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마와 그의 제자들

달마와 그의 제자들8

우봉규 | | 2022-01-18 (화) 08:35

달마, 중국으로 건너가다 2


 그 후 달마는 후위 효문제孝文帝가 세워 놓았던 숭산에 들어가 힘껏 정진에 몰두했다. 달마는 소림사에 자리를 잡고 법을 전할 제자가 나타날 때까지 고요히 좌선에 잠겼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주야로 얼굴을 벽에 대고 고요히 앉아 있을 뿐이어서 당시 사람들은 달마를 '벽관 바라문'이라고 불렀다. 벽을 바라보는 바라문이라는 뜻이다. 


 정신을 모아 멈추고 벽을 바라보면, 

 나와 남이 없고 범부와 부처가 같으리라 


 달마가 오기 전에는, 예부터 내려온 제가의 해설은 모두가 이전의 사선팔정이었으며, 여러 고승들이 모두 그것을 수행하여 효과를 얻었다고 했지만 역시 이전의 선의 수행의 형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달마는 불립문자(不立文字 : 문자로써 부처의 뜻을 세우지 않는다)·교외별전(敎外別傳 : 문자·언어·경전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 아닌 사제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직접 전한다.)·직지인심(直指人心 : 교리를 추구하거나 계행을 닦지 않고 직접 사람의 마음을 지도한다)·견성성불(見性成佛:바로 자기의 마음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이 본래 부처였음을 깨닫는다)의 4구절로 불교의 교의와 역사를 집약했다.  

 효명제가 달마의 이러한 교의를 듣고 사자와 조서를 보내어 부르기를 세 차례나 하여도 끝내 달마는 소림을 떠나지 않았다. 명제의 뜻은 더욱 굳어져서 마납가사 두 벌과 금발우, 은병, 비단 따위를 하사했으나 달마는 굳이 사양하여 세 번이나 돌려보냈다. 그러나 네 번째, 명제의 뜻이 진심임을 알고, 달마는 그제야 비로소 받았다.



축연, <달마대사>, 비단에 수묵, 28.5×33.8cm, 간송미술관
 


 달마는 그로부터 9년 동안 한결같이 자신이 말한 바를 수행하였다. 그러자 승속의 제자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달마는 비로소 다시 서쪽의 인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제자들에게 물었다. 

 "때가 되었다. 너희들은 얻은 바를 말해 보라."

 이때에 도부가 대답했다. 

 "제가 보기에는 문자에 집착하지 않고 문자를 여의 지도 않음으로써 도를 삼가는 것입니다."

 달마가 말했다.

"너는 나의 가죽을 얻었다."

총지가 말했다.

"진리는 불국토를 잠시 보는 것입니다. 한 번은 볼 수 있어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아난이 아촉불국을 보았을 때에 한 번 보고 다시 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너는 나의 살을 얻었다."

도육이 말했다.

"사대四大가 본래 공하고 오온五蘊이 따로 있지 않으니, 제가 보기에는 한 법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너는 나의 뼈를 얻었다."

  마지막 차례, 그의 법을 전해 받게 되는 2조 혜가는 침묵만 했다. 그러자 달마가 혜가의 마음을 읽고는 빙긋 웃었다.

 “너야말로 내 골수를 얻었도다.”

 혜가가 일어나 절을 하자 달마가 말했다.

 "옛날에 여래께서 정법안장을 가섭에게 전하였는데 차츰차츰 전해서 나에게까지 이르렀다. 내가 이제 그대에게 전하노니, 그대는 잘 지키라. 그리고 가사를 겸해 주어 법의 시표를 삼노니, 제각기 표시하는 바가 있음을 알라."

 혜가가 말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달마가 대답했다.

 "안으로 법을 전해서 마음을 깨쳤음을 증명하고, 겉으로 가사를 전해서 종지宗旨를 확정한다. 후세 사람들이 얄팍하여 갖가지 의심을 해서 내가 인도 사람이요, 그대는 이곳 사람이니 무엇으로써 법을 증득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냐고 할 것이니, 그대가 지금 이 옷을 받아 두었다가 뒤에 환란이 생기거든 이 옷과 나의 게송을 내놓아서 증명을 삼으면 교화하는 일에 지장이 없으리라. 내가 열반에 든 지 200년 뒤에 옷은 그치고 전하지 않아도 법이 항하사恒河沙 세계에 두루 하리라. 허나 도를 밝힌 이는 많아도 행하는 이가 적으며 진리를 말하는 이는 많으나 진리를 통달하는 이는 적으리라. 진리에 부합해서 비밀히 증득할 이가 천만이 넘으리니, 그대는 잘 드날리어 깨닫지 못한 이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 한 생각 돌이키면 본래 깨달은 것과 같으리라. 나의 게송을 들으라."

 제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달마의 게송을 들었다.


  吾本來茲土

  傳法救迷情

  一花開五葉

  結果自然成


  내가 본래 이 땅에 온 것은

  법을 전해 어리석은 이를 제도하려는 것이다

  한 송이의 꽃에 다섯 꽃잎이여

  열매는 자연히 이루어지리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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