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은 자비의 씨앗을 죽인다

 

 

 

 

겨울철 축제로 강원도 어느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산천어축제가 있다. 말만 축제이지 살생의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산천어축제가 해마다 성공을 거두니까 바다가 있는 남도의 어느 지자체에서는 전어축제를 벌이려고 한단다. 살육이 축제가 된다니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산천어축제를 중지해달라는 동물보호 단체 대표의 호소가 절절하다.
“산천어 얼음낚시는 3마리로 숫자가 제한돼 있어요. 그럼 3마리까지 잡는 동안, 처음 잡은 두 마리는 얼음 위에서 아가미를 뻐끔거리면서 질식사하는 거예요. 산천어 맨손잡기를 어떻게 하냐면, 산천어 500~700마리를 풀장에 쫙 풀어요. 그 안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데, 잘 안 잡히니까 산천어 아가미에다가 손을 쑤셔 넣어서 피가 터져요. 죽음에 이르기까지 굉장한 고통에 이르게 하는 거죠.”
 소나 염소뿐만 아니라 어류도 죽임을 당할 때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그래도 그 지자체에서는 산천어축제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산천어축제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므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단다. 올해도 예년처럼 얼음낚시와 맨손잡기 등 주요 프로그램을 그대로 진행하겠단다.
축제를 집행하는 그 지자체장의 항변이 가관이다.
“식용으로 양식한 산천어를 이용해 이벤트성 축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학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위법성도 없다. 왜 유독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는지 쉽게 납득이 안 된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니 우주적으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축제 참가자들 중에는 불교 신자도 제법 있을 터이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빌릴 것도 없이 보살계 제1계에 부처님의 이런 가르침이 있지 아니한가.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 살아 있는 것을 스스로 죽이거나, 남을 시켜 죽이거나, 수단을 써서 죽이거나, 칭찬하여 죽게 하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해서는 안 된다. 불자는 항상 자비스런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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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목숨을 해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생깁니다.
파리나 모기를 잡을 때도 무심코 잡지만 살기가 동합니다.
산목숨을 해치면 우리 심성 가운데 본래 갖춰진 자비의씨앗,
사랑의 씨앗이 소멸되어 버립니다.

 

살아있는 생명존중 없이는 인간은 더욱 잔인해질 것입니다.
야생동물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밀렵꾼들 때문에
우리의 네 발 달린 형제들, 두 발 달린 형제자매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와서 인간생활 자체가
위협받는 결과가 올 것입니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채식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기자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왜 당신은 채식만 합니까?”
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왜 짐승의 시체를 내가 먹어야 합니까?”
소나 짐승에게도 친척과 가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을 때 제 명대로 살지 못한 것에 대한 원한을 품게 됩니다.
고기를 먹는 사람은 그 원한까지도 같이 먹는 것입니다.
잔치나 생일날 고기를 잔뜩 사다가 삶고 볶고 굽곤 합니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날, 왜 다른 생명을 죽인 것을 먹어야 합니까?
간접살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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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돌아보면 갈수록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도덕도 윤리도 없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앞서야 합니다.
그것이 첫째가는 가치가 되지 않으면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생명의 존귀함을 안다면 누구나 절실히 살아야 합니다.
우주에 가득 차 있는 진리의 실체를 보려면 가장 하잘것없는
미물일지라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런 도리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 

 

 

우리 집 식탁에는 한때 고기가 올라올 수 없었다. 나는 소나 돼지 같은 네 발 달린 짐승고기를 먹지 못했고, 아내는 닭이나 오리 같은 두 발 달린 짐승고기를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 집 식탁은 채소 위주로 바뀌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채식주의자가 됐다. 종교적인 계율을 지키고자 육식을 금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 번은 강원도 낙산사에 갔을 때였다. 낙산사 밑의 숙소에 머무르면서 낮에는 절에 가서 참배하고 오후 늦게는 낙산해수욕장 모래밭을 거닐기도 했다. 하루는 어떤 분이 우리 부부를 장성들이 즐겨 찾는다는 근사한 고기 집으로 초대하여 할 수 없이 소고기 몇 점을 먹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온 뒤부터 몸에 이상이 생겼다. 온몸이 가렵고 두드러기가 났다. 가려울 때마다 찬물로 샤워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고문당하듯 밤을 새워버렸다. 이후 나는 고기라 하면 질색을 하며 멀리했다.
이런 변화를 법정스님께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 흡족해 하셨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살 때는 고기를 먹어도 안 그랬는데, 산중에서 채식만 하다 보니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채식만 십수 년째 하다가 낭패를 크게 당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사시는 클래식뮤직 매니지먼트 회사인 IMK 권숙녀 회장의 초대를 받아 그 도시에서 15일 동안 머문 적이 있었다. 모든 식사가 고기 위주여서 나는 먹을 것이 없었다. 간혹 국수 메뉴가 있었지만 너무 짜서 입에 대기가 곤혹스러웠다. 그러니 나는 단식하듯 15일을 버틸 수밖에 없었다. 국내로 돌아온 나는 결국 쓰러져버렸다. 아내가 119에 전화해서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 링거를 맞은 뒤에야 일어났다. 
내년 2월쯤 또 오스트리아에 사시는 권 회장님의 초대를 받은 나는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조심스럽게 고기 먹는 훈련을 하고 있다. 윤리적으로 비난 받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쓸데없이  습관적으로 먹고 싶어 하는 식탐을 경계하면서. 아내가 빈필 하모니오케스트라 연주를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