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9. 고타미가 와서 비구니가 된 품

부처님께서 카필라국 사캬족의 정사에서 유행하실 때, 천이백 오십 명의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이때 마하파자파티 고타미는 부처님께 가서 예배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서서 합장하고 말씀드렸다.
“저는 여자도 힘써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처님의 법과 계율을 받게 해 주십시오. 저는 집에 있으면서 믿음은 있지만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십시오. 고타미여. 여인이 나의 법과 계율에 들어와 가사를 입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청정한 행을 닦아 밝게 깨달도록 하십시오.”
고타미가 부처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찾아가 세 번을 간곡히 출가를 말씀드렸으나 허락하지 안으셨다.

고타미는 문 밖에서 해진 옷을 입고 맨발로 서 있었는데, 얼굴은 더럽고 옷은 때가 꼈으며 몸은 몹시 지쳐서 탄식하며 슬피 울고 있었다. 현자 아나는 큰 어머니인 마하파자파티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즉시 여쭈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헤진 옷을 입고 울고 계십니까?”

“현자 아난이여, 지금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과 계율을 받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스스로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만 멈추십시오. 고타마시여. 잠시 마음을 진정하시고 저를 기다리고 계십시오. 제가 지금 들어가서 부처님께 이 일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현자 아난은 곧 들어가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부처님께서 여인도 힘써 정진하면 사문의 네 가지 도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하파자파티께서 지극한 마음으로 법과 계율을 받고자 합니다. 그분은 집에 있으면서 믿음은 있지만 출가하여 도를 닦으려 하오니, 부디 부처님께서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아난아. 나는 여인이 나의 법과 계율에 들어와서 사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인을 나의 법과 계율에 들게 하면, 부처의 청정한 큰 도는 결코 오래도록 흥성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난이 다시 말씀드렸다.
“지금의 마하파자파티는 좋은 뜻이 많습니다. 부처님께서 갓 태어나셨을 때부터 성장하실 때까지 몸소 정성껏 길러주셨습니다.
그렇다, 아난아. 사람들에게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의복과 음식 침구 병을 고치는 약을 준다 하더라도, 내가 입은 이 은덕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아난의 거듭 된 요청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을 하셨다.

“여인으로 사문이 되려 한다면, 여덟 가지 공경의 법(八敬法)이 있으니, 어기지 말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배우고 행해야 한다. 마치 물을 막을 때 둑을 잘 다스려서 새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으니,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나의 계율에 들어올 수 있다.

첫째, 대계(大戒)를 지키는 비구가 있으면, 여인인 비구니는 마땅히 법을 들어야 한다.
둘째, 대계(大戒)를 지키는 비구승이 있으면 비구니는 반달 이상을 예배하고 섬겨야 한다.
셋째, 비구승과 비구니는 함께 동일한 곳에 거주할 수 없다.
넷째, 석 달 동안 한곳에 머무르면서 스스로 서로를 단속하여 듣고 보는 것을 몸소 돌이켜 살펴야 한다.
다섯째, 비구니는 듣고 보았던 비구들의 일을 가지고 따져 물을 수 없지만, 비구들이 듣고 본 것이 있어 비구니에게 따져 물으면, 비구니는 즉시 스스로 돌이켜 살펴야 한다.
여섯째, 비구니가 도의 법에 대하여 의심 가는 것이 있으면, 비구들에게 경과 율에 대하여 물을 수 있다.
일곱째, 비구니로서 스스로 아직 도를 얻지도 못하고서 계율을 범하였다면, 반달 동안 대중 가운데 나아가서 허물을 알리고 스스로 뉘우치며 교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덟째, 비구니로서 비록 백 살 동안 대계를 지녔다 하더라도, 새로 대계를 받은 어린 비구들의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겸양과 공경으로써 그에게 예배하여야 한다.
이것이 ‘여덟 가지 공경의 법’이다.
나의 가르침에 여인이 들어오면 어기지 말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배우고 행해야 한다. 만일 마하파자파티가 진실로 이 ‘여덟 가지 공경의 법’을 지닐 수 있다면, 사문이 되는 것을 허락하겠다.“
현자 아난은 마하파자파티에게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여덟 가지 공경에 대한 말씀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마하파자파티는 기뻐하며 말하였다. “‘여덟 가지 공경의 법’을 저 또한 기쁜 마음으로 높이 받들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인들을 사문이 되게 하였기 때문에 나의 법은 오백 년 동안 쇠약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여인으로서 다섯 가지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인은 여래 응공 등정각이 될 수 없고, 여인은 전륜성왕이 될 수 없고, 여인은 욕계 제2천의 도리천의 제석천왕이 될 수 없고, 욕계 제6천의 타화자재천의 악마천왕이 될 수 없고, 색계 초선천의 범천왕이 될 수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니, 모두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