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 업보로 미천하게 태어난 ‘뿐니까’ 

고따마 부처님은 <이띠붓따까(itivuttaka. 여시어경)>에서 중생들이 버려야 할 것 여섯 가지에 대해 언급한다. 탐·진·치와 분노, 멸시 그리고 교만(자만심)이 그것이다. 이것을 버릴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음을 보증한다고 천명할 만큼 반드시 버려야 할 마음들이다. 이 가운데 교만심의 위험에 대해 부처님은 이렇게 밝히셨다. 

“수행들이여, 하나의 원리를 버려라. 그대들에게 나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보증하는 자이다. 어떠한 하나의 원리인가? 수행승들이여, 교만심이라는 하나의 원리를 버려라. 그대들에게 나는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보증하는 자이다.” 

  -전재성 옮김 <이띠붓따까(itivuttaka. 여시어경> ‘교만의 경(Mānasutta)’

부처님은 이와 같은 의취를 설하셨고 그와 관련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교만을 지닌 뭇삶(중생)은 

교만으로 인해 나쁜 곳으로 간다. 

그 교만을 올바로 알아서 

통찰하는 자는 끊어 버린다. 

끊어버린 뒤에 이 세상으로

결코 그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부처님은 이어 <이띠붓따까> ‘교만에 대한 완전한 앎의 경(Mānapariññāsutta)’에서 교만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행승들이여, 교만을 곧바로 알지 못하고, 완전히 알지 못하고, 거기에서 마음을 사라지게 하지 못하고, 끊어버리지 못하는 자는 괴로움을 부술 수가 없다. 그러나 수행승들이여, 교만을 곧바로 알고, 완전히 알고, 거기에서 마음을 사라지게 하고, 끊어버리는 자는 괴로움을 부술 수가 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이 설한 후 그와 관련하여 이렇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교만을 지니고 교만에 묶여

존재를 즐기는 뭇삶(중생)들

교만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자들은

거듭 존재로 윤회한다. 

교만을 끊어버리고 

교만을 부수어 해탈한 자들,

그들은 교만의 결박을 극복하여

일체의 괴로움을 뛰어넘은 것이다. 

- 전재성 옮김 <이띠붓따까> ‘교만에 대한 완전한 앎의 경(Mānapariññāsu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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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심은 어떤 마음일까. 잘난 체하고 겸손함이 없으며, 건방을 떠는 마음이다. 따라서 교만심은 불평불만을 일으키고 자연스럽게 온갖 악업을 짓는 방향으로 인도한다. 교만으로 인해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비로소 성자의 흐름에 든 장로니 뿐니까(Puṇṇikā)의 삶은 교만의 폐해에 대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뿐니까(Puṇṇikā)는 고따마 부처님 이전의 여러 부처님들 아래서 태어나 덕성을 닦고 이러저러한 생에서 해탈을 위해 착하고 건전한 공덕을 쌓았다. 그녀는 위빳씬(Vipassin) 부처님 당시에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성년이 되자 인연이 무르익으면서 외경을 일으켜 수행녀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듣고 청정한 믿음을 내어 출가했다. 출가 후 그녀는 청정한 계행을 지키며 건전한 삶을 살았고, 삼장(三藏)을 배워 박학한 가르침의 전문가, 가르침의 설법자가 되었다. 

그녀는 위빳신 부처님의 교법에 출가했던 것처럼 씨킨(Sikhin), 웨싸부(Vessabhu), 까꾸싼다(Kakusandha), 꼬나가마나(Koṇāganama), 깟싸빠(Kassapa) 부처님의 시대에도 빠짐없이 부처님의 교법에 출가하여 청정한 계행을 지키고 삼장을 배워 박학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가르침의 설법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박학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교만을 키웠기 때문에 오염을 완전하게 끊을 수가 없었다. 이 교만으로 인해 생겨난 업 때문에 그녀는 고따마 부처님께서 탄생할 무렵, 사왓티에 기원정사를 지어 보시한 부호 아나타삔디까 집안의 하녀의 태에서 태어나 ‘뿐니까’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녀라는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것뿐만 아니라, 그녀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어 고아로 자라야 하는 불행을 겪었다. 성장하면서 조금씩 철이 들 무렵 그녀는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궁금증은 어렴풋하게나마 그녀의 부모에 대해 알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버지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머니에 대해선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그녀가 알아낸 것 그녀의 어머니 역시 자신처럼 하녀 신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뿐니까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녀의 어머니는 일을 야무지게 잘 하는 데다가 성격도 무던해 많은 이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는 뿐니까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병마로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너무 어릴 적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기에 뿐니까에게 어머니에 관한 기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뿐니까를 안쓰럽게 여긴 주변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곤 했지만, 부모가 없는 고아라는 현실은 그녀에게 늘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옛 기억을 꺼낼 때마다 뿐니까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 기울여 들었다.

