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이 잘못됐다며, 경구를 바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일련의 불교관련 책 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눈 밝은 이들이 있어, 이런 불교의 근간을 흔드는 풍조를 바로잡아야 마땅한데도 웬일인지 불교계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사(正邪)의 문제에 있어 이미 자정력을 상실한 집단이 한국불교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전의 구절을,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여겨지는 금강경의 경구를 멋대로 바꾸는 일에 침묵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이들의 견해가 옳으면 옳다, 그르면 그르다고 말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숱한 ‘큰’ 스님들과 대강백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런 일에 침묵하면서 한국불교가 호법과 정법을 외친다면 그것은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랴. 불교에 정통하지 못하지만, 기자가 고민 끝에 경전을 자기 깜냥대로 바꾸는 이들의 문제점을 드러낼 밖에. 물론 기자의 지적이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그 부분을 정법에 근거해 지적해온다면 쾌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천편일률적인 보도자료를 따르지 않고 고민을 거쳐 용기 있게 비평을 한 정신만이라도 어여삐 보아 주시기를….

크게보기얼마 전 대구 홍인선원의 ‘석법희’라는 스님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읽어야 할’이라는 부제를 단 <법희해금강경>이라는 제법 묵직한 책을 보내왔다. 정성껏 표지에 손수 그림까지 그려서 보내준 스님께 먼저 고마움을 전한다. 그러나 그런 고마움과 책을 읽어가면서 발견한 위험한 부분에 대한 비판은 별개의 문제이니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저자의 책을 펼치는 순간, ‘법희서’라는 글의 첫 문장부터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여래께서 당신의 색신으로 석가모니를 사바세계에 보내시어 불법을 전하니…” “여래께서 만드신 법계는 외도들에 의해 왜곡된 지 오래고…”(3페이지)라는 부분을 읽으며, 이것은 불교의 근본교설인 연기와 무아, 공의 이치를 간과한 표현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래가 법계를 만들었다? 이런 표현은 비불교적이고 비금강경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구마라집 삼장을 일컬어 “구마라습의 후예들이 만들어 놓은 똥물과…”(3페이지)라는 격한 표현을 보면서 이 책이 뭔가 크게 잘못된 결과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이런 느낌은 점차 사실로 드러났다.

이 책의 116페이지 ‘제5 여리실견분’의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몸의 형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라는 부분에서 저자는 ‘몸의 형상’이라는 풀이, 즉 ‘身相’에 대한 기존 해석이 아주 잘못됐다고 질타하고 있다. 기존 해석에서는 신상이 색신과 법신을 뜻하는 것임을 모르고 한문 그대로 ‘몸의 형상’으로 잘못 번역하여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 형상(색신)임에도 불구하고 ’몸의 형상(색신)을 볼 수 없다‘는 이상한 문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구마라집의 후예들, 즉 실체는 보지 못하고 눈만 밝은 학자들이 문자에 얽매여 경을 풀이하다보니 오늘날 모든 부처님의 말씀이 걸레가 되어 버렸다고 장탄식을 하고 있다.

