고 

잠시도 그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만일 부끄러워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모든 공덕을 잃게 될 것이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은 착한 법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 『유교경遺敎經』

 갈무리 생각

 저녁을 먹기 전후에 1시간쯤 쌍봉제 저수지 안길을 아내와 함께 산책하는데, 며칠 전부터 벼 이삭 익는 향기가 난다. 익어가는 이삭이 고개를 숙이며 내는 향기다. 향(香) 자는 벼 화(禾)+날 혹은 해 일(日) 자이다. 햇볕에 날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의 향기라는 얘기이다. 향기를 꽃에서만 찾는데 농경사회에서는 벼이삭 익어가는 향기처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었을까. 

사람도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벼들이 서로의 몸을 의지해 익어가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질서가 있다. 씨줄과 날줄로 정리정돈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고결하게도 보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머릿속 생각이 차분하게 정리정돈 된 사람이 있고 예측불허의 사람이 있다. 그렇다. 일관성이 결여된 사람에게서 벼 이삭 같은 향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는 향기를 법향(法香)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향기가 아닐까 싶다. 벼는 몸의 양식이지만 부처님의 진리는 영혼의 양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