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판01) 간다의 망고나무, <사위성의 기적>(도판04)의 부분, 초기 불교미술에서 망고나무는 ‘쌍신변의 기적’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등장한다. 망고나무 위에는 천개天蓋가 있어 ‘이곳에 붓다가 계시다’라는 붓다의 실재를 상징한다. 

 

 

 이교도들의 방해와 제압의 역사

 

  사위성의 외도들이 급고독 장자에게 ‘세상의 원리’에 대해 묻는다.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이는 “세상은 영원한가 아닌가, 세상은 끝이 있나 없나, 목숨은 곧 몸인가 아닌가” 등의 난해한 질문들을 퍼부어댄다. 이에 급고독 장자는 붓다에게 배운 ‘삼법인三法印의 원리’로 외도들을 간단히 제압해 버린다.

 

외도들이 일으킨 그러한 ‘견해’ 자체가, ‘무상·고·무아’라는 허를 찌르는 답변이다. 진실이라고 믿고 착각하는 대상. 그 대상이 일어난 원인은 유위有爲·사량思量·연기緣起이니, 그 본질적 성품은 “덧없고[無常], 덧없으니 괴롭고[苦], 그것을 알고 나면 일체 견해가 실체가 없다[無我]”라는 요지이다. 외도들의 질문 자체가 삿된 견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여 밑동을 처 버렸다. 석가모니 붓다는 급고독 장자의 이러한 대처를 보고 그것을 매우 칭찬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보아 급고독 장자는 붓다의 연기법과 사성제에 대한 가르침을 체득하여 온전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육사외도, 우두머리 깟사빠의 자살

 

  붓다가 살아 계셨을 당시, 중부 인도(갠지스강 중류 중심) 지역에는 육사외도六師外道라는 자유사상가들이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서기전 500년 무렵부터 활동했던 여섯 명의 교주가 이끄는 교단으로, 도시 상공업의 발달로 인한 바라문교의 약화와 더불어 흥행하게 되었다. 베다성전(veda聖典)의 권위와 바라문교의 지배 질서를 일체 부정하면서, 서민들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붓다와 같은 시기에 가장 활동이 왕성하였고, 끊임없이 불교 교단의 성립을 견제하고 방해하였다. 불교의 정법 正法에 위배되기에, 불교의 입장에서 이단이라는 의미로 ‘외도外道’라고 이름 붙였다.
  이들 외도들과 붓다의 신통 대결이 사위성에서 벌어지게 되었다. 그 발단은 제자 삔돌라 스님이 아라한을 증명해 보이고자, 공중 부양을 한 사건이다.(상세 내용 생략, 법구경 게송181 참조) 이에 붓다는 신통을 보이는 것은 계율을 범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경계한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교활한 이교도들은 붓다가 절대 응하지 않을 거라 계산하고 신통 대결을 요청한다. 붓다는 제자들은 안 되지만, 법왕인 자신은 가능하다는 논리로 신통 대결에 응한다.
  육사외도를 이끄는 여섯 교주 중에 뿌라나 깟사빠라는 교주가 있었는데, 그는 “선악, 인과, 업의 원리 같은 것은 없다. 모두 인간이 정한 관념일 뿐이다”라는 사견邪見을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신통을 보이기로 약속한 날, 신도인 농부가 그의 신통을 보기 위해 계속 따라오자, 그는 “그따위 신통은 뭣 때문에 보러 가는가? 그 물항아리와 밧줄이나 이리 주게”하고 말한다. 그는 항아리와 밧줄을 들고 강둑으로 가서 밧줄로 자신의 목에 항아리를 매달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강물에서 한 차례 물거품이 솟아올랐다. 그는 죽어 지옥에 태어났다.  

 

(도판03) 망고나무 주변으로 합장을 하고 공경을 표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둘러있다. 조복하는 이교도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도판04)의 부분.

