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생전 모습을 초의스님에게 그리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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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에는 불화 스타일의 다산 초상화가 전해진다.

의관을 제대로 차려 입고 사진관 의자 같은 서양식 의자에 앉아 연꽃 모양 부채를 들고 한껏 폼을 잡고 있는 다산의 초상화이다.

사진관에서 복식 차려입고 얼굴 단장하고 조명 받아 사진 찍듯이 초상화 그리려면 정장을 하고 의자에 앉아 몇 차례 폼을 잡아 줘야 한다. 초의 스님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특별한 느낌의 다산 초상화는 불화와 단청은 물론이고 산수화와 인물화에도 일가를 이룬 초의 스님에게 일부러 다산초당을 그리게 하고 자신의 초상화도 그리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소치 허련이 그린 초의 선사 진영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초의 스님이 그린 다산 정약용의 초상화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산은 1762년 경기도 광주군에서 태어났다. 8대가 연이어 홍문관에 들어갔기에 8대 옥당이라 칭송된 명문가 집안이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고 있으니 

멀고 가까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특했던 다산은 7살 때에 위의 시를 지었다. 어린 아들이 지은 시를 본 부친 정재원은 분수에 밝으니 자라면 틀림없이 역법과 산수에 통달할 것이라 하였다.

아암 혜장 스님의 스승 되는 연담 유일 스님을 만난 것은 아버지가 화순 현감으로 내려왔을 때이다. 그때 다산의 나이 17세 화순출신의 연담 스님은 58세의 고승이었다. 17세 소년이 화순 동림사에서 만난 58세 연담 스님의 덕행을 시로 노래한다.

‘백발의 스님은 검은 승복을 입고

솔잎에 멀건 죽으로 목을 축이네

칡뿌리로 만든 모자로 이마를 가리고

꽃이 피고 꽃이 져도 거들떠보지 않네

내 들으니 설파가 선정에 들었다고 하는데

그 높은 발걸음이 여기에 스며든 건 아닌가?’

어린 소년의 불교 이해와 한시 표현이 놀랍다. 시에 나오는 설파 스님은 연담의 스승으로 화엄에 밝았던 대흥사 스님이다.

다산은 유학자지만 서학에 관심 갖고 요한이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다. 불가의 승려들과 교류하면서 잊혀 가던 차문화의 전통이 되살아나게 한다.

초의 스님에 의해 생전 모습 그대로 그려진 다산 초상화는 천주교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에 소장되었다.

기이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