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께서 바이샬리(웨살리) 근처의 벨루와 마을에서, 인생의 마지막 안거를 나실 적에 거의 죽음에 이르는 혹독한 병에 걸리셨다. “내가 예고도 없이 반열반에 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이 병을 정진으로 다스리고 생명의 상카라에 굳게 머무르리라.”(이하, 본문의 ‘경전 직접 인용’은 파란색 굴림체) 붓다는 마음을 챙기고 알아차리시면서 동요 없이, 그 병을 이겨내셨다. 병을 이겨내신 붓다에게 아난다는 스승님께서 너무 심하게 아프신 것을 보고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토로하며, 한편 “아무런 분부(스승의 주먹: 비밀리에 전수하는 내용) 없이, 반열반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안심했다고 말씀드린다. 그러자 붓다께서는 “아난다여, 내게 무엇을 더 바라는가? 나는 안과 밖에 없이 설하였다. 여래의 법에는 스승의 주먹 같은 것은 없다.” 즉, 나는 숨기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이시다. “나는 승가를 지도한다는 생각도 내가 거느린다는 생각도 없으니 무엇을 당부한단 말인가?” 이렇게 말씀하시고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자등명 법등명’의 설법이 나온다. (대반열반경의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므로 해당 전문을 옮긴다.)

 

아난다여, 그러므로 그대들은 자신을 섬(또는 등불: dīpa는 산스끄리뜨로 섬과 등불이 있다. 상좌부에서는 문맥상 섬으로 해석하고, 북방에서는 등불로 이해한다. 그래서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 나왔다. 대반열반경 각묵스님 번역 각주 참조.)으로 삼고〔自燈明〕,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自歸依〕머물고,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마라. 법을 섬으로 삼고〔法燈明〕 법을 귀의처로 삼아〔法歸依〕머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마라. 그러면 어떻게 비구는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고, 남을 귀의처로 삼지 않을 수 있는가? 어떻게 비구는 법을 섬으로 삼고, 법을 귀의처로 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않을 수 있는가? 

 

 

 

 

신수심법身受心法의 ‘사념처四念處’ 수행을 다시 강조하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누차 설법하셨던 이것이 다름 아닌 ‘스승의 주먹’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등명 법등명’하는 것이고, ‘자귀의 법귀의’하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의지하지 말아라’라고 당부하신다. 너무나도 자상한 스승 붓다의 온기가 절절히 느껴진다.

 

 

 

 

  2. 붓다, 자신의 발우를 넘기신 곳: 케사리아
 
  붓다께서는 바이샬리에서 마지막 교화를 마치시고, 임종을 위해 쿠시나가로 여정을  떠났다. 그런데 왓지 국 사람들이 붓다를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에 계속 붓다를 따라왔다. 이곳 케사리아에 도착했을 때, 붓다께서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시고, 더  이상은 따라오지 말라고 하며, 이별의 징표로 발우를 건넸다. 왓지 사람들은 붓다의 발우를 품에 안고, 울음을 삼켰다. 현재 이 발우는 칸다하르 박물관(아프가니스탄 소재)에 전시되어 있다. 이 발우를 건네준 곳을 기념하기 위해 둘레가 424미터이고 높이가 16미터, 그리고 가장 위의 돔 높이가 무려 51미터나 되는 거대한 스투파가 세워졌다. 아직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벽돌 방들이 스투파의 몸 전체를 둘러 있다. 그 안에는 불상들이 안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보르부두르 사원의 원형(原型: 시원적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도판04) <붓다의 발우>

 

 

고대 불교 미술품 중에 가장 존경받는 유물 중 하나는 부처님의 ‘발우’이다. 이것과 더불어 스리랑카 불치사에 소장되어 있는 붓다의 ‘이’(치아)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붓다의 발우는 붓다께서 쿠시나가르로 가는 마지막 여정 중에 케사리아를  통과할 때, (바이샬리에서부터 줄 곧 따라온) 왓지족 사람들에게 준 것이다. 1~2세기경 카니슈카 왕이 그것을 현재 페샤와르(당시 푸샤푸라)로 가져갔는데, 이것을 3세기에서 9세기 사이, 이곳을 순례한 중국 승려인 법현과 현장이 모두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그릇의 중요성은 간다라 조각의 많은 묘사로도 입증된다.
 

(도판05) <붓다 발우에 예를 갖추는 모습 A depiction of devotees worshiping the bowl>, 간다라 4세기.
 

 

어떻게 해서 현재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립 박물관에 소장하게 되었을까? 이슬람 시대에는 이슬람 모스크인 술탄 웨이스 바바(Sultan Ways Bābā)라는 칸다하르 외곽의 신전에 옮겨졌었다. 몇몇 영국 장교들이 19 세기에 그곳에서 발우를 보았다는 언급이 있다. 1980 년대 후반, 아프가니스탄 내전 때 당시 나지 불라 대통령이 이 발우는 카불 국립 박물관으로 가져갔다. 오늘날 그릇은 박물관 입구에 전시되어 있다.

