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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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혈천자문팔정품(馬血天子問八政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깨서 사밧티성 제타숲 아나타핀디카동산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뗏목의 비유를 말하리니, 그대들은 잘 생각하고 명심하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뗏목의 비유란, 그대들이 길을 가다가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마음을 바르게 가져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慈心),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心) 함께 기뻐하는 마음(喜心) 담담한 마음(護心)을 일으켜 모든 곳을 두루 채워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게 하여라. 마치 땅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드리고 똥오줌 같은 더러운 것도 모두 다 받아들인다. 그러나 땅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더럽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그대들이 지금 행할 것도 그와 같아서, 도적에게 사로잡히더라도 나쁜 생각을 내거나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마라.

땅 물 불 바람이 나쁜 것도 받아들이고 좋은 것도 받아들이면서도 조금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처럼, 자애로운 마음  가엾이 여기는 마음  함께 기뻐하는 마음  담담한 마음을 일으켜 일체 중생을 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선한 법을 행함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선하지 않은 법을 익혀야 하겠느냐.

어떤 사람이 강에 이르려 생각하길, ‘이 강물은 매우 깊고 넓다. 이제 나무와 풀잎을 모아 뗏목을 만들어 건너가야겠다. 뗏목을 의지하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뗏목을 이용하여 저쪽 언덕에 이른 다음에 ‘이 뗏목은 나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나는 이제 이 뗏목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니면서 써야겠다’라고 생각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사람은 과연 그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쓸 수 있겠느냐?”

비구들이 말씀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의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는데 그 뗏목을 다시 어디에 쓰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한 법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나쁜 법이겠는가”

그때 어떤 비구가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선한 법도 버려야 하거늘 나쁜 법이겠는가’라고 하십니까?

저희는 법에 의지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교만(憍慢)에 의하여 교만 만만(慢慢) 증상만(增上慢) 자만(自慢) 사견만(邪見慢) 만중만(慢中慢)을 멸한다. 즉 교만이 없음으로써 만만을 멸하고 무만(無慢) 정만(正慢) 사만(邪慢)과 증상만을 멸하니, 즉 네 가지 만(慢)을 모두 멸하는 것이다.

옛날 아직 불도를 이루지 전에 나는 나무 아래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욕계(欲界)에서 누가 가장 세력이 있고 귀한가. 나는 그것의 항복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욕계 안의 천신과 사람들이 모두 항복할 것이다.’

그때 나는 ‘마라 파순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그와 싸울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는데, 드디어 그 파순의 항복을 받음으로써 스스로 높고 뛰어나다고 자만하는 모든 천신의 항복을 받았다.

비구들이여, 내가 그때 그 자리에서 웃음으로써 그 마라 파순의 경계를 모두 진동시켰더니, 허공에서 게송 소리가 들렸다.

참되고 깨끗한 왕의 법을 버리고

집을 떠나 감로법을 배웠거니

만일 넓은 원을 바로 잘 세우면

세 갈래 나쁜 세계 모두 비우지.

내가 지금 모든 군사를 모아

저 사문 얼굴 보니

내가 계략을 쓰지 않으면

다리가 잡혀 바다 위에 던져 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