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사천 법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 심(心)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불교에서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예를 들면, 혜가가 달마를 찾아 “마음이 불안하니 어찌해야 하겠느냐”고 묻자 달마는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고 하였다. 그러자 혜가는 “마음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고 하자 달마는 “그래, 내가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하였느니라”고 전했다. 마음에 관한 불교의 핵심을 드러내는 유명한 일화로 <조당집>에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인도에서 불교가 탄생한 이래 초기불교와 상좌부불교, 유식 그리고 선불교를 거치면서 수많은 고승들과 불교학자들은 마음에 도달하는 붓다의 가르침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구의 정신의학자들이 불교에 나타나는 마음의 해석을 환자의 치료방법으로 도입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마음이라는 주제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자, 불교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라 할 수 있다.

욕망, 자아 등 불교의 중요 키워드를 통해 학술연찬회를 진행하고 현대 사회와 불교학, 그리고 인근 학문과의 접점을 모색해온 학술단체 ‘밝은사람들’이 올해의 주제를 마음과 몸으로 택했다. 이번 여름 연찬회의 주제는 마음이며 연말에 열리는 겨울 연찬회의 주제는 몸이 된다.

인간의 욕망, 자아에 대한 탐구에 이어 이번에는 마음을 택한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연찬회의 기획을 맡은 김종욱 교수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데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욕망이 보였고 자아가 뒤따라 왔다”며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주제가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욱 교수는 또 “내면을 탐구하면 자연히 외부가 눈에 들어온다”며 “몸을 주제로 겨울 연찬회를 진행한 뒤에는 주제를 외부로 확장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6월 13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서 열리는 학술연찬회에는 '초기 및 상좌부불교'와 유식, 선, 서양철학, 정신의학 그리고 인지과학까지 총 6파트에 걸쳐 6명의 학자가 마음에 관한 각 분야의 발표를 한다.

변화무쌍한 마음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가에 주목한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초기 및 상좌부불교에서 보는 마음의 전개에 관한 발표를 맡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산 스님이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주제가 마음이기도 하다.

마음 활동을 두 층위, 표층의 마음과 심층의 마음으로 구분한 유식불교의 입장은 이화여대 철학과 한자경 교수가 설명했다. 유식불교는 마음의 작동방식이 일체법의 공성(空性)과 유식성(唯識性)을 자각함으로써 망심(妄心)에서 본심(本心)으로, 개체적 사심(私心)에서 보편적 공심(公心)으로 전개된다는 입장이다.

경희대 철학과 최화 교수는 마음의 전개를 만물의 변화와 생명의 운동이라는 포괄적 차원에서 다루는 베르그송의 관점으로 마음을 다뤘다.

크게보기베르그송에게 마음은 불연속적 연속, 혹은 타자화 과정 속 자기 동일성의 확보로서 직관과 지성, 또는 지각과 기억이 상호작용하는 것이었다.

마음을 물으면 마음을 가져오라고 반문하는 선불교에서는 마음이란 가장 본래적이고 근원적인 마음, 즉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에 바탕을 두고 주객(主客)의 구도 등을 바탕으로 작용하는 생사심(生死心)에서 각종의 분별이 사라진 평상심(平常心)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한다. 선불교에 관해서는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가 담당한다.

정신의학에서도 마음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데 반포신경정신과의원 김종주 원장은 라깡의 이론과 실제 진료를 바탕으로 마음을 분석했다. 마음은 상상계와 상징계와 실재계라는 주체성의 삼각구조 속에서 전개되는데 상징계의 기능인 무의식은 시니피앙의 역사라는 점에서 일종의 기억이며, 시니피앙의 표명이라는 점에서는 상징적 지식, 즉 본식(本識)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뇌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인지과학분야는 성균관대 이정모 교수가 맡았다. 이정모 교수는 뇌를 독립된 표상으로 파악한 종래의 이론을 수정해 마음을 문화적·사회적·진화역사적 환경에 체화돼서 환경과 함께 작동한다고 보았다. 즉 마음은 뇌와 몸과 환경이 연결된 총체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찬회의 텍스트인 『마음,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운주사가 출판을 맡았다. 운주사는 이미 지난해 연찬회 텍스트인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와 『나,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를 출판한 바 있다. 책은 시중서점에서 현재 구입이 가능하며 연찬회 당일 현장에서도 판매가 이루어진다.

『마음, 어떻게 움직이는가』/ 미산 외 엮음/ 운주사/ 398쪽/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