 

 

 

 

 

이 발우는 결코 작지 않다. 직경이 약 1.75m, 높이가 약 3~4m, 두께가 약 18cm이다. 녹회색 화강암으로 된 반구형 돌로 된 그릇으로, 특히 중간과 바닥이 다소 두껍다. 갈라지거나 찰과상은 없어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바닥 주위에는 섬세한 연 꽃잎 무늬가 새겨져 있고, 그릇의 가장자리를 따라 가로로 아름다운 큰 글씨로 새겨 져 있으며, 탈레반 시절 새겨진 쿠란의 여섯 줄 구절도 있다. 그릇의 무게는 약 350 ~ 400kg으로 들기에는 너무 무겁다. 이 그릇에 아랍어 문자가 새겨 져 있어, 부처님과 관련이 없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꽃병에 새겨진 비문이 그의 (부처)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랍어 문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님이 그릇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부처님의 메시지는 브라흐미 문자를 사용하여 팔리어로 작성되었다.”라는 것이다. 아랍 문자는 서기 5 세기에만 존재했고, 부처님의 생애는 기원전 2 세기와 3 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발우는 붓다의 발우로 믿어지고 있고, 바이샬리에서는 이를 가져가기 위해 여러 가지 외교 수단을 쓰고 있는 중이다.

 

 

 

  ‘계-정-혜’는 순차적인 것이고, 계를 닦아, 삼매(정)에 이르고, 삼매를 닦아 통찰지(혜)에 이르는 불가분의 유기적 관계임을 말씀하신다. 하나가 하나의 원인이 되고 하나가 하나의 결과인 것이다. 선업의 원인을 만들어 선업의 과보를 보는 것이 수행이다.
  대반열반경(디가니까야16)의 전반부에서는 ‘계-정-혜’와 ‘사여의족’의 수행법을 여러 차례 강조하시는 붓다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아난다에게 “누구든지 네 가지 성취 수단(사여의족)을 닦고, 공부짓고, 기초삼고, 확립하라!”고 누차 말씀하신다. 이 네 가지는 ‘열의’를 주로 한 삼매와 노력의 의도적 행위(行)를 갖춘 성취수단, ‘정진’을 주로 한 삼매와 노력의 의도적 행위를 갖춘 성취수단, ‘마음’을 주로 한 삼매와 노력의 의도적 행위를 갖춘 성취수단, ‘검증’을 주로 한 삼매와 노력의 의도적 행위를 갖춘 성취수단의 네 가지이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닦는가? 닦을 때 ‘지나치게 느슨한가 지나치게 팽팽한가, 지나치게 수축되었나, 지나치게 흩어졌나’를 잘 보면서, 소위 ‘중도’를 지켜야 한다는 요지이다. 중도를 지키면서 샅샅이 낱낱이 보라는 것이다. 사여의족의 내용을 상세하게 풀어놓은 분석경에서 부분 발췌하여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대반열반경(디가니까야)와 분석경(쌍윳따니까야) 참조. 현재 수행이 진척인 없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님은 (중간의 생략이 많으므로) 분석경 전문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도판08) <석가모니 열반상>, 거대한 열반상, 열반당 내부, 쿠시나가르. 석가모니 붓다는 춘다의 공양을 받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붉은 피를 쏟고 죽음에 가까운 심한 통증이 일어다.” 하지만, 붓다는 “그대가 드린 탁발 음식을 마지막으로 드시고 반열반에 드셨으니, 이것은 그대의 공덕이고 행운이다.”라고 하신다.

 

 

 

  붓다 몸의 광채, 가려져버린 황금빛

  보통 죽어가는 사람의 안색에는 검은 빛이 돈다. 하지만, 붓다는 반대였다. 아난다 존자가 보시 받은 황금색 옷을 입혀드리자, 황금색 옷은 붓다의 몸에서 나오는 청정한 빛 때문에 오히려 황금빛을 잃게 된다.
 
아난다 존자가 황금색 옷을 붓다께 입혀드렸다. 붓다의 몸에 그 옷을 입혀드렸으나, 황금색은 죽어버린 듯 빛이 나지 않았다. 존자는 붓다께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놀랍습니다. 여래의 피부색이 이렇게 청정하고 이렇게 깨끗하다니요! 지금 황금색 옷을 붓다의 몸에 입혀드렸지만, 옷의 황금빛이 광채가 죽어버려 빛나지 않습니다.” “참으로 그러하다. 아난다여. 두 가지 경우 여래의 몸은 지극히 청정하고 피부색을 깨끗하게 된다. 그 두 가지란 어떤 것이냐. 여래가 위없는 정등각을 깨달은 그 밤과 여래가 무여열반의 요소〔界〕로 반열반하는 밤이다. 이 두 가지 경우에 여래의 몸은 지극히 청정하고, 피부색은 깨끗하게 된다.”

