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검당 뒤 계단을 오르면 경기도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귀부〉와 안양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부도〉가 있습니다.
귀부는 몸통은 거북 모양이지만 머리의 생김은 용 형상인 “비희”라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용의 장남으로 태어났음에도 용이 되기를 마다하고 무거운 것을 들거나 짊어지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예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등판에 비석을 올려 오래오래 보존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안양사 귀부는 장대석 위에 올려놓은 지대석과 한 뭉치로 조각되었는데, 길이가 3m, 비석을 올려놓는 비좌까지의 높이가 1m나 되는 큰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머리를 정면에서 보면 토끼 눈 같이 동그란 두 눈 사이에서 시작된 뿔이 뒤로 가면서 두 갈래로 갈라졌고, 뿔 옆에는 소의 귀처럼 작은 귀가 붙었고, 앞 목은 머리를 움츠리고 빼는 거북이의 특징을 나타내려는 듯 주름을 잡았습니다. 옆에서 보면 “용수철”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거세게 수염이 말려있고, 입 꼬리에서 시작된 갈기는 넓게 펼쳐졌고, 뒤편 목덜미는 작은 비늘로 덮였습니다.

 

 

 

등판은 육각형의 무늬를 두 줄로 도드라지게 파내었고, 등딱지는 무거운 비석을 지고 버텨낼 수 있음을 나타내려는 듯 충분히 두텁습니다. 발은 육중한 몸을 받칠 정도로 튼실하게 굵고, 발톱은 돌도 파낼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들어갔습니다.
등판 중앙 비석을 놓는 긴 육면체 비좌의 옆면에는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양을, 윗면 테두리에는 연꽃잎이 뒤집힌 모양(복련)을 새겼습니다.
전체적으로 비석을 천년만년 지켜내려는 비희의 육중한 힘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석공의 솜씨와 정성이 하나같았음이라 생각합니다.

 

아쉬운 것은 귀부 크기로 볼 때 상당히 큰 비석이 올라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고, 비석에 훌륭하신 고승대덕을 추모하는 내용이 새겼을 것임에도 유실되어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귀부의 위치가 대웅전 정면이고, 대웅전이 세워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비희가 바라보는 방향(비석의 정면)이 산줄기가 내려오는 방향과 다른 점을 보면 원래 위치가 다른 곳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먼저 있던 곳 인근에서 비석을 찾아서 고승의 덕을 기릴 수 있고, 힘센 비희가 오래오래 굳건히 짊어지고 있기를 기원합니다.

 

 

귀부 옆에는 안양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부도가 묵직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부도의 재질은 비희를 깎아낸 돌과 같은 동네에서 나온 화강암으로 보이고, 양각으로 쪼아낸 깊이도 깊고 또 힘찬 것이 비희를 깎아낸 석수가 조각하였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부도는 공경 받는 고승이 입적한 후 스님을 받들던 제자들이 스님의 덕망을 추모하고, 좋은 가르침을 이어가려는 마음을 담은 것입니다.

 

 

 

부도는 상륜부 ․ 탑신부 ․ 기단부의 세 부분으로 크게 나뉘는데, 안양사 부도는 세 부분을 갖추었으나 각 부분마다 누락된 것이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상륜부에는 옥개석 위 복발에 깊게 동그랗게 홈이 파여 있으나, 정작 그 홈에 세워놓을 보련이며 보주가 없습니다. 
탑신부는 탑의 중심 몸체인 탑신석 없이, 탑신석을 덮은 옥개석만 남았습니다.
기단부는 탑신을 받쳐주는 상대석 ․ 중대석 ․ 하대석으로 구성되는데, 앙련을 나타낸 상대석과 복련을 나타낸 하대석만 있을 뿐 중대석이 사라졌습니다.
방금 전 말씀드렸지만 부도는 입적한 고승에 대한 공경심을 나타낸 것이기에 맨 땅에 세우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창건 당시에 당연히 지대석을 놓았을 터인데 지금은 지대석 없이 세워져있습니다.

 

귀부에서 생겼던 아쉬움이 부도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세워진 작은 절의 입구와 뒤편에 수많은 부도가 세워져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할 당시에 창건된 안양사가 조선 초까지 무려 500년간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온 사찰임을 생각하면, 귀부와 부도를 세워 공경할 스님이 한 두 분이었겠습니까?
따라서 안양사 인근을 정밀하게 탐사하면 많은 스님들의 부도를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는가를 감히 추측해 봅니다.

 

 

경전과 예불문에 부처님께 부촉을 받은 지혜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 제대아라한”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석가모니부처님 생존 당시에 생존했던 분들은 전생에 선업을 많이 쌓으셨던 분들입니다. 부처님을 뵙고, 직접 법문을 듣고 깨침을 얻었으니 그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십육성은 16아라한으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당신이 입적한 후 ‘교단을 지킬 것’을 부촉 받은 실존하셨던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삼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수행력과 지혜를 갖추고 있어,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까지 중생들의 복전(福田)으로 활동하시게 됩니다. 아라한은 존경과 공양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의 응공 또는 응진이라 부르며, 나한전은 이분들을 모시기 위한 전각입니다.
 
나한전 측면과 후면 벽에는 열여섯 나한의 독특한 행동에 따른 자유스러운 자세와 표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렸는데, 이는 중생의 곁에서 격의 없이 지내고 있으심을 나타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한님은 삼계를 넘나드는 능력으로 임진왜란 때 출현하시어 중생들이 겪는 죽음의 공포를 덜어주셨을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출현하시어 불법을 지켜내셨을 수 있으며, 말법시대인 지금에도 어느 곳에 출현하시어 부처님의 지혜를 전파하고 돌아와 전각에서 쉬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안양사는 이러한 나한님의 신통력과 지혜를 주련으로 걸어서 중생들이 숭배하고 찬탄하게 하였습니다.

 

진묵겁전조성불 위도중생현세간 외외덕상월륜만 어삼계중작도사
(塵墨劫前早成佛 爲度衆生現世間 巍巍德相月輪滿 於三界中作導師)

 

먼지가 쌓여 먹이 될 정도로 오랜 옛적에 성불하셨으면서도
중생 제도를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시니 높고도 높은 덕을 지니신 부처님 같이 원만하시어
중생에게 바른 길을 가르치는 스승님이 되셨네. 

 

 

나한전 뒤에는 남쪽을 향해 미륵불상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미륵불은 근기가 낮고, 불법과 인연이 없는 중생들까지 남김없이 구제해 주실 미래의 부처님입니다. 지금은 도솔천에서 설법하고 계시지만 성불을 이루면 중생들이 살아가는 이곳 남섬부주에 하생하실 예정인데, 그때가 되면 이 세계는 풍족함이 가득해져서 탐냄과 싸움이 없는 용화세계로 변하게 됩니다.

 

 

 

수미산 남쪽에 있는 남섬부주로 오시기 때문에 남쪽을 향해 서계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체가 크신 특징을 나타내려 한 듯 큰 키에,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시무외인의 수인으로 조성하였습니다.

 

신라가 1000년이나 지속된 국가였지만 멸망하기 전 150년간은 왕권 다툼을 일삼는 귀족의 반란과 새로 세워진 나라들 간의 전쟁으로 국토는 황폐해졌고, 중생들은 미륵부처님에 의지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왕건이 안양사를 창건할 당시도 미륵신앙이 성했을 것이어서 미륵불상을 건립하였을 터인데, 근처 어디엔가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