 

 

 

  과연 석가모니 붓다께서 언제 어디서 신통이 보이실까? 당시 가장 큰 도시였던 왕사성과 사위성 일대의 톱 뉴스였다. “아살하 달(음력 6월) 보름날, 사위성 근처, 간다의 망고나무 아래에서”라는 정확한 날짜와 장소를 붓다께서 못 박으시자, 이교도들은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모든 망고나무는 그 싹까지 뽑아버리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통이 행해지지 못하게 방해하였다. 하지만, 그 어떤 방해도 붓다를 막을 수는 없다. 번뇌가 모조리 소멸된 상태에서는 바탕과 합일된 상태이기에, 유식唯識 사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기에서 창조를 일으킬 수 있다. 말 그대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정된 아살하의 보름날, 사위성에서, 왕의 정원사인 간다가 망고를 붓다에게 올리게 된다. 망고를 드신 붓다는 “이 망고 씨를 심어라”고 간다에게 말한다. 망고를 심은 곳에 붓다가 손을 씻자, 순간 망고가 땅에서 삽시간에 솟아나 오십 장 높이로 자라났고,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이교도들이 망고나무를 자르지 못하도록 바로 보초를 세웠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외쳤다.    

 

 

 

  ‘쌍신변의 기적 또는 신통’은 사위성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불교미술의 주제가 되었다. 시대가 가장 올라가는 작품으로 산치 제1탑의 북문(7)의 부조浮彫를 들 수 있다.(도판01,02, 03, 04) 북문의 왼쪽 기둥 앞쪽 장엄 중에 상단 패널로, 이 장면은 <사위성의 기적 Great Miracle at Savrasti> 또는 <망고나무 아래의 기적(Miracle at Mango Tree, 또는 Mango Tree Miracle>라고 불린다. 작품 한 가운데에는 아름드리 망고나무가 있다. 그리고 망고나무 밑에는 붓다의 대좌가 있다.(도판01) 물론 인간 모습의 붓다는 묘사되지 않고 있다. (초기불교미술의 시대에는 인간 형상의 붓다를 표현하지 않았다. 이를 학계에서는 무불상시대無佛像時代라고 칭한다. 무불상시대에 대한 필자 소견은 이전 연재 참조) 망고나무 위에는 천개가 씌워져 있어, 초기 불교미술 시대의 붓다의 실재를 표현하고 있다. 산치대탑에서 붓다의 실재는 빈 대좌, 보리수, 망고나무, 법륜 등으로 묘사되는데, 이들 상징들 위에는 모두 천개가 있다.
          

 

 

 

  자칫 복잡해 보이는 불교미술의 표현 속에서, 주인공을 쉽게 찾는 한 방법이 있다. 천개가 어디 있는지 찾는 것이다. 천개는 본래 귀인이 행차할 때 햇빛이나 비를 막기 위한 일산 또는 우산의 역할을 하였다.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천개의 장식이 화려하고, 또 중층으로 되어있기도 해서, 아주 멀리서도 귀인의 행차를 알 수 있는 상징이다. 초기 불교미술 작품 속에는,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가장 신분이 높은 왕과 왕비, 그리고 붓다의 경우에만 천개를 표현하였다. 특히 붓다의 실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채택되어, 산치대탑의 경우, 사리탑 · 법륜 · 보리수 · 망고나무 등의 위에는 어김없이 천개를 표현하였다. 지난 연재들 속에 등장한 붓다의 상징 도상 위에 실제로 천개가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붓다 이외에는 왕과 왕비의 경우에만 천개가 표현되는데, 아쇼카왕 · 슈도다나왕(정반왕) · 빠세나디 왕 · 아사세 태자 등의 묘사 바로 위에도 천개를 찾아볼 수 있다. 본래는 천으로 만들었던 것이나 후세에 와서 금속이나 목재, 석재 등으로도 조각하여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부처·보살의 위덕威德을 나타내는 장엄구의 하나로 정착하게 된다. 산개傘蓋, 보개寶蓋, 화개華蓋라고 하기도 하고, 닫집 장엄으로 발전하여, 불상뿐만 아니라 설법 법상 위에 설치하기도 한다. 
 
  어째서 붓다의 존재를 초기 불교미술에는 표현하지 않는가?