해석이야 자신의 견해대로 하는 것이겠지만, 기자의 견해로는 여기서의 신상은 여래의 32길상을 말하는 것이다. 즉 여래가 32길상을 갖추고 있으나 이것으로 여래를 볼 수는 없으며, 바로 법신을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비컨대 전륜성왕도 32길상을 갖추고 있으나 여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까지야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제5 여리실견분의 경구 중 ‘여래소설신상 즉비신상’에서 ‘여래소설신상’을 저자는 ‘불소설신상’으로 바꿔 버린다. “신상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은 여래가 아니라 부처”이므로 한문오역이므로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감히 경전을 고치려 들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불(佛)이나, 여래(如來)나 모두 여래10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저자의 경구 바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7 무애무설분’에서 ‘하이고 여래소설법’의 ‘하이고’를 ‘불언수보리’로 바꾸고 있다. 수보리의 경지로는 비법, 비비법을 질문할 수는 있지만 석가모니 앞에서 건방지게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결국 수보리가 한 말이 저자의 경구 바꾸기에 의해 모두 여래 설이 되었다. 과연 그런가. 저자의 주장이 맞는가. 혹시 저자가 금강경을 걸레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저자는 ‘제8 의법출생분’에서도 ‘여래설복덕다’를 ‘불설복덕다’로 바꿨다. 여래의 설하심을 들을 수 있는 경지는 성문부터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제8분 마지막 부분의 ‘수보리 소위 불법자 즉비불법’을 ‘수보리 소위불법자 여래설 즉비불법’으로 바꿨다. 원문에 없는 ‘여래설’을 즉비불법 앞에 첨가해 넣은 것이다. 경의 경구를 바꾸고, 첨가하고 하는 것을 이렇듯 스스럼없이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제10 장엄정토분’에서도 ‘하이고 장엄불토자 즉비장엄 시명장엄’의 원문과 다르게 ‘장엄불토자’ 앞에 ‘불설’를 추가하고 있다. 저자가 든 이유는 “금경경의 문장구조를 봐도, 비장엄을 수보리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13 여법수지분’에서도 저자는 ‘불설’을 ‘여래설’로, 또 ‘여래설’은 ‘불설’로 바꿔놓고 있으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 없이 많다. 제14분에서는 ‘약보살’을 ‘약유인’으로 고쳤고, 제17분에서도 한문오역이라며 ‘불’을 ‘여래’로 고쳤다. 또한 ‘수보리 소언일체법자 여래설즉비일체법’에서 ‘소언일체법자’ 뒤에 ‘여래설’이 빠졌다며 추가하고 있다. 그뿐인가. ‘제19 법계통화분’은 아예 분의 명칭을 ‘불수복덕분’으로 새로 지었다. 놀라 자빠지고도 남을 일이다. “금강경을 32분으로 나누고 각 분마다 명칭을 붙인 소명태자를 ”달마대사를 소림사 토굴에 9년 동안이나 가둬 버린 양무제의 장남“이라고 칭하며 ”아라한의 맛도 보지 못한 구마라습의 후예로서,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양무제가 달마대사를 9년간 가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말이다.

저자는 또 ‘제26 법신비상분’에서 구마라집이 한역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실수 두 가지 중 하나가 ‘응관불법성 즉도사법신 법성비소식 고피불능뇨’라는 부분을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의 뒷부분에 빠뜨린 것이라며 이 부분을 첨가해 놓고 있다. 가히 그 대범함이 무등등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아뢰야는 식이 아니라(無意識) 심(心)이며 중생에게 조금 나눠 줬다는 그 불성(佛性)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識)속에도 조금은 있지만 법계에 가득 차 있는 부처님의 자비광명이라며, 유식학파가 사라지게 된 것도 아뢰야를 무의식이라고 하면서도 의식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의 짧은 소견이겠지만 칼 구스타프 융에 의해 처음 제시된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유식학파가 사용했다는 주장도 의심스럽거니와, 아뢰야를 식이 아니라 심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저자는 또 ‘제30 일합이상분’의 마지막 구절인 ‘세존 여래소설 삼천대천세계 즉비세계 시명세계’에서 ‘세존’을 ‘불언 수보리’로 바꾸면서 금강경의 한문 오역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한역을 바꾸지 않고 세존으로 해석하면 수보리가 일합상을 설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구마라집의 한문오역이라는 것이다. ‘2% 부족한 수보리가 일합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저자의 알 수 없는 확신이 급기야 경전 구절이나 용어를 바꾸는 결과를 부른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구마라습이 금강경을 한역한 이래 지금까지 금강경도 물 속에 잠겨 있어 뜻을 제대로 아는 자가 없다. 내가 이제 물 밖으로 끌어냈으니 금강경 속에 있는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알고 행으로 옮겨야 한다.” 오직 저자 자신만이 금강경의 뜻을 알았다는 뜻인데, 과연 금강경에 4상 가운데 첫째인 아상이나 버렸는지 의문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특히 산트크리트 원전에 의거해 구마라집 삼장의 총 감독하에 번역한 경전의 경구들을 원전 대조도 없이 바꾸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훼법이 아닐까.

