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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의 비유로 ‘희열을 여읜 행복’ 설명

이 학종 | | 2022-07-15 (금) 08:17

‘꽃과 나무로 만나는 붓다’② 



(사진=이 학종)
 


불교를 상징하는 꽃은 단연 연꽃이다. 여러 식물 중에서 연꽃만큼 불교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꽃은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연꽃은 붓다의 탄생설화에서부터 등장한다. 마야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나 사방 일곱 걸음을 걸을 때 발자국마다 연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연꽃은 연못과 같은 늪지대에서 사는 숙근초본식물(宿根草本植物)로, 색깔과 향기가 아름답고 그윽하다. 진흙 가운데에서 청정(淸淨)한 꽃을 피우는 특성으로 인해 인도에서는 예로부터 귀한 보배로 여겨왔고, 불교에서는 붓다의 가르침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불교 꽃’으로 대해왔다. 

연꽃의 뿌리는 진흙 속에 뻗고, 잎은 수면에 떠있으며, 매끄럽게 솟아오른 줄기 끝에 꽃이 핀다. 해가 뜨면서 서서히 피어나고 해가 지면서 서서히 오므린다. 꽃의 색깔로는 청황적백(靑黃赤白)이 있으며, 그 자태가 우아하기 짝이 없어 군자의 꽃[君子花]으로도 불린다.

꽃망울이 맺히는 것과 동시에 연씨(蓮實)도 맺혀 나오고, 꽃이 피는 것과 동시에 연씨도 함께 실과(實果)로 성장되고, 꽃이 완전히 만개했을 때 연씨도 완전하게 익는다. 연꽃의 이 같은 특성, 꽃과 열매가 동시에 피고 맺는 것은 곧 인과동시(因果同時)를 나타낸다고 해서 불교에서는 연꽃을 더욱 각별히 여긴다. 

불교의 경전에는 연꽃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특히 대승의 최고 경전으로 불리는 <묘법연화경>에는 경의 이름에 연꽃이 포함되기도 했다. 불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세계를 연화장세계라고 하는데, 이는 연꽃에서 출생한 세계, 연꽃 중에 함장된 세계라는 의미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논리적으로 체계화시킨 경전으로 모든 불교교리의 원천이 될 만큼 중요한 초기불전인 <맛지마니까야> 차례차례의 품 ‘몸에 대한 새김의 경’에서 붓다는 제자들에게 선정의 네 가지 경지를 설명하면서, 세 번째 선정[제3선정]에 대해 설법할 때 연꽃을 비유로 들었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청련의 연못이나 홍련의 연못이나 백련의 연못에서 청련이나 홍련이나 백련은 물속에서 성장하여, 수면으로 나오지 않고, 물속에서 잠겨 자란다. 그것들은 꼭대기에서 뿌리에 이르기까지 차가운 물로 적셔지고 담가지고 채워지고 가득 차게 되어서 그 청련이나 홍련이나 백결의 어느 곳에도 차가운 물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수행승은 희열을 여읜 행복으로 자신의 몸을 적시고 담그고 채우고 가득 차게 해서, 희열을 여읜 행복이 스며들지 않은 몸의 부분이 일체 없게 만든다. 그는 이와 같이 방일하지 않고, 열중해서 단호하게 수행한다.” 


붓다가 무상정등정각을 이룬 네 번째의 선정, 즉 제4선정으로 가기 직전의 세 번째 선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붓다가 연꽃의 비유를 든 까닭은 무엇일까? 붓다는 첫 번째 선정을 설명할 때 숙련된 때밀이가 놋쇠 그릇에 목욕용 분말을 쌓아놓고 물로 차츰 뿌려서 섞으면, 그 분말 덩어리가 습기를 포함하고, 습기에 젖어들어 흘러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비유로 들어, 멀리 여읨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이 스며들지 않는 몸의 부분이 일체 없게 만드는 경지를 설명한다. 이어 붓다는 사유와 숙고가 멈추어진 뒤 내적인 평온과 마음의 통일을 이루고 사유를 뛰어넘고 숙고를 뛰어넘어 삼매에서 생겨나는 희열과 행복으로 온몸에 가득한 두 번째 선정을 설명하면서 호수의 비유를 든다. 

여기서 붓다가 수행승들에게 희열과 행복을 여읜 행복을 설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붓다는 비유의 왕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그 희열과 행복이 사라진 뒤 새김, 즉 사띠를 확립하고 평정을 얻는 세 번째 선정의 경지를 연꽃을 비유로 들어 설명함으로써, 수행승들을 몸에 대한 새김을 닦는 마지막 단계의 선정, 즉 명지를 이루는 제반 조건이 마무리되는 제4선정으로 이끈다. 붓다는 아마도 수행승들에게 가장 설명하기 어려웠을, 삼매에서 일어난 희열과 행복을 넘어선 바른 삼매의 경지를 설명하는 단계에서 연꽃처럼 적절한 비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루 알다시피 붓다가 대각을 이룬 선정의 단계는 제4선정이었다. 이 선정 단계에서 붓다는 대각을 성취했고, 이동하거나 설법을 할 때,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늘 제4선정에 머물렀으며, 또한 제4선정에서 반열반에 들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붓다가 제자들을 제4선정의 경지로 이끄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고비는 제3선정이었던 것 같다. 이 고비를 붓다는 연꽃의 비유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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