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정토와 우란분재의 덕  

정면 3칸, 측면 2칸인 명부전 외벽에는 명부와 관련된 여러 폭의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첫 번째로 만나는 벽화는 연화화생도입니다.

극락에 있는 연못에 4색의 연꽃이 활짝 피었고, 그 연꽃에서 새로운 생(生)이 시작된 것입니다. 알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태로 생긴 것도 아니고, 습기로 생긴 것이 아니라, 내세(來世)가 정토세계에서의 청정한 삶으로 변화한 연화화생(蓮花化生)을 그린 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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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에 왕생(化生)한 네 사람은 자신들을 극락으로 인도해준 지장보살을 향해 합장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얼굴은 사람이고 몸통은 새로 이루어진 가릉빈가가 지장보살을 찬탄하고, 극락왕생한 사람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날아다니는 북과 장구 그리고 비파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극락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듣거나 그런 장엄을 생각하는 중생은 생사를 깨닫는 무생법인을 얻어 육근이 청정해진다’는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다음 칸에는 지옥에서 어머니를 구하는 목련존자가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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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제자 중 신통제일이라는 목건련존자도 지옥에 떨어져 아귀가 된 어머니의 배고픔을 덜어줄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너의 어머니는 죄악의 뿌리가 깊어서 너는 물론이고 천신이며 지신 그리고 사마외도 등도 구해줄 수 없으니, 우란분절에 시방 삼보에 공양을 올리는 재를 지내도록 하라’고 말씀하시지요.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여러 스님들을 모시고 시방 삼보에 공양을 올려 어머니를 구제합니다.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백중에 행해진 우란분재 덕분에 마귀의 고통을 일 겁 동안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입니다.부처님께서는 우란분재 공덕으로 ‘자신의 현생 부모뿐 아니라 먼 전생의 부모까지도 천도된다’ 고 하셨는데, 이 그림을 보면서 과거세의 부모까지도 천도되는 내용을 그린 벽화도 어느 사찰에는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명부전 벽화에 반야용선도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중생들의 가장 큰 발원이 반야용선을 타고 왕생극락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쌍계사 명부전에도 반야용선도가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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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파도가 일렁거리는 바다를 건너, 모든 것이 갖추어진 정토로 가려면 튼튼한 배를 타야합니다. 배는 물론이고, 탑승객도 튼튼한 몸에 지혜가 가득 담겨있어야 뱃멀미 없이 어려움이 가득한 건널 수 있습니다. 반야의 배를 탔다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뱃길을 가로막는 안개와 암초, 비바람 등의 크고 작은 장애를 막아주는 호위 책임자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빠르고 안전한 뱃길을 잘 알고 있는 선장이 있어야 하고, 그 선장은 승객을 목적지에 꼭 데려다 주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선장을 믿을 수 있지만 정토의 위치로 정확하게 인도해주는 등대불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벽화에 모든 것이 그려졌습니다. 장대하고 힘센 푸른 용이 배를 보호하면서 바다를 헤쳐 나갑니다. 반야의 뱃머리에는 기필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큰 대원을 세운 지장보살이 자리하였습니다. 그 뒤쪽에는 지장보살의 본원과 위신력을 믿고 수행하고 예경한 공덕으로 악업을 떨쳐낸 왕생하는 남녀노소가 보살님의 자비를 찬탄합니다.

혹시나 반야용선이 엉뚱한 길로 들어설 것을 우려한 인로왕보살은 지장보살이 잘 보고 따라오도록 큰 번을 휘날리며 구름을 타고 앞서 나갑니다.

법장비구의 대원으로 이루어진 정토

쌍계사 본존불은 아미타부처님이고, 모셔진 법당의 이름은 극락보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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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부처님은 ‘아미타불은 이미 10겁 전에 성불하셨고, 지금도 서쪽으로 10만억 불국토를 건넌 극락세계에 계시다’고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지 2566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극락정토에서 중생 제도에 끝이 없으신 연유는 전생인 법장비구 시절에 세운 48대원을 성취하신 때문입니다.   

깨달음을 성취한 법장비구는 부처님이 될 수 있음에도 ‘악업을 짓고, 반드시 열반에 들지 못하는 중생이 남아있다면 나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발원하셨을 정도로 크고도 큰 자비심을 가진 분입니다.

48대원 성취로 이루어진 극락세계는 ‘찬란하고 청정하게 장엄되어, 시방세계의 어느 세계보다도 뛰어나게 훌륭하다’고 말씀하신 것을 나타내려는 듯, 극락보전 내부는 아름답게 장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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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에 봉안된 목조여래좌상은 경기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제 181호)입니다.