크게보기경전을 깜냥대로 바꾸는 이가 또 한 분 있다. 최근 도피안사에서 출간한 <부처되는 공식>이라는 책에서 숨은 도인 겸우 선사라는 분이 그분이다. 이 책은 김치냉장고를 발견한 전재근 교수가 겸우선사라는 스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 역시 겸우선사의 금강경 강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금강경이 한국에서는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전이고, 대승의 핵심적 사상인 공사상을 담은 경전이기에 그럴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제목부터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세상에 부처되는 공식이라니! 책의 제목을 출판사에 붙였다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또 저자가 붙였다면 매우 불경한 표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의 필자에게도 기사의 표현이 과하더라도 옳고 그름을 가리자는 뜻이니 혜량하시기를 바란다.

이 책에 따르면 겸우선사라는 분은 29세에 출가하여 88세에 입적한 분으로, 상좌도 두지 않고 홀로 수행하며 산속 토굴에서 살다가 입적한 분이다. 이 분을 지금은 조계종 원로이신 정무 스님의 소개로 당시 서울대 교수불자회의 총무를 맡았던 전재근 교수가 만나면서 가르침이 이루어졌고, 그 가르침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진 것이다. 전 교수는 겸우 선사를 만나 법담과 설법을 듣고 그동안 익혀왔던 불교에 대한 고정관념을 몽땅 허물어버렸다고 한다. 이 분 역시 한국의 고승들은 물론 중국의 유명한 조사들을 가리켜 부처님의 참뜻도 모르고 불교의 근본을 훼손하였다고 맹렬하게 비판하였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석법희’ 스님과 이 부분은 매우 닮았다. 전재근 박사가 소개한 겸우 선사의 선가의 비법, 깨달음의 비법은 이렇다.

“부처는 멀리 밖에 있지 않고 각자의 자심 속에 있다. 각자 보는 놈이 부처이니, 부처가 되려면 화두를 들지 말고 보는 놈을 봐라. 보는 놈은 어디 있느냐? 한 생각도 없는 일념불기처에 있다.”

보는 놈을 보라, 보는 놈과 보이는 놈이 따로이 있다는 말인데, 혹시라도 여기에서 진아론자의 조짐이 느껴지는 것은 기자만의 오버센스인지?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32페이지에 금강경의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현재 미래의 세 마음으로 갈라지기 이전자리를 자성 즉 깨달음으로 표현한 것은 교리적 타당성이나 정통선가의 안목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겸우선사는 일념불기처(一念不起處)에 대한 이해부터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도대체 겸우선사가 말하는 일념불기처할 때의 일념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오온 가운데의 상(想)인가? 식(識)인가? 중생의 마음을 뜻하는 네 가지, 수상행식 가운데에 생각이라 함은 보통 상(想)을 말할진대, 이 상이 일기 이전 자리는 교리적으로 식(識)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겸우선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식이 곧 자성이라는 것인데, 다 알다시피 식 또한 인연 화합된 존재로 허망한 성품을 지니고 있어 각성이 아니다. 식은 망식(妄識)의 준말이다. 다시 말해 일념불기처인 한 생각 이전 자리를 깨치고 보았다 해도 이는 각성이 아니라 허망한 식이라는 말이다.

겸우선사의 이 주장에 대해 다시 상도 아니고 식도 아닌 상은 물론 식이 일기 이전자리가 곧 각성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또한 불교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식이 일기 이전 자리가 있다는 말은 불경이나 조사어록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다. 교리적 측면으로 상 즉 생각의 바탕이 되는 식은 모두 무명과 육근 육경을 통해 일어난 허망한 경계이므로 일념불기처 운운하는 것은 명안종사가 할 설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책의 36페이지에는 <원각경>을 근거로 들면서 설법한 내용이 있다.

