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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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육종중생경(六種衆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코삼비국 고시타 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빈 집에서 여섯 종류의 중생을 얻었다고 하자, 처음에는 개를 얻어서 그 개를 붙들어 한 곳에 매어 두었다. 다음에는 새를 얻었고, 다음에는 독사, 다음에는 여우, 다음에는 악어, 다음에는 원숭이를 얻었다.

그는 이런 중생들을 얻어 모두 한곳에 매어 두었다. 그런데 개는 마을로 들어가려 하고, 새는 항상 허공으로 날아가려 하며, 뱀은 늘 구멍으로 들어가려 하고, 여우는 무덤 사이로 가려하며, 악어는 언제나 물로 들어가려 하고, 원숭이는 숲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이 여섯 종류의 중생을 모두 한 곳에 매어 두었지만 즐기는 곳이 같지 않기 때문에, 각각 편안한 곳으로 가기를 희망하여 모두 괴로워한다. 그것들은 다른 곳에 매여 있기 때문에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하지만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와 같이 여섯 감각기관(六根)은 갖가지 경계 가운데서 각각 자신이 즐기는 경계를 구하고, 다른 경계를 원하지 않는다. 눈은 언제나 좋아하는 색을 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색은 싫어한다. 코는 항상 마음에 드는 냄새를 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색은 싫어한다. 혀는 항상 마음에 드는 맛을 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맛은 싫어한다. 몸은 언제나 마음에 드는 촉감을 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촉감은 싫어한다. 의지는 언제나 마음에 드는 법을 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은 싫어한다.

이 여섯 감각기관은 갖가지 향하는 곳과 갖가지 경계는 각각 다른 감각기관의 경계를 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여섯 감각기관도 힘이 있는 것은 자유로이 자기의 경계를 따르게 할 수 있다. 마치 장정이 여섯 종류의 중생을 튼튼한 기둥에 매어 두었을 때, 그것들은 바로 힘을 내어 마음대로 가려고 하지만 이리저리 달리다가 그만 지쳐 버리고 마는 것과 같다. 그것들은 밧줄로 매어 있어 결국 기둥을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내가 이 비유를 말하는 것은 그대들을 위하여 그 이치를 나타내 보이기 위함이다. 여섯 종류의 중생은 ‘여섯 감각기관’을 비유한 것이고, 튼튼한 기둥은 ‘신념처(身念處)’를 비유한 것이다. 만일 신념처를 잘 닦아 익히면,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말아야 할 색에 대하여 사랑할 만한 색을 보아도 집착하지 않고, 사랑할 만하지 않은 색을 보아도 싫어하지 않는다. 귀와 소리 · 코와 냄새 · 혀와 맛 · 몸과 촉감도 그러하며, 의지가 법에 대해서도 마음에 드는 법도 구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법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마땅히 ‘신념처’를 부지런히 닦아 익혀 항상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