머리를 앞으로 숙인 때문인지, 아미타부처님의 지혜를 돋보이려 한 때문인지 육계가 크게 보였습니다. 육계 위에는 올린 머리카락을 묶은 구슬(정상계주)이, 머리 중간쯤에는 곱슬머리를 묶은 구슬(중앙계주)이 큼직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넓은 이마와 콧대보다 눈두덩을 급격히 낮추었고 콧날은 미간에서 직각으로 벋어 내려서, 코가 낮고 옆으로 퍼진 우리 민족의 얼굴 특성과는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모(佛母)가 이를 알면서도 ‘부처님의 얼굴을 왜 이렇게 조성하였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제 나름으로 상단에서 중생을 가득한 자비심으로 내려 보시는 부처님 얼굴과 우러러 보는 우리들 눈의 부조화를 완충시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라 결론지었습니다.

부처님 용모의 대표적인 귓바퀴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늘어졌고, 눈썹은 초승달처럼 가늘게 초록빛의 유리 색으로 그렸고, 미간 중간에는 흰털(백호)로 부처님의 종호를 나타냈습니다.

오른손은 가슴까지 올렸고 왼손은 가볍게 무릎 위에 놓은 채 중품중생의 수인을 취하셨는데, 이는 불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지키고 열심히 수행한 중생을 맞이하시는 아미타부처님의 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았습니다. 

가슴 부근에 승기지는 치마(군의) 윗단을 묶으면서 졸라져 연꽃잎 모양으로 피어났습니다. 옷 주름은 급하게 꺾임을 주지 않고 굵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는데, 이런 부드러움이 모아져서 예경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연화대좌에 투각된 보배나무

목조여래좌상은 목조로 제작된 팔각대좌에 안치되었는데, 대좌가 별도의 유형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것은 문화유산으로의 가치가 여래좌상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좌에 담긴 의미와 나타낸 아름다움은 말씀드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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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소재가 목재이므로 대좌도 당연히 목재로 제작하여, 조화를 맞추었을 것입니다. 불상을 무거운 청동이 아니라 가벼운 목재로 조성하였더라도 공경 받아야 마땅한 분을 모시는 자리임을 드러내고자, 상단 중단 하단의 삼단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대는 연꽃잎 모양으로 피어오른 조각판으로 짰고, 사자의 짧은 다리 생김새의 여덟 개가 받쳤습니다. 그 위에 하대 밑판을 놓았고, 그 밑판 위에 세층의 중대 괴임을 놓고, 그 위에 중대를 장식하였습니다.

중대를 이룬 팔면(八面)은 열 개의 탱주로 나뉘어졌는데, 각 면은 아미타부처님의 불국토인 극락세계가 투각으로 화려하게 장엄되었습니다. 극락세계는 줄지어 피어있는 보배나무에서 나오는 빛으로 눈이 부시고, 맑은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는데, 그 소리는 설법으로 들려 저절로 부처님과 불법을 생각하게 한다고 합니다. 

‘극락세계에 왕생하고 삼매에 들게 하는 법문을 듣게 된 천인(天人)이며 용이 한 결 같이 기뻐하며 예배하였다’는 경전의 내용에 따라 중대에는 천녀와 용을 새겨졌습니다.  

세층의 받침과 갑석위에 꾸며진 상대의 궁판 각각마다에 안상이 뚫렸습니다. 궁판 사이에 세운 계자각 끄트머리에는 크고 작은 하엽이 가느다란 돌란대를 잡거나 받쳐 들었습니다. 보배나무가 가득한 극락세계를 표현하듯 초록색을 바탕으로 한 팔각대좌의 틈새 틈새에 금빛을 칠했는데, 간간이 칠한 금빛이 화려함을 북돋아 연화좌가 훨씬 멋져 보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서쪽을 향해 마음을 가다듬어 집중하면 극락세계와 아미타불 그리고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볼 수 있으며, 그 두 보살은 극락세계에 태어난 수많은 성문과 보살들 중에 가장 존귀한 보살이라 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여러 사찰 극락전에는 아미타부처님의 좌우 보처로 관세음보살상과 대세지보살상을 봉안하고 있습니다.(망자 천도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을 봉안하는 사찰도 많이 있습니다)

쌍계사는 흰 도자기로 빚은 백의관음보살만 아미타불의 왼쪽 편에 봉안하였는데, 우협시를 모시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무슨 연유가 있을 겁니다. 법당 이름을 극락전이 아니라, “보(寶)”자를 넣어 “극락보전”으로 지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