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산짐승 친구들1
 -법정 스님의 바랑
 

 그림 정윤경
               
 

구산 스님 편에서 효봉 스님이 구산 스님의 스승이라는 것을 이야기했지요. 효봉 스님은 지금 얘기하려는 법정 스님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법정 스님에게 제가 직접 들은 얘기인데 효봉 스님은 시간을 어긴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고 합니다.
 법정 스님이 지리산 탑전에서 효봉 스님을 모시고 살던 때의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법정 스님이 구례읍에 선 장을 들렀다가 오느라고 저녁공양 시간을 넘긴 적이 있었답니다. 탑전에서 구례 장까지는 80리 길이었고, 그 무렵에는 버스가 없어 걸어 다닐 때였다고 합니다. 
 법정 스님은 마음이 급했습니다. 효봉 스님과 약속한 저녁 공양 시간을 어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탑전으로 들어서자마자 부랴부랴 공양간(부엌)으로 달려가 저녁을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표주박을 들고 항아리에서 쌀을 꺼내어 돌샘 물에 씻으려고 했습니다.
 그때 효봉 스님이 법정 스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무엇 하려고 이제야 허둥대느냐?”
 “큰스님, 늦었지만 저녁 공양을 지으려고 합니다.”
 “됐다. 그만 두어라.”
 “네?”
 “공양 시간이 지났으니 오늘은 너도나도 굶자구나.”
 법정 스님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스승을 빈틈없이 잘 모시려고 했지만 자신이 시간을 어겨 그러지 못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법정 스님은 남은 물론이고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시간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합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요. 법정 스님은 공양 시간이 되면 가끔 그때의 일을 얘기하시곤 했답니다.
 
 호반새 이야기는 법정 스님이 강원도 산골로 가기 전, 불일암에 사실 때의 사연입니다. 불일암을 글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생긴 암자랍니다.
 스님이 머무셨던 암자는 아담한 삼 칸 기와집이고 오른편 마당 너머 산등성이에는 자정국사 탑이 있습니다. 왼편 부엌 옆에는 장작더미가 두부모처럼 반듯하게 쌓여 있고, 앞마당에는 잎이 어른 손바닥만 한 후박나무가 한 그루가 있지요. 또 계단 아래에는 조그만 텃밭과 태산목 한 그루, 방 한 칸 부엌 한 칸짜리 사랑채가 있고 오래 된 오동나무 그늘에는 작은 화장실이 있답니다. 대숲은 담처럼 암자 앞 산자락을 감싸고 있고요.
 호반새는 고목이 된 나이배기 오동나무에 살고 있었습니다. 호반새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낮에는 주암 저수지까지 날아갔다가 저녁이면 오동나무 구멍으로 돌아와 잠을 자곤 했습니다. 오동나무 구멍이 바로 호반새의 집이었던 것입니다. 오동나무 구멍은 호반새가 부리로 쪼았는지, 아니면 오동나무가 스스로 만들어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법정 스님은 휘파람을 잘 부셨습니다. 혼자 새벽 예불을 끝내고 나서 기분이 상쾌해지는 아침이면 휘파람을 곧잘 부셨습니다.

 

 처엉산에 살으리랏다아....
 처엉산에 살으리랏다아....
 
 휘파람을 부는 장소는 사랑채 앞에 있는 나이배기 오동나무 밑에서였습니다. 밤이슬에 어깨를 움츠렸던 대나무들이 골바람을 만나 서걱거리면 오동나무 구멍에서 깃을 접고 있던 호반새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스님이 휘파람을 불면 호반새는 오동나무 구멍에서 나와 묘기를 부렸습니다. 처음에는 암자를 한 바퀴 돌지요. 그런 뒤 허공에서 춤추듯 공중제비를 하였습니다. 호반새가 스님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져 개인기를 뽐냈을 것입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