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약초를 먹지 않는 멧돼지2
 -혜국 스님의 바랑           

 

 

 

 혜국 스님은 쇠줄을 풀려고 여기저기를 건드려 보았지만 덫은 더욱 조여지기만 했습니다. 새끼 멧돼지는 스님을 사냥꾼으로 알고는 눈을 부릅뜨고 덤비기도 했습니다.
 “영주장까지 가려면 시간이 없는데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일이고... 무슨 방법이 없을까.”
 스님은 암자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가마니 한 장을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멧돼지에게 가마니를 씌워야 달려들지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조금만 참거라. 얌전하게 있거라.”
 스님은 새끼 멧돼지에게 가마니를 씌웠습니다. 그러자 멧돼지는 꽥꽥거릴 뿐 달려들지는 못했습니다. 스님은 꼬이고 조여진 쇠줄을 간신히 풀었습니다. 멧돼지는 붉게 부어오른 뒷다리를 절룩거리며 산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제야 스님은 약초가 든 바랑을 지고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였습니다. 스님은 또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솔암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멧돼지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멧돼지는 포악하여 사람의 뼈까지 먹는다는데...”
 바위만 한 어른 멧돼지 뒤에는 일고여덟 마리의 새끼 멧돼지들이 먹이에 굶주린 듯 코를 킁킁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굶주린 멧돼지에게 바치려고 쓰고 있던 삿갓을 벗어던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던진 삿갓이 어느 새끼 멧돼지의 머리에 씌워졌습니다. 삿갓을 쓴 새끼 멧돼지는 눈앞이 안 보이자 산 위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어미 멧돼지도 새끼 멧돼지를 따라 소리치며 달려갔습니다.
 스님은 암자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습니다. 덫에서 풀려난 그 새끼 멧돼지가 은혜를 갚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삿갓을 쓰고 달아난 멧돼지의 뒷다리는 퉁퉁 부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당연히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훗날 혜국 스님이 도솔암을 떠나자, 어느 큰스님이 들어와 잠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스님도 더덕 등 약초를 캐려고 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보게 혜국 스님, 자네는 약초를 캐어 장에 가서 먹을거리와 바꿔왔다고 했지.”
 “네, 스님.”
 “내 눈에는 약초가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암자 주위를 다 돌아봤지만 더덕 세 뿌리가 고작이야. 멧돼지가 다 파먹고 없어.”
 “그렇습니다. 멧돼지가 다 먹어치운 것입니다.”
 “왜 그런가.”
 “스님은 신도 분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잘 드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혜국 스님의 얘기대로라면 멧돼지도 암자에서 수행하는 스님의 형편을 보아 약초를 가려 캐먹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도솔암 멧돼지는 못된 사람보다 의리가 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