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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가장 좋아한 과일은 어떤 것이었을까. 단연 망고가 으뜸일 것이다. 실제로 붓다와 망고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붓다의 일생에서 망고나무, 망고나무숲, 망고는 수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망고는 가장 널리 알려진 열대과일 중의 하나로 오늘날 개발된 품종만도 500가지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열대 아시아가 원산지로 인도에서 재배된 지는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에서 망고는 수천 년 동안 사랑을 받아온 과일이었다. 수명이 긴 나무로, 열매, 씨, 뿌리, 잎 등 식물체 대부분을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된다. 따라서 불교경전은 물론 힌두의 신화에도 망고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잘 익은 망고는 향기롭고 수액이 풍부하여 피로를 잊게 하며, 기운을 돋운다. 잔가지와 이파리는 잇몸 건강에 좋아 양치용으로도 활용된다.    

싯다르타는 출가를 단행한 직후 홀로 명상에 들기 위해 말라 국의 땅 아노마 강 주변 아누삐야(Anūpiya)의 한 망고나무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기에서 수행자가 된 싯다르타는 홀로 수행을 시작했다. 호흡에 몰두하면서 갈증을 풀기 위해 이따금씩 냇가로 내려가 목을 축이는 것 이외에는 일주일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곳 아누삐야의 망고나무숲에서 싯다르타가 처음 만난 수행자는 두 여인이었다. 육체적 제약과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삶의 고통을 통찰하는 여성 수행자들의 고결한 눈동자는 싯다르타에게 새로이 접하는 세계에 대한 희망을 북돋아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싯다르타는 이곳에서의 체험을 통해 수행은 서둘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마땅히 스승을 찾아 지도를 받으며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숲을 나섰다. 출가 직후 아누삐야의 망고나무숲에서 행한 일주일 동안의 수행이 싯다르타를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따라는 두 위대한 선정 수행자들에게로 이끄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아누삐야의 망고나무숲은 훗날 붓다가 고향을 처음 방문한 후 라자가하로 돌아가는 길에도 머물렀던 곳이다. 이 때 이곳에서 붓다는 아난다, 아누룻다, 밧디야, 바구, 데와닷따, 낌빌라 등 사끼야 국의 왕자들과 이들을 안내했던 이발사 우빨리의 출가를 허락했다. 

망고나무숲은 붓다의 생애에 걸쳐 자주 등장한다. 붓다 재세 시 국왕이나 부자들은 자신의 망고동산을 붓다에게 기증하곤 했다. 망고동산을 기증한 배경 가운데에는 붓다가 망고를 좋아한다는 점도 물론 작용했을 것이다. 

붓다가 날란다를 들릴 때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설법을 했던 곳이 빠와리까(Pāvārika) 망고 숲이었고, 망고지기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을 가진 웨살리의 기녀 암바빨리, 붓다의 주치의 지와까가 붓다의 상가에 기증한 것도 다름 아닌 망고동산이었다. 

특히 붓다가 전법을 위한 불가피한 방편으로, 이교도와 이적행 대결을 벌일 장소를 사왓티 기원정사 인근의 망고나무숲으로 정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사왓티의 동쪽 암라나무 숲에서 신통을 보이겠노라.” 제자들에게 신통을 금할 것을 강조했던 붓다는 ‘도리천에 계신 어머니를 제도하기 위해, 이교도를 제압하기 위해’ 고심 끝에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이적 대결이 벌어진 날, 붓다는 망고나무숲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만히 망고를 들어 천천히 망고를 먹었다. 망고를 다 먹은 붓다는 망고 씨를 땅에 심었다.  

“그 순간, 땅속의 망고 씨가 싹을 틔우더니 파죽지세로 무섭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군중들은 이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 붓다는 자신의 몸을 분리해 동시에 천명의 붓다가 동시에 공중에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천불화현] 이적을 보였다. 이어 붓다는 쌍신변의 놀라운 이적을 행했다.” -<붓다 연대기> 590쪽 

붓다의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인도에 가야 맛보던 망고를,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인도에서 느꼈던 마음만큼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망고를 구입해 먹으며 붓다를 생각한다. 망고 숲에서 수행하던 붓다의 마음, 망고 동산을 기증받아 상가의 수행처로 활용하며 그곳에 머물며 제자들을 지도했던 붓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붓다와 깊고 깊은 인연을 맺었던 망고, 망고나무, 그리고 망고나무숲! 연꽃이 불교 꽃이듯, 망고가 불교 과일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