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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심경>은 강가강이다

                                                          정찬주(소설가)

2천5백 년이 지난 지금도 바라나시의 강가강을 가보면 

수많은 힌두 신자들이 해가 뜨기 전에 강물로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세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힌두 사두들은 뜨는 해를 바라보며 가트에 앉아서 기도를 한다.

타다 만 시신이 떠다니는 탁한 강물이지만 

그런 끔찍한 모습이나 더러운 수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강가강에 대한 경외감이랄까, 힌두교적인 믿음에서 그럴 것이다. 

실제로 더러운 강가강 강물에 목욕하고 양치질해서 병을 앓았다는 

힌두 신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보고된 바 없다고 한다. 

강가강은 수천 년을 하루와 같이 단멸(斷滅) 없이 늘거나 

줄지 않고 북쪽에서 흘러와 동쪽으로 돌아 흐르고 있다.

그들은 강가강이 돌아서 흐르므로 윤회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한다. 

사실 생멸을 초월한 영원성은 세상의 어느 강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강가강에서 한 권의 경전을 보는 듯한 직관적인 경험을 했다. 

여러 경전 중에서도 <반야심경>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강가강이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을 눈앞에서 리얼하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모든 존재의 공한 모습은

생겨난 것도 없고 멸할 것도 없는 것이며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아침햇살에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강가강의 물결은 

누군가가 <반야심경>을 한 자 한 자 사경해 놓은 것 같았다.

개인적인 내밀한 경험을 지금에야 고백하지만 

그런 느낌은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그때 부처님이 강가강에서 영감을 얻어 

사리자에게 <반야심경>을 설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했다. 

물론 강가강이 내게 나지막이 소리 내어 

‘모든 존재의 공한 모습은 불생불멸이고 불구부정이고 

부증불감이다.’라고 말해 주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직관이 고압전류와 같이 나를 감전시켰던 것이다. 

너무도 강렬하여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누군가가 <반야심경>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반야심경>은 강가강이다’라고 단 한 문장의 비유로 말하곤 한다. 

독특한 체험이지만 강가강 가트에서 경험한 사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해 부처님 8대 성지를 룸비니에서 상카시아까지 순례하는 동안 

내 머리에 벼락을 치는 듯한 깨달음이 있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