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엮음 『한글 아함경』게송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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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본기경 상권

 2. 보살이 세상으로 내려오시는 품

능인 보살은 신통으로 휜 코끼리를 타고 와서 어머니의 태 안으로 들어갔다.
마야 부인은 몸과 마음이 온화하고 맑아져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제 나는 아이를 가졌으니
이는 반드시 위대한 사람이어서
탐욕 삿된 성냄이 그치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고 편안해지리라.

마음으론 언제나 보시를 즐기고
계율을 지니며 인욕하고 정진하며
고요한 마음으로 선정에 들고
지혜로써 널리 사람들을 제도하리라.

달이 다 차서 태자의 몸이 이루어지고 사월 칠일이 되었다. 부인은 나가서 유람하다가 아소카 나무를 지나는데 온갖 꽃이 피고 샛별이 돋아났다. 이때 부인이 나뭇가지를 잡으니, 문뜩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태자가 탄생하였다. 태자는 땅에 내려서며 일곱 걸음을 걸어가 손을 들고 말하였다.

“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이니 내가 편안하게 하리라”

또한 태자는 말하였다.

다섯 갈래(五道)와 시방의 사람들을
나는 남김없이 교화하여
모두가 그 자리(道)를 얻게 하리라.

본래 나의 서원은
일체 유정을 제도하는 것이니
한 사람이라도 도를 얻지 못하면
나는 열반에 들지 않으리라.

태자가 탄생한 지 칠 일 만에 그의 어머니는 목숨을 마쳤는데, 천신과 인간의 스승을 잉태한 위대한 공덕으로 도리천에 다시 태어났다.
한편, 태자는 궁중에 있으면서 시끄러움을 좋아하지 않아 한가하고 고요한 것만을 생각하였다.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는 것은 육도(六道)의 윤회에서 벗어났음을 말한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것은 이 우주에서 인간보다 더 존엄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직 세속적인 눈을 가진 나는 어머니와 자식이 7일 만에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