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역주한 이는 김정근 박사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끝으로 공직을 마친 그는 2009년 동국대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늦깎이 학자다. 그러나 타고난 언어에 대한 천재적 실력으로 산스크리트어는 물론이고 팔리어, 희랍어, 히브리어, 라틴어 등 거의 모든 언어를 섭렵한 실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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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키르티의 <쁘라산나빠다>를 역주한 김정근 박사.

그가 찬드라키르티의 <쁘라산나빠다>의 역주에 나선 것은 이 책이 반드시 번역되어야 하는 중요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누구도 역주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1년 반 동안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쁘라산나빠다>의 역주에 매달렸다.

이 책은 이런 그의 혼신을 다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이뤄낸 값진 산물이다.

두루 알다시피, 나가르주나의 중론은 대승불교의 이해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러나 중론은 매우 어려운 논서인 관계로 관련 전공을 하는 학자들의 전유물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중론을 이해하려면 주석서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중론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고 있는 중론 주석서는 청목이 짓고 구마라집이 한역한 <중론>이다. 그러나 청목의 중론 주석서는 간략한 주석서일 뿐 아니라 산스크리트 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구마라집 한역의 정확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크게보기이에 비해 이번에 김정근 박사가 역주한 찬드라키르티의 <쁘라산나빠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현존하는 유일한 중론 주석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중론 주석서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가장 쉽게 설명한 주석서로 알려져 있다. 이 주석서는 한역된 일이 없으며, 따라서 중국에는 소개된 바 없다. 일찍이 티베트어로 번역이 되었으며 티베트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중론 주석서로 인정받고 있다.

<쁘라산나빠다>의 중요성은 중론 게송의 산스크리트 원문을 수록한 유일한 문헌이라는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찬드라키르티는 중론을 주석하면서 자신의 설명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많은 경전(초기 및 대승 포함)과 논서들을 인용했다. 다만 많은 경우에 있어 출처를 밝혀놓지 않아, 이번에 김 박사가 역주를 하면서 찬드라키르티가 인용한 경전 및 논서들의 출처와 원문을 일일이 밝혀냈다.

뿌셍이 편집한 <쁘라산나빠다> 산스크리트 텍스트는 데바나가리 문자로 표기되어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김정근 박사는 데바나가리 문자를 일일이 로마자로 변환하여 전문을 수록함으로써 <쁘라산나빠다>를 산스크리트어로 연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또한 중론 게송들의 산스크리트 텍스트에 대하여 상세하게 문법 해설을 하였고, 찬드라키르티의 주석 본문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각주를 달았다.

또한 찬드라키르티가 중론 제26장과 제27장을 주석하면서 <대승도간경(大乘稻芉經)>의 많은 분량을 인용했는데, 이 점을 감안해 김정근 박사는 <대승도간경> 전문에 대한 자세한 문법 해설을 부록으로 첨가하는 친절함도 보였다. <대승도간경>은 초기경전의 연기사상과 대승경전의 연기사상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글로 번역된 찬드라키르티의 <쁘라산나빠다>는 동국대 박인성 교구가 번역한 1장부터 6장까지 한 것이 전부다. 전체 분량이 27장인 것을 감안하면 약 1/4정도가 번역된 셈이다. 이번 김정근 박사의 완역이 더욱 가치를 갖는 이유다. 세계적으로도 찬드라키르티의 <쁘라산나빠다>를 완역한 곳은 10년 전 일본이 최초이다. 영역 등 다른 곳은 모두 부분역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번 김정근 박사의 역주는 세계에서 두 번째 완역이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1년 반을 이 책의 역주에 매달린 김정근 박사는 막상 탈고를 하고 난 다음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 책의 출판을 해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국대출판부에서도 인세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다른 출판사를 찾아보았지만, 매한가지였다. 하는 수 없이 출판사를 세워 자비로 출판을 하게 된 사정이 여기에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정성껏 책을 만들었지만, 막상 책을 인쇄하고 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을까, 라는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공부를 하는 이라면, 특히 대승불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중론을 제대로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찾겠지만 주위의 반응은 모두가 회의적이란다.

책이 팔려 약간의 수입이라도 있으면, 미륵이 짓고 세친이 주석을 붙인 유식의 주석서 <변증변론>을 번역할 계획이라는 김정근 박사.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역주한 <쁘라산나빠다>를 불교를 공부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준다면, 용기를 얻어 더 이른 시간 안에 <변증변론> 역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불교를 공부하는 분들, 특히 대승불교의 정수를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의 구입과 필독을 권한다. <전 4권 10만원> 구입문의; 010)2435-0661 이메일; prgaram@naver.com

*역주자 김정근 박사는?
1949년생. 서울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외무고시 합격(11회), 호주, 이란, 이탈리아, 짐바브웨 대사, 휴스턴 총영사,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역임했다. 2009년 정년퇴임후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박사논문이 통과되고 2010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