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자식을 사랑한 어미수달2
-혜통 스님의 바랑  
 

 

  수달은 꾀가 많아서 사람들에게 잘 잡히지 않고, 바위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가재를 잡아먹는 영리한 짐승이었습니다.  
 ‘저놈을 어떻게 잡는다지?’
 낭은 날마다 수달을 잡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낭은 수달이 사람의 눈을 피해 밤에만 마을 앞으로 내려와 물고기를 잡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낭은 마른 칡넝쿨로 새끼를 꼬았습니다. 꼰 새끼로는 그물을 만들었습니다. 낭이 만든 그물은 짐승이 도망치려고 하면 더욱 주둥이가 조여지는 자루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꾀가 좋은 수달이라도 한번 걸려들면 절대로 도망치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달은 눈치를 채었는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짐승도 물가에 놓인 그물을 보면 두려워 가까이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배가 고프면 나타나겠지 하고 낭은 낙담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낭은 어느 날 수달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수달은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밤이 아닌 한낮에 내려왔다가 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고 있었습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어미 수달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새끼를 낳았던지 배가 홀쭉한 수달이었습니다. 그러나 낭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수달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죽였습니다. 고기를 발라 식구들과 함께 먹으려고 망태에 넣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뼈는 수달을 잡았던 물가의 동산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낭을 어른들이 칭찬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타박했습니다.
 “고기보다는 뼈가 더 약이 되는 줄 몰랐구나. 누가 가져갈지 모르니 날이 새면 어서 그곳으로 가서 가져오너라.”
 다음날 새벽이 되자, 낭은 수달의 뼈를 주우러 물가의 동산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뼈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낭은 한동안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뼈가 움직인 듯 핏자국이 물가 쪽으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져 있는 게 보였습니다.
 ‘뼈가 살아서 움직인 걸까?’
 낭은 핏자국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핏자국은 물가의 동굴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낭은 동굴 안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뼈는 동굴 안에 있었습니다. 어미 수달의 뼈는 까만 눈을 반짝거리는 새끼 다섯 마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짐승도 새끼를 저렇게 사랑하는구나. 사람보다 더 새끼를 사랑하는구나.’
 낭은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생각하고는 크게 뉘우쳤습니다. 어미 수달을 죽인 자신을 꾸짖으며 낭은 출가를 결심했습니다. 출가하여 낭은 이름을 혜통으로 바꾸었습니다.

 

 신문왕은 절을 지어 신충의 원한을 없애주었고, 낭은 혜통이라는 큰스님이 되어 수달의 원한을 풀어주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물 한 방울만큼의 원한도 짓지 말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원한을 지었다면 반드시 깨끗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풀어주어야 합니다. 남의 눈물을 흘리게 하면 자신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