 

 

이 말씀 속에는 ‘오늘 밤 내가 반열반에 든다. 그래서 몸에서 빛이 나는 거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난다여, 오늘 밤 삼경에 쿠시나가르 근처 말라족 사람들의 사라 숲의 한 쌍의 나무〔사라쌍수〕사이에서 여래의 반열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까꿋타 강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몸을 씻으신다. 사라 나무(sal 또는 sala tree, 정식명칭: Shorea robusta) 의 'śāla'(산스끄리뜨)의 뜻은 ‘house(집)’이란 뜻이다.

 

 

 

(도판09 위, 도판10 아래) 열반하신 장소, 열반당 앞의 두 그루의 사라 나무(일명 사라쌍수). 쿠시나가르. “아난다여, 오늘 밤 삼경에 쿠시나가르 근처 말라족 사람들의 사라 숲의 한 쌍의 나무〔사라쌍수〕사이에서 여래의 반열반이 있을 것이다. 오라, 아난다여, 까꿋다 강으로 가자.”하시고 생의 마지막 목욕을 하셨다. 
 

 

  ‘열반涅槃’이란 ‘불이 꺼진다’라는 의미이다. (산스끄리뜨: 니르바나nirvana, 빠알리: 닙바나nibbana) 사성제(고집멸도苦集滅道) 중에 ‘집성제’에 해당하는 ‘갈애’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붓다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불타오르는 갈애가 드디어 꺼진 것이다. 소멸된 것이다. 우리를 윤회하게 하는 주범이었다.

 

 

 

 

붓다의 오도송에서 ‘집 짓는 자’가 바로 ‘갈애’이다. ‘존재에 대한 갈애와 욕망’(집성제)가 원인이 되어, 그 결과로 우리는 ‘존재’(고성제)를 받았다. 이제 집 짓는 자가 사라졌다. 그러니 더 이상 집은 없다. 존재는 없다. 다시 태어남은 없다. 드디어 윤회는 끊겼다! 붓다는 36세에 열반에 드시고 깨달음을 얻으신다. 그런데 붓다께서 여든 살에 입멸하셨을 때는 ‘반열반(parinibbana, 또는 대열반, 대반열반)에 드셨다’라는 표현을 쓴다. 열반(닙바나)과 반열반(빠리닙바나)은 어떤 차이인가? 어떻게 다른가? . 빠리닙바나의 ‘빠리pari’는 ‘완전한’을 의미하는데, 보통 어떤 ‘상태’에서 ‘상태 획득’으로 전환할 때 쓰이는 용어이다. 쉽게는 ‘증득證得’이라는 용어를 떠올릴 수 있다. 증득이란, 수행에 의해서 진리를 깨닫고, 지혜와 공덕을 체득하는 것. 증득의 ‘득(得: 획득 및 성취)’이란 ‘없던 무언가가 새로 생겨나는 것’인데 이는 유위법의 생(生)과는 다르다. 즉, 무위법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특수한 경우이다. 인연화합에 따른 ’생겨난 것‘은 유루有漏이기에 생멸이 있다. 하지만, 증득이란 무루無漏의 수행력이 쌓여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성취되는 결과이기에, 인연 조건에 제약받지 않는다. 세세생생 붓다께서는 얼마나 많은 ’열반‘에 드셨을까. 이번 생에 붓다께서는 드디어 ’반열반‘에 드셨다. 이제 ’보살‘로의 삶을 선택하지 않는 한, 붓다는 완전한 열반의 상태에서 그렇게 영원히 머무르실 수 있다. 

 

(도판11, 12) 열반당의 붓다에게 덮어줄 금 비단 천. 이 금 비단은 보드가야 대탑의 <석가모니 성도상>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것을 모셔와 이곳 <석가모니 열반상>에 덮어드리는 신도님들. 

 

 

 

 

 

 

 

 

  3. <붓다 열반상>의 미술, 대표 작품
 
  붓다께서는 마지막으로 까꿋타 강에서 목욕을 하시고 조금 숨을 돌리시고, 또 자책감에 시달릴 춘다까지 챙기시고 나서, 임종하실 장소 사라 숲으로 향했다. 피곤한 몸을 사라쌍수 아래에 뉘이자, 때 아닌 꽃들이 만개하였다. 때는 2월 보름 한 밤 중, 추운 겨울이었다. 하늘의 만다라(또는 천묘화) 꽃이 허공에서 떨어져 여래 몸 위로 흩날리며 덮었다. 하늘의 전단향 가루도 날려 향기가 진동하였고, 하늘의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초기불교미술시대인 간다라의 <열반상>에서부터 북방과 남방으로 퍼져나간 유구한 열반상의 전통은, 대반열반경의 이러한 임종 장면에 기인한다.

 

(도판15) <붓다의 입멸 또는 대반열반 The death of the Buddha, or Mahaparinirvana> 간다라 2-3세기
 

(도판16) <붓다 열반상>, 아잔타 석굴(제26굴), 7세기 경. 

 

(도판17) <붓다의 열반>, 중당中唐, 와불동, 돈황 막고굴(제158굴)

 

 

 

 

 

 

 
글·사진 강소연(중앙승가대학 교수, 불교문화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