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을 따르는 산짐승들1
-수월 스님의 바랑     

 

 

 

 청담 스님께서 들려주신 수월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청담 스님은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 하던 청년을 숨겨주었다가 상주 감옥으로 잡혀가셔서 고생을 많이 하신 분입니다. 너그럽기도 하지만 참을성이 아주 많은 스님입니다. 성철 스님과 친구 사이인데 두 분은 만나기만 하면 장삼을 벗고 씨름을 할 정도로 가까웠습니다.
 청담 스님은 젊은 시절 만주 땅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수월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수월 스님은 짚신을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소문을 듣고 신발이 떨어지면 수월 스님을 찾아가 짚신을 얻곤 했습니다. 수월 스님은 누구에게나 짚신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신분을 묻지 않았습니다. 도둑이 짚신을 얻어 신기도 했고, 때로는 흉악한 죄를 짓고 쫓겨 다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도 수월 스님의 짚신을 얻어 갔습니다.
 사람은 자기를 해치려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방어를 하게 됩니다. 상대를 해치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살생심이라고 하지요. 사냥꾼들이 동물을 잡는 것도 일종의 살생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생심 중에서도 죄가 아주 큰 살생심이지요. 왜냐하면 자기를 해칠 생각이 없는 동물을 잡으려 했으니까요.
 수월 스님은 수행을 열심히 하여 마음속의 살생심을 아주 없애버린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에게는 말 못 하는 동물도 자기를 해치지 않을 줄 알고 무리를 지어 따른다고 합니다.
 만주는 눈이 많이 오는 땅이지요. 스님은 수수깡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살았는데, 눈이 내리면 동물들이 스님이 사는 마당까지 들어와 먹이를 달라고 졸랐다고 합니다. 토끼나 노루가 오면 스님은 시래기를 내다 주고, 꿩이나 산비둘기 같은 날짐승이 오면 옥수수나 좁쌀, 수수 등을 겨우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물들은 모든 사람을 다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먹이를 주어도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했던 것입니다. 청담 스님도 처음에는 동물들이 경계를 했습니다. 청담 스님이 산짐승의 먹이들 들고나서도 노루나 토끼들이 멀리서 기웃거릴 뿐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꿩이나 산비둘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담 스님은 동물들에게 섭섭했습니다. 먹이를 챙겨 주는데도 오지 않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오면 그제야 노루나 토끼들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와 시래기를 먹고 갔습니다. 하루는 청담 스님이 수월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먹이를 주어도 노루나 토끼가 저에게는 오지 않습니다.”
 “자네에게 아직 살생심이 남아 있어 그러는 것일세.”
 “스님, 어찌하여 살생심을 없앨 수 있습니까?”
 “자비심을 기르게나.”
 “어찌하면 자비심을 기를 수 있습니까?”
 “동물이 자네와 한 몸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이후 청담 스님은 자비심을 기르는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미소 지으며 참을성을 기르는 공부를 했습니다. 참을성을 다른 말로 ‘인욕’이라고 하지요. 훗날 사람들은 청담 스님을 ‘인욕보살’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