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제 개요

 

<말과 불교>
 
 불가에서는 ‘言下에 大悟한다’는 가풍이 있다. 또한 승단을 유지하는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는 六和에도 언어생활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四攝法에도 愛語가 대승보살의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처님은 팔정도에서 正語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말이란 때로는 사랑과 우정, 때로는 긴장감과 깨달음과 맞닿아 있다.
 
 부처님의 설법을 대기설법(對機說法),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 한다. 또한 부처님을 ‘비유의 왕’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맞춤형 설법을 하셨다. 중생의 시비를 해소하고 고뇌를 해결해주고자 가장 적절한 방편의 설법을 하셨다. 이는 전도선언에도 잘 나타나 있다.
 
 불교와 언어생활이 이렇게 깨달음, 해탈, 치유, 교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한 편에는 언어에 대한 불신과 배타가 자리하고 있다. 不立文字와 言語道斷의 취지를 잘 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폐해가 수행과 전법,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교감에 장애가 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좌선과 삼매만이 깨달음의 길이라고 확신하는 불자들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말과 불교’의 중요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먼저 말과 수행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한다. 다음으로 말과 전법, 마지막으로 말과 일상생활의 상호연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말이 곧 수행이다.
 
1. 말이 성숙과 해탈의 주요 수행인 이유? 말은 단순히 정보 교환과 의사 전달의 도구가 아니다. 말은 사유, 감정, 행위와 다르지 않으며(言思不二), 말은 곧 사유, 감정, 행위라고 할 수 있다(言卽是思)
2. 말은 ‘쉼’과 ‘깸’에 기여한다. 말은 해체와 발견으로 가는 나룻배이다. 논리에 의한 해탈.
3. 선종의 탁월한 언어 방편 : 문) “해탈이 무엇입니까” 답) “누가 너를 묶어 놓았더냐” 문) “정토가 어디에 있습니까” 답) “누가 너를 더럽혔더냐”
4. 팔정도의 正語가 중요한 이유?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 거짓말을 하면 즉시에 거짓말하는 사람이 된다. 허세의 언사를 드러내면 즉시에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된다(오차와 시차가 없는 연기법). 거짓과 허세의 언사에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결핍 등의 사고와 감정이 존재하고 있으며, 언어는 그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표현~저장~재생의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첫째 시발점이 바로 언어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1. 말이 살면 마음이 산다.
2. 무엇을 주제로 대화해야 하는가? 성스러운 침묵과 유익한 말은 무엇인가?
3. 내가 하는 말을 즉시에 내가 들어보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4. 말은 맥락이 있어야 교감과 공감을 일으킨다.
5. 실점이 되는 말과 득점이 되는 말이 있다.
6. 표정과 태도도 말이다.
7. 일상의 언어/불교의 언어... 갇힌 언어/넘어 서는 언어
8, 사실의 판단과 가치의 판단으로 말해야 논리적인 말이 된다.
9. 사유와 성찰이 늘 작동해야 공감을 주는 대화가 된다.
10. 침묵, 경청도 대화가 된다. 삶으로 말하는 사람이 최고로 말 잘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