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보현사에 있던 서산대사가 전국 절간에 왜놈들을 반대하여 떨쳐나설 것을 호소하자 이에 호응하여 나선 사명당은 중의병대장이 되어 관군과 함께 적들을 물리쳤다. 그는 왜적들을 추적하여 영남지방에 가서 진을 치고 있었다. 그가 지휘하는 중의병대는 관군과 또 다른 의병부대들과 협동하여 적과 싸우기도 하고 산성을 쌓고 군량을 모아 운반하는 일도 맡아하였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적들과의 화의문제도 제기되고 적들 내부의 모순을 이용하여 적군와해공작을 하는 것도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적군의 동향을 정찰함으로써 우리 측의 전략전술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활동에 적임자로 지목된 사명당은 여러 차례 우리 군영의 사절로서 왜군과의 교섭을 위하여 적진에 파견되었다.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적장 가또 기요마사(가등청정)놈은 전쟁마당에서 패배를 화의를 위한 담판장에서 만회해보려고 갖은 책동을 다하였다.

 

하루는 위협으로써 사명당을 굴복시켜보려고 그가 오는 길에 몇 리에 걸쳐 숱한 침략군 놈들을 줄지어 세워놓고 창검의 숲을 이루게 하였다.

 

 

 

그러나 사명당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태연자약하게 적장이 있는 장막 안에 들어가 조용히 담화하였다. 욕심 사나운 기등청정 놈은 조선의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하고도 모자라 더 좋은 보물을 훔쳐갈 궁리를 하면서 묻는 것이었다.
 “귀국에는 어떤 보물이 있소?”

 

이 말을 들은 사명당은 격분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던 끝에
“우리나라에는 다른 보배라고는 없소. 아직 큰 보물 한 개가 있으니 그대의 머리가 바로 그것이요.”
“그것은 또 무슨 뜻이요?”
“나라에서 그대의 머리를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기로 하였는데 금으로는 1,000근이요, 벼슬로는 만 명 인구를 가진 고을의 원 벼슬을 주겠다고 하였으니, 그게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가등청정 놈은 이 말을 듣자 간담이 서늘하고 가슴이 떨렸으나 억지로 참고 크게 소리 내여 웃는 척 하였다.

 

그 뒤 사명당이 일본에 간적이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저들끼리 수군거리며
 “저 승려가 보배머리 이야기를 한 사람이요.”
라고 말하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