“뿐니까, 네 엄마는 추운 겨울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물을 긷기 위해 강가로 나갔단다. 문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손이 시릴 지경이었는데, 직접 물을 만져야 했으니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모두가 꺼려 하는 일이었지만 네 엄마는 늘 웃으며 그 일을 하곤 했단다. 그래서 네 엄마에게 다들 고마워했지. 뿐니까, 네 엄마는 참 훌륭한 분이었단다.”

누구나 그녀의 어머니를 말할 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훌륭한 인품으로 존경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슬픔도 컸다. 그토록 훌륭했다는 어머니는 왜 일찍 죽어야 했을까? 악한 사람은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데…. 의문은 깊어졌지만 마땅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하인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탓하며 자신의 신세를 서글퍼했고, 마침내 저주까지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그랬듯, 뿐니까도 한겨울에 물을 뜨기 위해 강가로 나가야 했다. 어머니와 달랐던 건, 불평과 불만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 하인을 관리하는 집사는 뿐니까가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했을 때 몽둥이를 들고 모질게 때리곤 했다. 그녀는 이렇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에 짜증이 났고 분노가 일었다.

‘나는 왜 하필 하인으로 태어나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가. 하인으로 태어났어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누군지도 모른다. 다들 행복하게 사는데 나는 왜 이런 걸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품을 때부터 뿐니까는 쌓아둔 의문과 불만을 조금씩 분노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아졌고 거짓말을 하거나 욕을 내뱉는 일도 예사롭지 않게 했다. 성격이 차츰 괴팍하게 변하자 뿐니까를 안쓰럽게 여기며 살갑게 대해주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뿐니까에게는 말을 거는 이조차 없어졌다. 그래도 뿐니까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뿐니까는 심부름을 하기 위해 기원정사에 가게 되었다. 그녀도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부처님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부처님이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만과 화로 가득 차 있는 뿐니까에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그렇고 그런 소문에 지나지 않았다. 부처님이 계시는 기원정사에는 처음 가보는 것이었지만 별생각은 없었다. 그저 심부름으로 물건만 갖다주고 나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침 그날은 사왓티 시 사람들이 기원정사에 모여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날이었다. 약속했던 이에게 물건을 건네주고 돌아서려는데 부처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자들이여. 성내는 것은 모든 법을 잃어버리는 바탕이 되고 악한 세계에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성냄의 원인이라고 믿는 그것이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성을 돋우게 되느니, 성내려는 생각은 마음을 뒤덮어버린다. 세 가지 번뇌 가운데서도 분노가 가장 거세다. 그러므로 성내려는 그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그 생각이 더 커지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 뿐니까는 얼어붙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분노하며 갖은 악행을 저질러왔던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분노를 표출할수록 쾌감이 일어나 더욱 큰 분노를 터뜨리게 되는 악순환을 헤매는 동안, 나는 악한 세계에 얼마나 가까워졌던 것일까.’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의 일그러진 표정들이 떠올랐다. 

이날 부처님의 법문을 들은 뒤 뿐니까는 번뇌를 제거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튿날부터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기원정사로 가고자 했다. 하녀의 신분이어서 기원정사를 매일 방문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녀의 간절함을 더 북돋게 했다. 다행히 법문을 듣게 되면 악업을 녹이고 깨달음에 이르겠다는 바람의 크기만큼 깊고 고요한 선정에 잠겨 부처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음에 새겼다. 

그렇게 열심히 정진한 결과, 뿐니까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옭아맸던 세 가지 번뇌를 내려놓았고 더 이상 악업에 물들지도 않았다. 미소를 머금은 얼굴과 부드러운 말투, 배려 어린 행동은 누구보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험상궂은 표정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던 뿐니까가 아니었던가. 뿐니까를 외면해오던 사람들조차 시나브로 그녀를 오히려 존경하게 되었고, 심지어 스승처럼 여기는 사람도 생겨났다.

