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에 떠내려가는 통나무처럼

                                                       정찬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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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정윤경 

 마중물 생각

 사람들이 누군가를 비난할 때 나는 한 발짝 비껴 선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칭찬할 때 나는 한 발짝 다가선다. 젊은 시절에는 정의가 아닌 불의를 보면 불같이 분개했다. 나이가 드니 정의든 불의든 적어도 휩쓸리지 않는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가끔 중학교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할아버지께서는 누군가와 무슨 작업을 함께 하기 전과 시작하고 난 뒤의 작업하는 태도와 자세를 강조하셨다. 

 일을 도모하기 전에는 상대방을 깊이깊이 의심해 보고,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고 하셨다. 설령 손해를 보고 피해가 생기더라도 믿으라고 하셨다. 그것만이 멀리 내다보고 사는 복 받는 길이라고 하셨다. 인생살이 중에 그 말씀 하나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부처님도 어디에 휩쓸리거나 매이지 않는 중도적인 삶을 팔정도를 나열하시면서 거듭거듭 당부하시고 있다. 대자유라는 열반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부처님 말씀과 침묵

부처님께서 마가다왕국에 머물고 계실 때, 

많은 비구들과 함께 강변으로 나가셨다. 

마침 강 가운데 큰 통나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말씀했다.

“저기 강물에 떠내려가는 통나무를 보아라. 

만일 저 나무가 이쪽 기슭이나 저쪽 기슭에도 닿지 않고 

중간에 가라앉지도 않고, 섬에 얹히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건져지거나 사람 아닌 것에 잡히지도 않으며, 

물을 따라 돌아오거나 물 가운데서 썩지 않는다면, 

저 나무는 결국 바다로 들어가 머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강물은 바다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너희들도 그와 같아서 만일 도의 강물 위에서 

이쪽 기슭이나 저쪽 기슭에 닿지 않고, 중간에 가라앉거나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에 잡히지 않고, 

물을 따라 돌아오거나 썩지 않는다면, 

열반의 바다에 들어가 머물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활, 

바른 노력, 바른 기억, 바른 선정은 열반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때 난타라는 소치기가 부처님께 와서 여쭈었다.

“부처님, 저도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열반에 이르게 됩니까?”

“그렇다. 누구든지 그와 같이 하면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저도 사문이 되어 도(道) 안에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네가 기르는 소를 주인에게 돌려준 뒤에야 사문이 될 수 있다.”

“이 소는 집에 있는 송아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부처님께서는 제가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 소는 혼자 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네가 끌고 가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자 난타는 소를 돌려주고 와서 사문이 되었다. 

사문이 된 난타는 부처님께 또 물었다.

“부처님, 양쪽 언덕은 무엇이며, 중간에 잠기고 섬에 얹히며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에 잡힌다는 것은 무엇이며, 

물을 따라 돌아오고 썩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쪽 기슭이란 육신을 말하고, 

저쪽 기슭이란 육신이 없어짐을 말한다. 

중간에 가라앉음은 욕락에 빠지는 일이고, 

섬에 얹힌다는 것은 교만을 가리킨다. 

사람에게 잡힌다는 것은 비구가 재가신도 사귀어 

세속의 정을 같이 함으로써 도를 닦는 마음을 타락케 함이고, 

사람 아닌 것에 잡힌다는 것은 비구가 천상에 나고자 수행하되 

‘이 계행과 이 고행에 의해 천상에 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을 따라 돌아옴이란 그릇된 의심이고, 

썩는다는 것은 비구들이 성질이 악하고 계를 지키지 않으며, 

착한 일에 용감하지 못하고 자기 허물을 덮어 놓으며, 

청정한 수행자가 아닌데도 청정한 수행자인 체하는 것을 말한다.

                       ― 『증일아함增一阿含 마혈천자품馬血天子品』

갈무리 생각

  창호가 새벽빛으로 푸르게 물결치고 있다. 아래 절에서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 산방은 절 위 계곡에 있으므로 조그만 소리도 크게 공명이 되어 올라온다. 아마도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해맞이를 하러 산길을 나선 모양이다.

 계당산은 내가 은거하듯 살고 있는 화순군과 보성군을 경계 짓는 꽤 높은 산이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인생을 사유하게 하는 산이다. 계당산 허공의 빗방울은 화순군에서 불어 가는 바람을 만나면 보성강으로 갔다가 섬진강이 된다. 반대로 그 빗방울이 보성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면 화순의 지석강을 흐르다가 영산강에 섞인다. 

 어느 바람과 인연을 맺느냐에 따라 빗방울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어떤 종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길이 크건 작건 달라진다고 본다.

 심혼에 불을 당겨주는 부처님이나 좋은 친구 덕분에 인생길이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단비와 같은 부처님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내 삶에 꽃이 피기는커녕 흑풍(黑風)이 부는 사막처럼 무미건조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