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기자가 농반진반으로 부르는 별칭 ‘진각종의 보배’라고 부르는 분이 있다. 그는 장용철 진각복지재단 사무처장이다. 20년 전 진각종보(현 밀교신문)의 책임자 지현 정사로 처음 만나서인지 아직까지도 기자의 입에는 지현 정사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런 분이다.

어눌한 말투에 북쪽 사람들을 많이 닮은 외모여서 그를 북의 조선불교도연맹 사람들도 허물없이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기자는 국내외 여러 현장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진각종 정서에서, 진각종이 대북교류에서만은 선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장용철 처장의 역량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최근 진각종이 복지분야의 제1종단이라는 칭송을 받는 것도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지만.

아무튼, 북을 자주 오가고, 그들과 차곡차곡 친분과 신뢰를 쌓는 저 크렘린 같은 양반이 언젠가 일을 낼 것이라는 예감을 기자는 일찌감치 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눌한 듯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이 만큼 실속과 명분을 챙기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북한에 현존하는 64개 사찰의 화보집을 냈다. 책의 이름은 『오늘의 북한불교』(도서출판 진각종해인행). 기자 역시 10여 년 전, 북 조불련의 초청으로 북을 방문해, 묘향산 보현사와 상원암, 정방산 성불사와 구월산 월정사, 평성시 안국사를 비롯해 평양의 주요 사찰들을 돌아보고 기사를 썼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을 펴드는 감회가 남달르다. 당시는 고작해야 8개 사찰을 돌아보는데 그쳤지만 이 책은 무려 64개, 북한에 현존한 모든 사찰을 망라한, 요긴한 설명을 곁들인 화보집이니 그 가치는 책값 2만원으로 한정할 수 없다.

북한에 현존하는 사찰이 64곳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나, 이름만 들었거나, 이름조차도 몰랐던 북한의 명찰들을 사진이지만 친견할 수 있게 해준 그의 공덕은 엄청날 것이다.

크게보기

크게보기

이 책에는 남에서도 잘 알려진 묘향산 보현사, 평양 광법사, 용화사, 정릉사, 법운암과 이은상의 작시로 유명한 사리원 정방산의 성불사, 구월산 월정사와 금강산 표훈사, 박천 심원사와 평성 안국사, 금오스님과 월산스님이 첫 만남을 가진 석왕사를 비롯해 이름만 전해지던 사찰들, 최근 복원된 개성 영통사와 금강산 신계사 등이 실려 있다. 꽤 큰 사격을 갖춘 절도 있지만 현암(매달린 절)과 같은 작은 암자들도 소개되어 있다. 어느 절 하나 그냥 지나칠 것이 없다. 북쪽에 부처님과 부처님이 모셔진 절과, 부처님을 찬탄하고 불교를 형상화한 불교유적이 그래도 64곳이나 남아 있다는 자체가 감동이고 고마움이다.

이 책으로 인해 남쪽에서 북의 불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두 가지 의문점, 즉 정상적인 불교신앙이 존재하는가와 얼마만큼의 전통사찰이 현존하는가라에 대한 해답은 어느 정도 된 듯하다.

장용철 처장은 말한다. 북한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불교’를 모두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시각에 따라 북의 불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북의 불교 역시 불교라는 이름으로 특수한 환경과 인연에 적응해온 한반도 불교의 또 다른 모습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단청이 벗겨지고, 도리는 좀 먹었어도, 기와는 삭아 흘러내리기 직전이고, 불상은 가금으로 개금해 검은 빛이 돌아도 그 것 또한 이 땅의 불교를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향화를 이어가게 하는 법신 부처님의 크나큰 가피가 아니겠느냐고 장 처장은 반문한다.

편저자 장용철 처장은 종교를 금기시했던 북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64곳의 사찰이 남아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은 500여장에 이른다. 장용철 처장과 진각종 통리원이 북측의 조선문화보존사가 제작한 필름자료 판권을 중국에 있는 한 업체를 통해 확보해둔 사진들과 누락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한 것들이다.

이 책은 북한의 현존 사찰 64곳을 지역별로 묶어 간략히 소개하고 전경과 전각, 내부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지역별로는 평양 5곳, 개성 4곳, 평북 19곳, 평남 3곳, 자강 2곳, 황해북도 4곳, 황해남도 6곳, 양강 1곳, 함북 4곳, 함남 7곳, 강원 9곳 등이 남아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평안북도 구장 보월사와 평안남도 성천 향풍사, 함경북도 경성 관해사, 라선특급시 청계사 등 4곳은 사진을 입수하지 못해 싣지 못한 것이 아쉽다.

문헌에 의하면 해방 전 북한지역에는 31본산 가운데 8개의 본산과 403곳의 사찰이 있었다. '오늘의 북한불교'는 북한지역 본산 중 사리원(옛 황주) 성불사, 평원 법흥사, 향산(옛 영전) 보현사, 고산(옛 안변) 석왕사가 남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현존하는 북한불교의 사암 전체를 수록한 최초의 책 『오늘의 북한불교』는 남과 북의 불교가 한 뿌리임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이로 인해 남북불교는 한 걸음 더 성큼 가까워진 것이다. 기자 이전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지현 장용철 처장의 노고에 큰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