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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학이 새롭게 편집해 출간한 김달진 선생의 책 두 권.

김달진 선생(1907∼1989)은 경상남도 창원 지역에서 활동한 시인이자 한학자이다. 1907년 2월 4일 경상남도 진해시 소사동에서 태어났다. 김달진 선생은 젊은 시절 불교의 세계를 접하고 수도 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불교에 대한 김달진의 열정은 작고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선생은 1989년 6월 7일 오전 11시 10분 82세의 나이로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643번지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하였다.

김달진 선생은 1920년 계광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가서 중앙고등보통학교를 다니다가 신병으로 중단하였다. 1923년 다시 서울에 있는 경신중학을 다녔으나 4학년 때 일본인 영어 교사 추방 운동에 앞장서다 퇴학당하였다. 그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모교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하였다. 1936년에 유점사 공비생(公費生)으로 중앙불교전문대학(혜화전문학교의 전신, 현 동국대학교)에 입학하여 1939년 졸업하였다.

김달진 선생은 1929년 <문예공론>에 ‘잡영수곡’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 후 생명파 시인인 서정주·김동리·오장환 등과 ‘시인부락’의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쳐 나갔다.

김달진 선생의 삶은 불교를 접하며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었다. 선생은 1934년 금강산 유점사의 승려 김운악(金雲岳)을 스승으로 모시며 불교의 세계에 다가갔다. 불교의 세계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김달진 선생은 활발하게 문학 작품을 발표하였다. 김달진은 은사 백용성(白龍城) 스님을 좇아 함양 백운산 화과원(華果院)에서 반농반선(半農半禪)의 수도 생활을 하였다.

김달진 선생은 일본 경찰을 피하기 위해 유점사를 떠나 북간도로 갔다가 광복 이후 서울로 돌아와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시작하였다. 곧 짧은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1946년 교직에 몸담아 경북여자중학교, 진해중학교를 거쳐 경상남도 창원군 남면중학교(현 창원남중학교) 제2대 교장으로 취임하였다. 그리고 1960년 창원군 남면중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였다. 1962년 동양불교문화연구원장을 역임하였고, 1964년 이운허(李耘虛)를 법사(法師)로 모시고 동국대학교 동국역경원(東國譯經院) 심사위원으로서 고려대장경 역경 사업을 펼쳤다.

김달진 선생은 불교 관련 문학 작품을 많이 발표하였는데, 부처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 서사 시집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1984)와 서산대사의 시선집 및 한국의 선시(禪詩)를 소개하는 저서들을 출간하였다. 시집으로 <청시>(1940)·<올빼미의 노래>(1983)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장자>·<법구경>·<손오병서>(1954)·<한국의 사상 대전집>(1972)·<한국선시>(1985)·<금강삼매경론>(1986)·<당시전서>(1987)·<보조국사전서>(1988)·<산거일기>(1990) 등이 있다. 김달진 전집은 총 19종 22권에 달한다.

김달진 선생은 1991년 10월 20일 은관문화훈장에 추서되었다. 1995년 4월 김달진의 제자인 경남대학교 교수 신상철이 중심이 되어 김달진 시비를 건립하였다. 1996년부터 경남시사랑문화인협의회를 주축으로 김달진문학제전위원회를 결성하여 해마다 가을에 경상남도 진해시에서 김달진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또 김달진의 문학과 불교에 대한 열정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10월 경상남도 진해시에 김달진 문학관을 개관하여 김달진의 문학적 혼을 알리고 있다.

이번에 펴낸 책은 1954년에 펴낸 <법구경>과 1985년에 펴냈던 <한국선시>를 새로이 편집해 작은 휴대용 책으로 재출간한 것이다. 선시와 법구경의 가르침은 짧은 내용 속에 깊은 가르침을 주는 것으로 늘 손 안에 넣고 다니면서 읽고 삶의 자양분으로 삼으라는 배려로 작은 크기로 만들었다.

<지혜의 말씀 법구경>은 이 책의 편저자 최동호 교수(고려대)가 월하 김달진 선생의 <법구경>을 통독하고 선생을 만난 소중한 인연이 씨앗이 되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1968년 초겨울 <법구경>을 우연히 구입해 밤새 통독하며 받았던 영감과 감동을 오늘날 한글 세대에게도 온전하게 전해주고 싶다는 원력이 최 교수로 하여금 이 책을 새로이 펴내게 한 것이다.

원문은 김달진 선생의 뛰어난 번역을 그대로 실었고, 거기에 최 교수가 새로운 세대를 위해 주(註)를 약간 보완하고, 동서양의 금언명구를 추가하여 원문과 함께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법구경>이 동양의 지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의 명언들을 폭넓게 수용하고자 했다.

지난 30년 동안 마음의 동요를 느낄 때마다 틈틈이 김달진 선생의 <법구경>을 읽으며 살아왔다고 고백한 최동호 교수. 이미 간행된 법구경을 누구나 손에서 가까이 읽을 수 있도록 새로운 판본으로 엮은 그의 단심이 아름답다.

또 한 권의 책 <한국선시의 새벽>은 지난 2004년 8월 ‘2005 프랑크프르트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에 의해 ‘한국의 책 100권’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던 김달진 편역 <한국선시>(열화당, 1985)를 모본으로 하여 영역판 출간을 위해 가려 뽑은 113편을 엮은 선시선집이다. 당시 영역본은 미국의 화이트 파인 출판사에서 이라는 제명으로 2005년에 발간된 바 있다.

그동안 영어판에 이 책을 그대로 묶어두고 있다가 이번에 한국어판을 출간한 것은 모본인 <한국선시>가 절판되어 있어 일반 독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재출간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판 출간 당시 작품 선정을 최동호 교수가 담당한 인연이 있어 이번에 출간한 <한국선시의 새벽>에서도 간략한 해설을 최 교수가 맡았다.

정선된 이 시집에 수록된 34분의 고승들의 선시는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동시에 불교가 전래한지 16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불교의 정신적 높이와 다양한 시적 성찰을 보여주는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최동호 교수는 “이 한 권의 책은 만 권의 서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한국 불교가 지향한 선 수행의 눈동자가 여기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책의 제목을 <한국선시의 새벽>이라고 한 것도 그와 같은 연유에 의한 것이다.

월하 김달진 선생의 깊고 단아하며 감동적인 문학세계와 정신세계, 그리고 불교와 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반드시 유용한 두 권의 책이 아닐 수 없다. 각권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