 

  우리는 존재하지만 ‘실재實在’하지는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존재의 실체는 연기緣起이다. 연기緣起–연생緣生-연멸緣滅의 무상無常한 변화 속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 속에 영원한 고갱이 또는 불변의 덩어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空이 드러난다. 그래서 무아無我이다. 이 같은 ‘존재의 실상’을 밝힌 존자의 존재를 덩어리의 형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 분께서 설파하신 진리에 위배된다. 그렇기에 붓다의 실재를 빈 공간(금강 대좌)으로 나타내고, 깨달은 이미지(법륜) 또는 그의 그림자(발바닥) 등으로 붓다를 표현하였다. 형상 또는 언어 등 중생의 수준에서 만들어진 수단으로는, 깨달음의 세계는 표현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작은 단위 또는 거친 단위로, 더 큰 단위이자 더 미세한 단위를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강경에는 “무릇 있는바 형상은 모두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닌 것을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다(제5 여리실견분)”,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고, 음성으로 나를 구하면, 이는 삿된 도를 행함이니 결코 여래를 보지 못한다(제26 법신비상분)”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다가, 법화경 사상과 함께 응신應身으로서의 석가모니 붓다를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 모습의 붓다 형상 속에는 보신과 법신의 상징들(육계보주, 미간 백호의 여의주, 깨달음의 빛을 형상화한 광배 등)이 반드시 함께 표현된다. 대중 교화를 위해, 인간 세계의 것으로는 표현 불가능한 신성성을 비유와 방편을 써서 표현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것을 ‘종교미술’이라고 한다. 대중 교화를 위해 만들어지는 신상神像을 ‘anthropomorphic figure(의인화된 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궁극의 신성성이 가지는 성품인 ‘자비’와 ‘지혜’ 등은 비유적 상징으로 나타내게 되는데, 이를 ‘아이콘icon(도상圖像)’이라고 한다. 그래서 종교미술의 상징성을 풀이하고 해석하는 것을 ‘도상학’ 또는 ‘도상해석학’이라고 한다.   

 

(도판05) <사위성의 위대한 기적 The Great Miracle at Shravasti> 2세기경, 파키스탄, 간다라, 페샤와르 계곡, 초기 쿠샨 시대(1st century-320). 금박의 흔적 있음. 크기 23.8 x 29.2 cm.

 

 

 

  다시 <사위성의 기적>(도판04) 작품으로 돌아가서 세부 묘사를 살펴보자. 망고나무로 상징된 붓다의 좌우로는 화환을 공양하는 신도를 볼 수 있다. 망고나무 아래의 좌우로는 제따 태자와 급고독 장자로 추정되는 두 인물이 하단에 가장 크게 묘사되어 있다. 바로 이 망고나무 아래에서 그 유명한 ‘사위성의 기적’이라 불리는 신통을 행하셨다. 이 신통을 ‘쌍신변雙神變’이라고 하는데, 붓다가 공중으로 날아 올라, 어께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오고 발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신통을 보이신 것을 말한다.

 

(도판06 좌)(도판07 우) 어께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오고, 발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신통을 보이시다.(도판05)의 부분.

 

 

  이는 두 개의 까시나로 몸을 변화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인 것이다. 산치대탑의 <사위성의 기적>(도판04)에서는 쌍신변의 신통이 망고나무와 조복하는 이교도들의 모습으로 비유적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간다라 양식 작품 <사위성의 위대한 기적>(도판05)에서는 의인화된 붓다의 모습과 실제 어깨와 발에서 불과 물이 뿜어져 나오는 광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붓다께서 약속한 장소,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셔서 “공중에 보배 경행대를 만들어 한쪽 끝은 세계의 동쪽 가장자리에 걸치고 다른 쪽 끝은 세계의 서쪽 가장자리에 걸치셨다”고 한다. “저녁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쯤 그곳에 모인 군중은 서른여섯 요자나 주위에 뻗쳐 있었다.”고 기술된 것으로 보아, <사위성의 기적>(도판04)의 묘사에서처럼, 사람들이 사방 빼곡하게 모여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신통의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계속) 

 

 

 (도판11 위) (도판12 아래) 쌍신변의 기적을 행하신 장소. 기원정사에서 남쪽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함.

 

 

글ㆍ사진: 강소연(불교문화재학 전공ㆍ중앙승가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