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혜국 스님은 일타스님의 제자라고 얘기했지요. 그러니 이번에는 일타 스님과 혜국 스님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스님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낸다고 오해하는 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주 틀린 얘기입니다. 스님들이 아무도 없는 산중으로 들어가는 것은 조용한 곳이 공부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스님들의 각오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흉내 내기도 어려울 정도랍니다. 일타스님도 젊은 날 더욱더 분발하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불태웠으며 혜국 스님도 스승의 뒤를 따라 오른손 손가락 세 개를 태웠답니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스님들이 공부하는 목적은 다 아시겠지만 피나는 정진 끝에 진리를 구해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남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혜국 스님은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기 위해 천정에 끈을 내려뜨려 놓고 목에 감았다고 합니다. 꾸벅꾸벅 졸게 되면 끈이 목을 조이곤 하여 살갗에 상처를 냈답니다. 눕는 시간이 아까워 하루 종일 앉아 공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기를 2년이 지났습니다. 스님은 머리카락을 깎을 생각도 잊고 공부만 하였습니다. 깊은 산에 있으니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흐트러져 있어도 사람이 없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산 아랫마을로 갈 때는 삿갓을 쓰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산 아래에 사는 한 스님이 손님을 데리고 스님을 찾아왔답니다. 혜국 스님 또한 사람이 너무 그리웠기에 누군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스님에게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암자 주위를 맴도는 다람쥐들뿐이었습니다.
 손님과 함께 온 그 스님은 혜국 스님의 모습을 보고는 자살한 시신인 줄 알고 기겁을 한 채 도망쳤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스님은 목에 끈을 감고 있었으니까요. 혜국 스님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산 아래로 달려가는 스님을 뒤쫓아 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다시 그 스님이 곡괭이와 삽을 든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암자로 오더니 그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멀쩡하네. 죽은 사람은 누구였지?”
 스님과 마을 사람들은 암자 방으로 들어가 혜국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혜국 스님이 왜 천정에 끈을 내려뜨려 놓고 목에 감았는지를 이야기 듣고는 모두가 놀랐습니다.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두 손을 모아 합장했습니다. 스님에게 쌀과 반찬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한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혜국 스님은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는 생콩과 솔잎 가루만 먹겠다며 거절했습니다. 깊은 산중의 마을 사람에게 쌀은 귀한 양식이었습니다. 그들 역시도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나 감자가 주식이었던 것입니다. 혜국 스님은 그런 이유로도 마을 사람에게 쌀을 받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