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보려고 진딧물을 죽이지 말라1
-성철 스님의 바랑                             

 

 

 

 성철 스님은 동산 스님의 제자입니다. 동산 스님은 일제강점기 때 의사의 길을 버리고 스님이 되기 위해 출가한 분이지요. 어쩌면 스님도 의사와 마찬가지의 일을 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차이가 있다면 의사가 몸의 병을 고치는 사람이라면 스님은 번뇌와 불안 등 마음의 병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겠지요.
 성철 스님은 아주 무서운 스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구라도 법당으로 가서 부처님께 삼천배를 하지 않으면 만나 주지 않은 스님으로 유명하지요. 대통령도, 큰 회사의 사장도, 가난한 지게꾼도 삼천 배를 해야만 스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스님은 무섭고 엄한 모습으로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삼천 배란 삼천 번 절하는 것을 말합니다. 절을 처음으로 하는 사람은 여섯 시간 정도가 걸리고, 삼천 번의 절을 다 하고 나면 무릎이 헐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야 했습니다.
 스님은 누구나 겸손해지라고 삼천 배를 시켰습니다. 절이란 고개를 숙이는 것이니 자신을 낮추는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절을 계속하다 보면 교만한 마음이 문득 사라진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삼천 배를 하지 않아도 언제나 스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만하지 않고 천진하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아이들과 장난치기를 좋아했습니다. 어떤 아이가 스님의 귀에 대고 고함을 쳐 스님의 고막이 찢어진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스님은 아이를 나무라지 않고 허허하고 웃어넘길 뿐이었습니다.

 

 스님은 꽃 중에서 장미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제자 스님들은 스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담장 밑에 장미꽃을 심었습니다. 스님은 오다가다 장미꽃을 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실 장미꽃은 절에 잘 심지 않은 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꽃이 아닌 데다 너무 화사하여 고적한 절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스님은 장미꽃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자 스님이 분무기로 장미꽃에 약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궁금하여 물었습니다.
 “무엇하고 있는가?”
 “약을 치고 있습니다.”
 “무슨 약을?”
 제자 스님은 성철 스님에게 좀더 예쁜 꽃을 보여드리고 싶어 약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장미꽃 새 줄기를 야위게 하는 진딧물을 죽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딧물을 죽이는 약입니다.”
 “뭐라고?”
 성철 스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제자 스님이 진딧물을 죽이고 있는데 자신이 잠깐 동안이나마 모른 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미꽃을 보기 위해 진딧물을 살생할 수는 없었습니다. 성철 스님은 제자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당장 이 장미나무를 뽑아 옮기거라. 장미꽃을 보기 위해 진딧물을 죽일 수는 없다.”
 제자 스님은 장미나무를 파서 마침 가져가겠다는 신도에게 주고 말았습니다. 신도는 큰스님이 사랑하는 장미나무라 하여 소중하게 가져갔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