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다람쥐에게 생콩을 주던 장소는 산행을 나갔다가 쉬곤 하던 산길이었다고 합니다. 생콩은 솔잎가루와 함께 먹던 스님의 양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스님의 호주머니에는 늘 생콩이 한 줌 들어 있었습니다.
 다람쥐들은 차츰 스님과 더욱 친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먹이를 주는 스님을 졸졸 따라다니게 된 것이지요. 어느 새 다람쥐들은 아예 암자 주변으로 이사를 와서 살았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스님이 밭에 심은 양배추 잎에 다람쥐들이 똥과 오줌을 싸는 것이었습니다. 양배추 잎은 다람쥐 배설물로 썩기도 했습니다. 참다못한 스님은 양배추 밭 주위에 그물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다람쥐 세 마리를 잡아 목덜미에 까만 먹물을 칠했습니다. 아주 멀리 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즈음 스님은 산에서 약초를 캐어 30리 밖에 있는 영주장으로 나가 팔았습니다. 그 돈으로 생콩을 사오곤 했습니다. 다람쥐를 잡은 그 날도 스님은 영주장으로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스님은 다람쥐 세 마리를 약초가 든 바랑에 넣었습니다.
 ‘인연이 있다면 어느 날인가 또 만나게 되겠지.’
 다람쥐 목덜미에 먹물을 칠했기 때문에 나중에 그 다람쥐들을 보더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드디어 영주장 가까이 가서는 다람쥐 세 마리를 풀어주었습니다. 그곳도 산중이기 때문에 다람쥐들이 잘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먹구름이 낀 듯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장을 보면서도 놓아준 목덜미에 먹물을 칠한 다람쥐 생각만 났습니다. 스님은 그날 건성으로 약초와 생콩을 맞바꾸고는 암자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까 놓아준 산길에 혹시나 다람쥐가 있을까 하고 걸었습니다. 그러나 다람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후회를 했습니다.
 ‘양배추를 망쳐도 그냥 놓아둘걸.’
 ‘다람쥐가 먼 길을 달려 암자로 찾아올 수 있을까.’
 스님은 천천히 걸었습니다. 혹시나 다람쥐들이 자신을 뒤따라올지 몰라 그렇게 걸었습니다. 그러나 다람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암자가 가까운 산 밑에 이르러 일부러 지름길로 가지 않고 산행을 나갔다가 다람쥐들에게 생콩을 주던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니, 너희들이 여기를 찾아오다니!’
 목덜미에 먹물이 칠해진 다람쥐들이 스님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양배추 밭을 망치더라도 다시는 다람쥐를 보내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래그래, 내가 잘못했다.’
 스님은 진심으로 다람쥐에게 사과했습니다. 다람쥐도 스님의 사과를 받아주었습니다. 스님을 따라서 암자를 뒤쫓아 갔던 것입니다. 이후 다람쥐들은 스님을 더욱 따르게 되어 나중에는 스님의 호주머니까지 들어가 생콩을 물고 나와 먹곤 했답니다.
 얼마나 미안했으면 다람쥐에게 사과를 했겠습니까.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마음이 넉넉하고 자비로워지는 모양입니다. 참다운 스님은 다람쥐가 승복의 호주머니에 들락거릴 만큼 자비로운 그런 분이 아닌가 여겨집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