가없는 허공에서 각의 성품이 나타나고
가없는 허공도 각이 비치니 보이는 것이다.
無邊虛空 覺性現發
無邊虛空 覺照現發

겸우선사가 인용한 두 구절은, 오역을 했는지, 아니면 창작을 했는지는 몰라도 경의 말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우선 첫째 인용구에서 ‘무변허공 각소현발’을 ‘무변허공 각성현발’로 고친 것으로 보이니 그렇고, 다음 구절은 <원각경>에는 있지도 않는 ‘무변허공 각조현발’을 창작해 삽입한 것이니 그렇다. 아무리 세상에 눈 밝은 이가 많지 않다고 하여도 부처님의 경전을 인용하면서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조사와 성현이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부처님은 중생이 각을 이루게 되면 오온 십이처 십팔계 세간 출세간뿐 만 아니라 나아가 눈앞에 펼쳐진 허공까지도 깨달은 마음으로 펼쳐진다는 의미로 “끝없는 허공도 깨달은 마음에서 나타난 것이니라”고 하신 것이다. 그런데 깨달음이 허공에서 나온 것으로 거꾸로 해설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겸우선사가 설사 선지식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가당착의 해설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희한한 경구를 자기 깜냥으로 만들어 그럴듯하게 삽입시키고는 마치 부처의 지위에 오른 양 불설에 톱질을 하는 행위는 자존망대의 극치라 하겠다. 이것은 앞의 ‘석법희’ 스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법희해금강경>에서 숱하게 본 것처럼 <부처되는 공식>에서도 경전을 고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있다. 겸우선사도 경구를 고치고는 실로 대단한 것 인양 의기양양하다. 이 책 52페이지에서는 필자가 “겸우선사가 금강경 사구게 즉,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이상 즉견여래를 낭랑히 읊으셨다”면서 이 사구게에서 ‘비상(非相)’을 ‘이상(離相)’으로 바꿔야 한다고 겸우선사가 주장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필자는 “어느 누구도 감히 잘못 되었다고 이의를 제기한 바 없는, 또는 그럴 생각도 갖지 않았던 불문율 같은 ‘금강경’의 가르침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라며 경탄을 금치 못한다. 구마라집 삼장이나 현장 삼장이 번역 해놓은 여리실견분의 사구게인(널리 알려진 이 게송을 사구게라 하지만 사실 사구게는 아니다) 약견제상비상의 ‘비상’을 ‘이상’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오만과 무례의 극치를 달리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도대체 비상을 이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견해는 어디에 근거를 두고 한 말인가? 자신의 입맛에 따라 고칠 수 있다면 이는 이미 경이 아니다. 필자 혹은 겸우선사라는 스님은 아마 여리실견분의 ‘약견 제상비상’에서 ‘비상’은 ‘이상’으로 번역해야 하는데도 ‘비상’으로 번역한 것은 구마라집 삼장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역경의 천재들이었던 두 삼장이 비상으로 번역한 이유는 명확하다. 산스크리트어 원본의 내용이 그렇게 설해져 있기 때문이다. 원전에 나온 락샨나(laksana)와 아락샤나(alaksana)라는 의미는 ‘상’과 ‘상 아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제상(諸相)과 비상(非相)으로 번역했을 뿐이다. 여기서 락샤나는 부처의 특별한 모습인 32길상을 가리키므로 상이라 했고 뒤의 아락샤에서 아인 ‘a’는 ‘없다’ 혹은 ‘아니다’라는 의미의 부정어이므로 ‘비’나 ‘무’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겸우선사의 경구를 바꾸는 행위는 단순히 번역을 바로 잡은 것이 아닌 경전을 뜯어 고친 행위가 되므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필자는 무슨 대단한 해설이라도 되는 양 추켜세우고 있으니 갑갑할 뿐이다. 원전을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무식의 소치가 아닌가. ‘상 아님’을 보아야 상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상을 바로 보라는 의미에서 ‘약견제상비상’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152페이지에 나오는 육조 혜능스님의 법문을 해석한 것도 엉터리이다. 육조 스님의 ‘전념불생즉본심’이요 ‘후념불멸즉불’이라함은 ‘앞의 마음이 일어났으나 실은 일어남이 아닌 줄을 알면 곧 그 마음이 본래의 마음’이요, ‘뒤의 마음이 사라졌으나 실은 사라진 것이 아닌 줄 알면 곧 그 마음이 부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맞다. 그런데 겸우선사는 이 부분을 자신이 행한 공부 분상에 한 생각도 없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망견을 짓고 아상의 굴속에 들어 앉아 수행인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겸우선사의 악견에 말려든 정무선사는 또한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