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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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범부(罪惡凡夫)와 정토신앙(淨土信仰)

정토 교리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의 하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정토’인데 글자 그대로 그것은 부정한 것이 사라진 청정한 부처님의 국토를 가리키고 있다. 즐거움이 충만한 땅이라고 해서 극락세계리고도 불리운다.

 정토계 경전에는 미타의 서방정토 외에도 여러 가지 정토가 설해지고 있다. 미륵보살의 도솔천정토, 약사여래의 유리광정토 등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수승한 것은 미타의 서방정토라고 부처님은 찬단하고 계신다. 무량수경이나 관무량수경 등에 설해진 미타정토의 장엄상은 다른 정토에 비할 수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땅이나 수목들이 모두 황금이나 칠보로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보살 성문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미타정토의 이러한 장엄상을 용수는 열 가지 모습으로 정리하고, 무착은 십팔원정(十八圓淨)으로, 세친은 삼엄(三嚴) 이십구종(二十九種)으로 정리하였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수도하는 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곳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모든 것이 여의치 못한 우리들의 현실세계를 정토교에서는 ‘예토(穢土)’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예토에 비할 때 미타정토는 실로 꿈만 같은 곳이다. 부처님과 같은 일체지(一切智)를 얻고 싶어 하지만, 그런 것을 구하기에는 너무나도 우리들의 생활이 각박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도 생활은 항상 쪼들리기만 한다. 그러나 서방 극락세계를 보라. 그곳은 모든 것이 황금이나 칠보로 되어 있지 않는가. 따라서 그런 나라에 가기만 하면 경제적인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 외에도 우리들의 예토에는 수도에 장애가 되는 요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위험이 닥쳐와 생명을 보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갖은 유혹과 번뇌가 우리들의 마음을 괴롭힌다. 그러나 극락세계를 보라. 아미타불은 ‘무량한 수명과 광명을 가진 부처님’이란 뜻이다. 그러한 부처님의 땅에 태어나는 사람들 또한 무량한 수명과 광명의 공덕 속에 있게 될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타정토는 그곳에 가기만 하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고, 누구나 쉽게 불퇴전지에 이르러 보처보살(補處菩薩)이 될 수가 있는 곳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