어느 날, 뿐니까는 평소처럼 물을 긷기 위해 강가로 나아갔다. 얼마 전까지는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며 걷던 길이었으나 더는 그런 마음은 없었다. 대신에 부처님의 말씀을 되뇌며 수행하듯 평화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가에 이르자 뿐니까의 시야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왔다. 손끝만 살짝 닿아도 온몸이 얼어붙을 것처럼 차가운 물속에 한 바라문이 들어가 목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도 고통스러울 텐데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실제로 바라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몸은 지진이 난 땅 위에 서 있는 듯 떨리고 있었다. 뿐니까는 물을 긷다가 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 없어 바라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제가 이곳에 오는 이유는 물을 긷기 위해서입니다. 즐겁진 않지만 하녀의 신분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일을 합니다. 바라문께서도 몸을 떨고 계시는 걸 보니 물속에 계시는 게 즐겁진 않은가 보네요. 이토록 추운 겨울에 옷까지 벗고 목욕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바라문은 자신에게 천한 하녀가 말을 건네는 것이 마땅찮은지 얼굴을 더욱 구기다가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이보게 뿐니까여,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게 되고,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를 차단하게 된다. 그대는 알면서 질문하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악업을 씻고 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면 악한 업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가르침을 잘 새겨듣도록 하라.”

하지만 뿐니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악업을 녹이는 과정은 내면에 가득했던 삼독을 벗겨내는 마음의 수행이었지, 물로 육신을 씻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궁금함이 풀리지 않아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무지하면서 무지한 자에게 목욕재계하면 참으로 악한 업에서 벗어난다고 어떤 자가 당신에게 말한 건가요? 그것이 맞는 말이라면 개구리, 거북이, 그리고 용, 악어, 다른 수행동물들도 당연히 천상세계로 갈 수 있겠네요? 또한 그게 맞는 말이라면 양도살자, 돼지도살자, 어부, 사슴사냥꾼, 도적, 사형집행인과 다른 악업을 지은 사람들도 목욕재계를 하는 것만으로도 악한 업에서 벗어나겠군요? 이 강물이 예전에 지은 당신의 악업을 씻어낸다면, 공덕도 씻어낼 것이니, 그러면 그대는 소외자가 될 뿐입니다. 바라문이시여! 당신은 떨면서 항상 물속에 들어가는데, 이런 어리석은 행동 그만두시고 어서 차가운 물속에서 나오세요. 냉기가 피부를 상하게 하지 마세요.”

한낱 하인에 불과한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던 바라문은 뿐니까의 말을 듣고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당황했다. 뿐니까의 말처럼 악업을 물로 씻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망상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뿐니까여. 존귀한 여인이여, 그대는 삿된 길로 향하던 나를 고귀한 길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이 목욕재계의 옷을 그대에게 보시하겠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바라문이시여, 옷은 그대의 것이고, 나는 옷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대가 괴로움을 두려워한다면, 만약 그대가 괴로움을 싫어한다면, 공개적으로나 비밀리에나 악한 행위를 하지 마십시오. 그대가 악한 행위를 만약에 하려 하거나 한다면, 날아가거나 도주하더라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대가 괴로움을 두려워한다면 만약 괴로움을 싫어한다면, 여여한 깨달은 님과 가르침과 참모임(상가)에 귀의하십시오. 그리고 계행을 지키십시오. 그것이 그대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뿐니까의 말을 들은 바라문은 물속에서 나와 옷을 입고 차분하게 앉은 채로 발원했다.

“부처님과 그분의 가르침과 가르침을 받드는 상가에 귀의하겠습니다. 그리고 계행을 지키겠습니다. 저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바라문교 수행자를 부처님의 상가에 귀의하게 만든 뿐니까는 그 후에도 하인 계급으로 쉴 틈 없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일상 속에서도 수행을 거듭했다. 그리고 강가에서 99번째 물을 긷던 날,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허락을 받아 정식으로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비구니가 된 뿐니까는 어느 날, 상가의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네 가지 집착이 있다.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한 집착, 견해에 대한 집착, 규범과 금계에 대한 집착, 자아이론에 대한 집착이 있다. 어떠한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이 모든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주장하더라도, 그들은 모든 집착에 대한 완전한 앎을 올바로 시설하지 못한다. 즉,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고, 견해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고, 규범과 금계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더라도, 자아이론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참으로 그들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은 그 한 가지 경우에 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집착에 대한 완전한 앎을 주장하더라도, 그들은 모든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지는 못한다. 즉 감각적 쾌락의 욕망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고, 견해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고, 규범과 금계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더라도, 자아이론에 대한 집착에 관한 완전한 앎을 시설하지 못한다.”

