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공양을 시작한 동산 스님의 표정이 변하자 수좌가 면구스러운 음성으로 말하였다.
 “스님 이 된장국에 한약 찌꺼기가 들어가서 그렇습니다요.”
 “된장국에 한약이 들어가다니? 어떻게 된 일이더냐, 원명아!”
 이번엔 원명 수좌가 몸 둘 바를 모른 채 고하였다.
 “예, 간밤에 스님 약 짜 올리고 남은 덩어리를 시렁에 올려놓았었는데, 그걸 시래기 덩어리인 줄 알고 그 옆에 있던 시래기 덩어리와 함께 풀어 된장국이 된 모양입니다. 스님.”
 원명 수좌가 모든 사실을 고해 올리는 동안 갱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뒤늦게 자신의 경솔함을 뉘우치고 있었다.

 날이 채 밝기도 전인 꼭두새벽에 대중들 공양 준비를 하느라 공양간으로 먼저 가야 했던 갱두가 추운 겨울 날씨에 잠도 덜 깬 눈으로 시래기 덩어리를 손으로 더듬어 넣다가 그만 실수를 했던 모양이었다.
 대중들은 틀림없이 동산 스님이 갱두에게 불호령을 내릴 것이라 짐잠하고 모두가 간이 콩알만 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동산 스님은 역정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껄껄 웃었다.
 “허허허! 여러 대중들은 잘 들어라!”
 “예. 스님.”
 대중들이 다 같이 소리를 모아 대답한 연후에 스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그동안 내가 먹을 것이 생기면 무엇이든 빼놓지 않고 대중공양을 시켰는데 이 한약만은 여러 대중과 나누어 먹지 아니하고 나 혼자만 먹어왔다. 그래서 그 잘못을 깨우쳐 주시려고 부처님이 오늘 한약 된장국을 끓이게 하신 게야.”
 뜻하지 않은 스님의 이야기를 듣던 대중들 사이에선 쿡쿡 웃음소리가 났다.
 “한약 된장국이라 셨지? 히히, 난 세상에 한약 된장국이라는 말씀은 처음 듣는 걸.”
 “그러게 말이야. 흐흐!”
 대중들은 이렇듯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산 스님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인석들아! 웃을 일이 아니야! 자, 그럼 오늘은 한약도 대중공양을 하는 것이니 너희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동안 나 혼자만 한약을 먹은 내 허물이 씻겨질 것이니라. 응? 허허허!”
 “하하하!”

 제자들이 정성껏 달여 드리는 보약마저도 당신 혼자 드시는 게 늘 마음에 걸렸던 듯, 동산 스님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 듣던 법문보다도 자비로움이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