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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조형의 사경 · 음영과 여운의 독경

염정우 기자 | bind1206@naver.com | 2021-05-10 (월) 12:18

Cosmos-무무명(01) 110×110cm, 장지에 채색, 유리분, 2019년. 
중요무형문화재 불화장 이수자 이 영 작가의 『Cosmos』개인전이 통도사 성보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불기2565(2021)년 5월 15일(토)부터 5월 30일(일)까지 열린다.


어떤 예술 작품이건 그것을 감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작품을 날 것으로 만나는 것이다. 그 작품의 작가가 누구인지 그동안 어떤 작업을 해 왔고,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는지 등 모든 선입견을 배제하고 지금 보여 지고 있는 작업의 결과물과 나와의 공명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를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작가의 연보나 작가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무슨 종교를 따르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이름조차 모르는 것이 좋다. 작가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이미 작업의 결과물을 내놓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이 그 속에 담아져 있고, 선입견에 감상이 오염 되지 않기 위해서다. 이제 작품과 나 사이에 남는 것은 내가 그 작품과의 대화 속에서 얼마나 창조적인 오류를 낳을 수 있는가 하는 것뿐이다.


Cosmos-무무명(01) 부분
 


인간은 많은 부분을 언어로 사유한다. 내면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해서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질서 위에 문자나 음성을 얹어서 사용한다. 그런데 문자나 음성이란 도구는 대단히 이기적인 것이어서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리석게도 완전한 소통을 원한다.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국어로만 싸우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생명들은 서로의 소통 없이 살아가는 재간도 없다.

여기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언어의 군더더기를 지워버리고 서로의 존재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를 감동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설명을 지워 버린 감동이 없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Cosmos-순행(04) 60×120cm, 장지에 채색, 유리분.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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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26, 79×79cm, 장지, 혼합매체, 2020년 


처음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흡입력으로부터 사방으로 쏟아져 나와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는 암호들이다. 마치 다양한 색깔의 블랙홀의 중심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정보의 지평이 흰빛으로 웅얼거리며 퍼져 나가고 있는 듯하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고대의 언어처럼 중첩되어 있다. 퍼져나가는 암호들의 수학적인 배열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하나의 방정식을 암시하고 있는 듯도 하다.



Cosmos-정각(02) 80×80cm, 장지에 채색, 유리분 2020년 

Cosmos-연(02) 120×120cm, 장지에 채색, 유리분 2021년



작업의 중심에는 평면의 화면 속으로 함몰된 반구가 자리 잡고 있다. 반구에는 단색 또는 균열의 금박 위로 나타나는 만다라의 도형, 유리 가루로 가려진 혼돈된 색들이 마치 생명이 얽히듯 자리 잡고 있다.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보이던 반구는 어느 순간 환한 빛으로 마주친다. 마치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하여 변하는 본질의 속성이 하나의 빛으로 폭발하는 듯하다. 

함몰과 평면의 예리한 경계 밖으로, 반야심경과 금강경이 모음과 자음으로 해체되어, 수 겹으로 중첩되어 드러나는 언어의 동심원. 그 동심원의 음영은 미묘한 깊이와 여운으로 우주로 공명하며 퍼져나간다. 작업 하나에 경이 한 권이다. 작가는 색채와 조형으로 사경을 하고, 음영과 여운으로 독경을 하며 소통을 꿈꾸고 있다.



Mandara-02 157×157cm. 장지에 채색, 금박 , 2019년 

작업 스케치.

작업 스케치. 그의 작품 한 점에는 반야심경, 금강경 한 권이 자음과 모음으로 해체중첩 되어 있다.
 


전통의 현대적 해석이 그 전통의 감동과 예술성에 부끄럽지 않기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그 과정 속에는 전통에 대한 엄격하고 바른 배움과 현대를 살고 있는 작가적 표현의 고뇌는 무수한 실험과 시행착오가 있었으리라. 

반듯한 질서는 평온함과 위로의 감동을 준다. 뒤틀린 왜곡과 입체적인 불균형은 삶의 고통에 공감한다. 작가의 작업이 왜곡과 불균형 속에서 피어나는, 처절한 아름다움의 석축 같은 대칭의 질서를 획득하는 더욱 깊어진 공명의 날을 기대하며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Cosmos-42수 각 40×40cm, (총 42개) 장지에 채색, 유리분.2021년 

길-3, (A way-3), 152×187, 장지에 혼합매체 (Jangji, Mixed media), 2005년

만다라 (Mandala)-182×182cm, 장지에 혼합매체 (Jangji, Mixed media),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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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회상 (Yeongsan Hoisang) , 130×162cm, 장지에 혼합매체 (Jangji, Mixed media), 2000년 



 

   이     영  Lee, Young

                       

동국대학교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2021   ‘frosted cosmos’ (통도사박물관/양산)

2014   이 영 개인전 “불이” (현대미술관/서울)

2013   이 영 개인전 “불이” (DoubieTree/뉴욕)

2012   이 영 불화전(갤러리 the k/서울)

2008   ‘Puer Land'-순수의땅’ (관훈갤러리/서울)

2006   ‘이 영희 아시아의 영성’ (갤러리NAF/나고야)

2005   ‘circie in the circie' (관훈갤러리/서울)

1999   ‘나머지의 변용’ (현대예술관/울산)

1998   ‘門-낯선 공간’ (갤러리M.A/후쿠오카)

1994   ‘목어의 노래’ (오름갤러리/부산)


작품소장

아트선재 미술관(경주), 아이치현립 미술관(나고야), 국립현대 미술관(과천), 현대미술관(울산), 

ELAS CORPORATION CENTER(일본), 노회찬재단 (서울). M.A갤러리(후쿠오카), 포항공과대학 국제관(포항), 아주대학교 병원(수원), 영담한지 박물관(청도), 갤러리 NAF(나고야)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불화장 이수자 

문화재수리기술자 단청 기술자 

중요무형문화재 모니터링위원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겸임교수

오채 공필화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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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이향임 2021-05-10 14: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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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이혁발 2021-05-19 1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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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좋고 글 좋고
장순영 2021-05-20 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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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게  되어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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