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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최강희

불교의 윤리적 교설

1. 선업과 악업

   2) 십업설

업 보의 인과가 삼세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면 세계의 모든 현상은 그로써 정연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의지를 가진 존재(sattva)는 무엇이나(인간에 한정하지 않음) 중생이라 부르는데. 그런 중생은 업을 일으켜 자신의 선악 업에 따라 생사에 윤회하면서 고락의 과보를 받고 있다. 우주 또한 그런 모든 중생의 업(共業)력에 의해 생성소멸의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신이나 운명과 같은 것을 개입시킬 필요는 없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오로지 자신의 업보일 따름이다. 따라서 ‘삼세인과’에 대한 깨달음이야말로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을 가져올 인간행동의 가장 신뢰할 만한 도리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이 없는 중생들은 어둠에 싸여 끊임없이 방황을 하고 있다. 이런 미혹을 마음의 어둠(癡暗)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어둠으로 말미암아 부질없는 욕심(欲貪)과 성냄을 일으킨다. 어둠과 욕심과 성냄의 셋은 외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의지 속의 내행동이므로 의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업에 바탕을 둔 외행동은 크게 신체적인 것(身業)과 언어적인 것(口業)으로 나눌 수 있고, 전자의 두드러진 것으로는 살생. 도둑질 간음의 셋을 후자의 두드러진 것으로는 거짓말 두말 꾸밈말 욕지거리의 넷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상 열 가지를 십악업이라 한다. 선업은 바로 이러한 십악업의 부정 이외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십악업에 부정 접두사을 얹어 십선업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악업에는 괴로운 보가 따르고 선업에는 즐거운 보가 따른다. 현세에서 받지 못하면 내세에라도 반드시 받을 것이다. 따라서 불교는 그런 내세의 과보를 업에 따라 수생(受生)할 천신 인간 아귀 축생 지옥의 오도로 표현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막연했던 천신의 존재는 사실은 선업의 과보신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겐 스스로 선업을 행하는 것보다도 더 훌륭한 삶의 가치는 없다. 불교의 업설이 뜻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선악의 판단과 실천을 인간의 자율성에 두는 이러한 입장은 선의 근원을 하늘에 두는 다른 종교의 윤리사상과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익진 저   불교의 체계적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