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님들은 중창불사를 하거나 건물을 개보수할 때마다 글을 남겨 시주자들의 정성을 후세에 전했다. 그 글들은 후일 사지(寺志)로 묶여졌고 이를 근거로 후대인들은 불교의 역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최근에 와서는 그런 전통들이 사라지고, 무수한 절들이 세워지고 중창되어도 절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등한시 되었다. 예전보다 훨씬더 많은 시주금이 들어오고 인쇄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절의 역사에 대한 인식은 희박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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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불교진흥원이 야심차게 기획한 한국의 명찰 시리즈는 우리 불교문화와 역사, 정신을 담고 있는 주요 사찰들의 현황을 담기 위해 마련된 현대판 사지 시리즈이다.

최완수 교수의 명찰순례, 사찰문화연구원의 전통사찰총서, 빛깔있는 책들의 사찰 단행본 등 몇몇 종류의 사찰안내 도서들이 발간되기는 했지만, 개별 사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사지 시리즈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발간된 적이 없다. 있을 법한 책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하다.

한국의 명찰 시리즈 1권 전등사, 2권 화엄사에 이어 세 번째 책인 월정사도 최근에 발간됐다.

책의 내용에는 사찰 창건설화로부터 중건의 역사, 배출 고승, 성보문화재, 산내암자와 더불어 사찰의 현재를 알 수 있는 문화행사와 정기법회, 부설기관,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사찰에 전하는 사료와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고증,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일반인들은 물론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뭣고’ 코너. 전등사 대웅보전 처마 밑에 달려있는 나부상, 화엄사 마고할미와 반야도사의 전설, 지리산 산수유, 한국의 5대 적멸보궁 등 사찰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단편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시리즈의 기획에는 사찰문화연구원에서 20여년간 한국의 사찰을 발간해온 신대현 연구원을 비롯한 활불교문화단이 참여하고 있다. 대한불교진흥원 측은 앞으로 10년간 총50권의 사지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