-전재성 옮김 <맛지마니까야> 사자후의 품 ‘사자후에 대한 작은 경’ 중에서   

부처님이 ‘사자후의 경’을 설할 때에 뿐니까는 흐름에 든 경지(예류과)를 얻었고, 나중에는 부호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그녀는 통찰수행을 닦으면서 오래지 않아 분석적인 앎과 더불어 거룩한 경지를 얻었다. 

그녀는 거룩한 경지를 얻고 나서 자신의 실천을 성찰하면서 자신의 일생을 관통하는, 그리고 한 바라문을 교화하는 십여 편의 시를 읊었다. 이 시들은 뿐니까 장로니가 출가 전에 물 긷는 하녀였던 것을 밝힌 첫 번째 시,

나는 물 긷는 하녀였는데,

귀부인의 처벌에 두려워하고 떨면서

화내는 말의 공포에 시달리며

추울 때에도 항상 물속에 들어갔다.

가 있다. 어어 목욕재계를 위하여 눈 내린 겨울 아침 일찍 물속에 들어간 바라문이 추위에 떨면서 이빨을 부딪치는 것을 보고 그녀의 마음은 연민으로 자극을 받아 그를 사건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두 번째 시,

존귀한 자여, 무엇이 두려워

항상 물속에 들어가는가?

사지를 떨면서도

그대는 심한 추위를 견뎌낸다. 

가 이어진다. 그러자 바라문은 자신이 물속에 들어간 연유를 밝히는 시,

이 보게 뿐니까여,

착하고 건전한 행위를 하고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를 차단하니, 

그대는 알면서 질문하고 있다. 

노인이건 젊은이이건

악한 행위를 하는 자는

목욕재계하면,

악한 업에서 벗어난다. 

두 편을 읊었다. 이에 뿐니까는 사견에 빠진 바라문을 반박하여 다섯 편의 시,

무지하면서 무지한 자에게

‘목욕재계하면, 참으로

악한 업에서 벗어난다.’라고

어떤 자가 그대에게 설했을까요?

일체의 개구리, 거북이,

그리고 용, 악어, 

다른 수행동물들도

천상세계로 갈 수 있겠네요?

또한 양도살자, 돼지도살자, 

어부, 사슴사냥꾼, 

도적, 사형집행인과

다른 악한 자들조차도

목욕재계만으로도

악한 업에서 벗어나겠군요.

이 강물이 예전에 지은

그대의 악업을 씻어낸다면,

공덕도 씻어낼 것이니,

그러면 그대는 소외자가 될 뿐이오. 

존귀한 자여, 그대는 떨면서

항상 물속에 들어가는데,

존귀한 자여, 그만두시오. 

냉기가 피부를 상하게 하지 마시오. 

를 읊었다. 하녀 뿐니까의 반박을 듣고 깨우친 바라문은 감사를 표하며 옷을 보시하며 그다음의 한 편의 시,

존귀한 여인이여,

삿된 길을 걷고 있는 저를 고귀한 길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이 목욕재계의 옷을

그대에게 보시하겠습니다. 

를 읊었다. 이에 뿐니까는 바라문의 선물을 거절하면서 삼보에 귀의하고 계행을 지킬 것을 충고하며 다시 네 편의 시,

옷은 그대의 것이고,

나는 옷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대가 괴로움을 두려워한다면,

만약 괴로움을 싫어한다면,

공개적으로나 비밀리에나

악한 행위를 하지 마시오. 

그대가 악한 행위를

만약에 하려 하거나 한다면,

날아가거나 도주하더라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대가 괴로움을 두려워한다면,

만약 괴로움을 싫어한다면,

여여한 깨달은 님과

가르침과 참모임에 귀의하시오.

그리고 계행을 지키시오.

그대에게 이익이 될 것이오. 

를 읊었다. 그러자 바라문은 뿐니까의 간곡한 충고를 받아들여 부처님의 상가에 출가할 것이며  삼귀의와 계행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한 편의 시,

깨달은 님과 그분의

가르침과 참모임(상가)에 귀의합니다.

그리고 계행을 지키겠습니다.

저에게 이익이 될 것입니다. 

를 읊었다. 이 바라문은 뿐니까에 밝힌 의지대로 나중에 부처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듣고 출가한 뒤에, 오래지 않아 거룩한 경지를 얻었고, 비로소 진정한 목욕재계를 할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하며 감흥 어린 시구로써 마지막 시,

예전에 혈통이 존귀한 님이었으나,

오늘 참된 존귀한 님이 되었으니,

세 가지 명지에 정통한 자, 예지를 갖춘 자,

학식 있는 자, 목욕재계한 자가 되었다.   

를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