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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와 함께 불교를 대표하는 나무”

이 학종 | | 2022-08-12 (금) 07:40

네팔 룸비니 무우수와 구룡못(사진=인터넷)
 


살라(sāla)는 3월 경 연노란색 꽃을 피운다. 목질이 단단해서 목재로 활용되고, 수피에 상처를 내고 수지인 다마르(dammar)를 추출해 래커(lacquer, 도료의 일종)와 리놀륨(linoleum, 바닥재의 일종)을 만드는 원료로 이용한다. 열매는 먹을 수 있으며 수형이 아름답고 웅장해 가로수로 활용되기도 한다. 

살라는 불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 나무이다. 붓다 성지순례를 하며 룸비니 동산에 드리운 살라 숲, 꾸시나라 열반당 인근에 서 있는 살라 두 그루-후대에 심은 것이지만-를 잊을 수가 없다.  


“룸비니에는 살라나무(sāla)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빼곡한 살라나무들은 뿌리에서 꼭대기 가지에 이르기까지 나무 전체가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웠다. 가지 사이와 꽃송이들 사이로 꿀벌과 새들이 꽃과 꿀을 찾아 평화롭게 날아다녔다. ‘하늘나라의 정원이 이렇게 아름다울까!’ 평온하고 아름다운 나무숲을 바라보는 왕비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살라나무 이파리를 스치며 날아온 상큼한 봄바람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마야 왕비는 다음날 아침 산책을 위해 막사를 나섰다. 만삭의 왕비는 시종들의 부축을 받으며 살라나무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유달리 아름다운 살라나무를 발견한 왕비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때마침 불어온 실바람을 타고 일렁이던 나뭇가지 하나가 아래로 낮게 가지를 드리우자, 왕비는 손을 뻗어 그 나뭇가지를 잡았다. 그 순간 나뭇가지가 다시 위로 솟구치면서 왕비의 몸이 살짝 들렸다. 왕비는 꽃이 만발한 살라나무 가지를 잡고 선 자세로,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아기를 낳았다. 화려한 왕궁이 아닌 길 위에서의 갑작스러운 출산이었다. 온갖 꽃들은 향기로, 새들은 노래로, 맹수와 연약한 동물들은 함께 춤을 추는 것으로 아기의 탄생을 축복했다.” - 졸저 <붓다연대기> 28~29쪽   


살라는 붓다의 생애에서 종종 등장한다.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 연꽃이라면, 불교를 대표하는 나무는 붓다의 대각을 도운 아자빨라(Ajapāla, 보리수)와 함께 살라를 들 수 있다. 특히 살라는 붓다가 탄생과 반열반의 순간을 지켜본 나무이다. 붓다의 생애 중 매우 중요한 두 장면에서 살라가 등장하니, 그 가치를 논하는데 긴 설명은 필요치 않다. 우리나라 불교계에 살라는 음사어 ‘사라수’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붓다가 반열반에 들 때 살라 두 그루 사이에 누웠으므로 ‘사라쌍수’라고 부른다. 그런데 붓다가 탄생 시 마야 왕비가 잡았던 나무를 ‘무우수’로 기록한 경우도 많다. 아마도 현장(玄奘)의 기록 “연못의 북쪽으로 스무 걸음 남짓 되는 곳에 무우화수(無憂花樹)가 있었다”는 기록의 영향인 듯싶다. 


“며칠 더 머문 후 붓다와 제자 일행은 히란야와띠(Hiraññavatī) 강을 건너 말라 족의 나라 꾸시나라의 우파바따나에 도착하여 살라 숲에 거처를 정했다. 붓다는 몹시 지쳐 있었고,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붓다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 아주 가까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아난다야. 나를 위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 살라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도록 누울 자리를 준비하라. 아난다, 눕고 싶구나.’


붓다의 분부에 따라 아난다는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커다란 살라나무 사이에 침상을 마련했다. 두 그루의 살라나무는 뿌리와 가지, 이파리가 서로 이어져 있었다. 붓다는 아난다가 준비한 자리에 오른쪽 옆구리를 아래로 하고 오른쪽 발 위에 왼쪽 발을 얹은 채 사자처럼 누웠다.” -졸저 <붓다 연대기> 913~914쪽


두 그루의 살라 아래에 누운 붓다가 깊은 선정에 들었을 때, 때에 맞지 않게 살라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해 곧 만개하더니 마치 공양 올리듯이 수많은 꽃송이들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교식 장례 때 제단을 지화(紙花)로 장식하는 것은 붓다 입적 시 살라에서 꽃이 뿌려진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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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화엄 2022-08-15 11: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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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종식되고 저 또한 건강을 유지하여 부처님 나라 인도에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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