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滿空)2 

아프다고 소리치는 그 놈

어린 원담 스님이 만공을 친견하던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원담 스님이 만공에게 인사를 드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만공이 다짜고짜 주장자로 원담 스님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원담 스님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만공이 아프냐고 물었다.

“스님께서 때리셨으니 머리가 아프지요.”

그러자 다시 한 번 주장자가 날아왔고 만공이 또 물었다 

“아픈 놈이 무엇인고?” 

그날 밤에도 만공은 원담 스님을 불러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아까 내가 주장자로 때렸을 때 어디가 아팠느냐?” 

“머리가 아팠습니다.” 

“참 이상하구나. 아픈 곳은 머리인데 어째 입이 소리를 질렀을까?”

원담 스님이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이상했다. 원담 스님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만공이 말했다.

“매 맞지 않고 아프지도 않은 입을 시켜 소리를 내게 한 놈이 어떤 놈인지 생각해 보아라.”

생각도 못한 숙제를 받은 원담 스님은 군불 지필 때도 법당을 청소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만공은 어린 원담 스님을 볼 때마다 주장자로 원담 스님의 머리를 탁, 탁 내려치며 말했다.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그 놈, 집에 두고 온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그 놈, 그 놈이 무엇인지 보아라. 네가 안고 있는 그 놈이 어떤 놈인지 알아야 그 놈 농간에 넘어가지 않는 법이다.”

원담 스님이 밥을 하고 찬을 만들며 이곳저곳을 오가는 사이 덕숭산 자락이 붉게 물들고, 그 놈이 무엇인지 알아갈 즈음 만공이 다시 원담 스님을 불러 그 놈을 알았느냐 물었다. 이에 원담 스님은 대답했다.

“마음입니다.” 

“그러면 그 마음이란 놈은 어디 있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분명 있기는 한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것입니다.” 

또 다시 주장자가 어깨 위로 떨어지고, 한참 너털웃음을 짓던 만공이 말했다.

“서른 먹은 중보다 어린 네가 공부를 더 잘했구나.”  

훗날 원담 스님이 한국 불가의 대들보가 된 것은 이러한 스승 만공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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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를 잡은 사람

만공이 사람들과 수박 공양을 할 때였다. 마침 근처 나무에 앉은 매미가 요란스레 울어 그가 이런 제안을 했다.

“수박 잔치를 합시다. 매미를 잡는 사람에게는 수박값을 안 받고, 매미를 못 잡은 사람에게는 서푼을 받겠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사람이 매미 소리를 냈다. 그러자 만공이 말했다.

“매미를 못 잡았으니 서푼을 내시게.”

이내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여기 진짜 매미를 잡아왔습니다.”

하지만 만공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도 서푼을 내시게.”

이에 곁에 있던 이가 느닷없이 스님 등을 탁 치며 말했다.

“매미 잡았습니다!”

그러나 만공은 이번에도 손바닥을 펼쳤다.

“자네도 서푼을 내시게.” 

그때 제자 보월이 외출했다가 돌아왔다. 만공이 방금 전의 일을 들려주며 말했다.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보월은 대뜸 주머니에서 서푼을 꺼냈다. 그제야 만공은 웃으며 손바닥을 쳤다.

“매미를 잡은 사람은 보월이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