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들이 덕수궁 옆 미 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방위비 분담금 인상 규탄‘ 농성을 벌인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 연설에서 “우리가 50억 달러를 주고 방어하는 부자 나라가 있다. 그 나라는 5억 달러만 낸다. 국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전화 한 통으로 올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나라는 대한민국이었다. 이제 미국은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방위비 전액을 한국에게 지불하게 할 생각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우리는 3만 2000명의 군인들을 한국 땅에 주둔시키고 있으며 82년 동안 그들을 도왔다”면서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한국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낼 것(pay a lot more money)”이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현재 미국에는 4가지 국제정치세력이 있다고 한다. 우선 현실주의적 세력이다. 과거 미-중수교를 인정했던 키신저 국무장관과 같은 공화당 주요 그룹이다. 두 번째로 자유주의적 세력으로 독재국가 북한의 존재를 부정하는 민주당 주요 그룹이다. 세 번째는 네오콘과 같은 극우주의세력으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일체의 양보도 반대하며 북한을 악마화하는 볼턴과 같은 그룹이다. 네 번째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최상으로 추구하는 그룹이다.

 

이들이 미국 국제정치를 좌우하는데, 이란과 터키, 쿠르드 등의 중동문제에 대해 각각의 태도를 나타낸다. 현실주의적 세력은 미국과 터키와의 전통적인 동맹을 강조하며 시라아의 쿠르드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는데 동의한다. 이는 터키의 쿠르드 독립세력 학살을 방조한다. 이에 비해 자유주의적 세력은 이라크 전쟁이후 대대적으로 발호한 IS세력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 쿠르드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터키가 러시아 무기를 구입하게 만들고, 미국 F-35를 구입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의 갈등에 네오콘은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따라 미군 철수 자체를 반대하고. 이들은 모든 분쟁지역에 전쟁상인처럼 미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국가들이 약체화되는 전략에 동의했고,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순으로 약체화를 추진하였으며, 이제 전쟁으로 이란을 약체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한다. 이라크전쟁에 대해서 지나치게 국방비를 낭비한 ‘실패한 외교’라고 평가하며, ‘세계의 경찰’ 미군의 이익 없는 투입을 거부하고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였다. 그래서 유조선과 드론, 유조시설 공격설 등 일촉즉발까지 갔던 이란과의 전쟁도 반대한 것이다. 대신에 동맹의 각국에 대해 무기판매와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전쟁을 수행하며 커다란 이익을 추구하는 군산복합체의 입장에 어긋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에게 공격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정적 민주당 바이든 전부통령의 아들 조사라는 정치적 이유를 들어 군사원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 국면을 다시 겪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관철한 ‘성공한 외교’의 사례로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하지만, 북한에게 양보하면 안 된다며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관료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만약 미국 조야가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간다면, 중동에서 터키와 동맹과 이란의 안전은 보장되지만, 쿠르드의 미래를 암울해진다. 한반도에서는 북한과의 협상 진전으로 평화국면이 본격화될 것이다. 또한 트럼프대통령의 의지와 반대로 간다면 중동에서 쿠르드의 안전은 보장되지만, 이란과의 전쟁은 추진될 것이며 터키와의 동맹은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의 협상은 결렬되고 한반도의 평화는 난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미국의 정치세력들은 타국보다 그들의 각자 이익을 중시한다. 그들의 쟁투 속에서 세계의 고통은 지속된다.
 

 

 

우리의 이익의 관점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국면을 열고자 한다면, 트럼프에게 50억 달러의 방위비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가? 비록 오늘 우리의 처지가 비참한 쿠르드족이 아니지마는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언제까지 미국이라는 패권국가의 관점에서 지구가 운영되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이익이 쿠르드족에게 불행인가?

 

솔직히 이런 고민이 서글프고 지겹다. ‘지겹다’의 사전적 의미는 “진저리가 날 정도로 몹시 지루하고 싫다”이며, ‘진저리’의 사전적 의미는 “몹시 싫증이 나거나 무시무시하여, 몸을 으쓱 떠는 일”이라고 한다. 2018년 평창 평화올림픽이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 5차례의 북중정상회담, 6차례의 한미정상회담 등 유례없는 한반도 관련 정상회담에도 금강산관광은 재개조차 되지 않고 있다.

 

대북제재는 월드컵경기 중계료 송금까지 막아서 지난 10월 15일 무관중·무중계로 카타르 월드컵 평양 남북예선전을 치르게 하였다. 다음날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행을 보면서 작년 9월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장면과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행이 슬프게 떠올랐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건설이 지연되고 금강산관광조차 재개되지 않자, “남측과 합의”라는 전제 하에 “남측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진전되던 한반도평화시대가 다시 경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운명은 미국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금강산관광 재개를 미루어온 것 만큼 충분히 강대국들의 생각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함이 지나치게 과도하면 스스로 국익을 훼손하는 오류를 낳는다. 심지어 한반도에서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금강산관광을 반대하면서 역사의 역행을 꾀하는 것에 빌미를 제공해줄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한반도의 비핵화가 진정으로 중요하다면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무조건 금강산관광을 시급히 재개하여 한반도 화해국면을 지속적으로 보장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