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 테라와다 불교, 특히 마하시 사야도의 닙바나 해설과 도과 성취의 안내
3. 수행의 도정

   가. 이러한 방법으로...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의 “일어남-사라짐-앉음-닿음”에 닿고 있는 부분이 사라져 알아차릴 수 없게 됨은 하반신에 두었던, 접촉점이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하여 놀랍게도 상반신을 의식하려해도 상반신도 의식되지 않는 상태, 이를 우리는 흔히 “몸 사라짐”이라 명합니다. 여기까지만의 체험도 얼마나 홀가분하고 경이로운 일인가요? 번뇌 망상, 그건 이미 사라져 버렸고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지워진 상태...

 

이어 찾아드는 두 번째의 경이로움은 ‘배의 일어남-사라짐’마저 미세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인지할 수 없을 때 잠시 배의 볼록거림을 알다가 그것마저 사라지며, 따라서 미세한 호흡마저 멈추어 버립니다. 이 또한 흔히 “호흡 사라짐”이라 명합니다. 오로지 번뇌 망상과 괴로움의 지멸을 시작으로 고요가 찾아듭니다. 이와 같은 몸 사라짐과 호흡 사라짐은 “일어나고 사라짐이 멈출 때, 영원한 멈춤만이 완전한 즐거움이고 행복”이라는 닙바나의 또 다른 정의와 같이 이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닙바나의 실현”이라 하기엔 도무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와 같은 무호흡의 상태가 한 시간 남짓 지속되는 것을 헤아릴 수 없이 체험했습니다. 이 상태를 인터뷰 시 보고했더니 사야도께선 “수행자가 호흡이 멈추어 무호흡일 때는 생물학적으로 명근이 끝난 것이다. 무호흡이 아니라 고요 속에서 극히 미세한 호흡이 지속되나 수행자가 감지할 수 없었던 것일 뿐”이라고 자상하게 체험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해 주십니다. 수행자 중에는 이 무호흡의 상태를 대여섯 시간 체험하였다는 분도 계셨으나, 아쉽게도 자세한 점차는 설명 듣지 못했습니다.

 

 

금강경의 게송을 차입해 봅니다. 이 글의 목적이 테라와다 불교 수행법의 수승함을 알리고 더불어 부족한 한국 불교의 수행법을 보완해 보자는 뜻에서-대승불교와 테라와다 불교의 접합점, 다리 역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과감하게 인용해 봅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는 법을 사야도께선 교설과 체험에 의거 머무는 바 없이 더 나아가는 새로운 기법들을 제시해 주십니다. 몸(접촉점)도 의식하지 못하고 호흡마저도 의식할 수 없는 몸 사라짐과 호흡 사라짐의 시작에서는 괴로움이 지멸된 고요의 시작이 생깁니다. 인터뷰 없이 혼자 수행하게 되면 그 고요에 푹 빠져버리고,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 그것은 흔한 말로, “멍 때림”의 상태가 되고 맙니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은 그렇게 머무는 것을 절대 허용치 않으며 경책을 줍니다. 바로 응무소주 이생기심의 사구게처럼 머무는 바 없이 그걸 알아차리라는 것입니다. 그 경지를 즐겨버리고 있으면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이르십니다. 또 한 차례 “머무는 바 없이 알아차림”하는 이생기심하라는 것이지요. 기심(其心)은 sati하는 마음을 계발하여 sati를 지속하라는 경책입니다.

 

2~3일 동안 “앎, 앎, 앎”에 들어가기 전에 명상시간 내내 1시간여 동안 온 얼굴에 황금색 광명이 꽉 찹니다. 경이로움에 눈을 살며시 반개해도 광명이 지속됩니다. 1주일간 보고 없이 지내다가 인터뷰 시간에 보고했더니 “그래서 수행자는 그것을 즐겼느냐?”고 꿰뚫어 보듯이 물으십니다. “그랬습니다”라는 저의 답변에 “그걸 즐기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는 꾸중 실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통찰수행의 광휘로움과 통찰지의 광명”임을 명칭 붙여 알아차리라 하셨습니다. 근년에 아비담마 상가하칠론 중 “담마상가니(법집론)”의 주석서에서 보았던 통찰지의 광휘와 광명에 대한 찬탄의 게송들이 반조되며 그 같은 안내를 해주심에 얼마나 큰 법열이 일어나는지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붓다의 교설은 수행중심이요, 그 수행의 결과를 경으로 남겨주셨고, 수행자는 그 결과인 경의 내용을 또 다시 증명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Sati해 가는가? 아무것도 의식할 수 없는, 알아차림의 대상이 없어진 상태에서, 지멸의 고요 속에 때로 미세한 느낌만을 감지하는 의식이 그걸 알고 있는 “앎”을 보라고 지도하십니다. “머무는 바 없이 이생기심(而生其心)”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지극한 고요 속에 머무르지 말라는 위빠사나의 본질대로 새로운 마음을 내어 그 상태를 sati하며 알고 있음을 알아차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조심할 것은 “유사 앎”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지도받은 수행자가 조급성 때문에 그걸 억지로 만들어 고요도 약하고, 몸과 호흡의 사라짐도 없을 때, 앎에만 탐착하여 마치 “상상임신”처럼 앎을 보는 것을 “유사 앎”이라 하여 지적하고 시정해 주십니다. 그와 비슷한 병증이 있으니 닙바나의 체험에도 “유사 닙바나”가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수행자가 욕심, 탐심을 가지고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행의 도정에서 무엇을 얻고자함은 탐심입니다. 탐진치 3독과 거기 오염된 번뇌망상과 괴로움의 원인인 집(集, 갈애)을 얼마만큼 버렸느냐가 수행의 목적이자 목표여야 합니다.

 

이와 같은 앎의 지속이 잠깐 동안 진행되면, 배에서 미세한 호흡의 진동의 시작되고, 아주 서서히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감지할 정도의 호흡이 시작되다가 다시 미세해진 후 사라지기를 2-3회 반복하다가 드디어 오랜 동안의 “앎, 앎, 앎”이 지속됩니다. 몇 년 전부터 여기까지는 수 없이 반복되며 더 나아가는 기심(其心)을 몰라 그게 끝인 줄 알고 그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2년 전 인터뷰 시에 “앎이 끝이냐?”는 저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십니다. “도과의 성취까지 끝은 없다” 모든 것은 과정이며 머무는 바 없는 마음으로 나아갈 길을 시원하고 자상하게 제시해 주실 때의 법열은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앎을 인식하고 있는 의식을 보고 또 보아라”
“그걸 인식하는 의식마저 사라질 때 수행자는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이걸 지도 받지 못한 채 지금까지의 수행 중 “앎, 앎, 앎”까지만 체험하고 지도했던 나의 일천함에 부끄럽기 한량없었습니다. 앎을 인식하는 의식을 보라. 의식마저 사라질 때까지 보라. 이 얼마나 놀라운 가르침인가요?

 

이전 저의 수행기 I에서 Anapana-Sati로 선정의 체험을 하고, 대승권의 법사와의 면담을 기록한 것이 있습니다. 제 선체험의 참문에 첫 대답이 “그걸 보고 있는 의식을 깨부수라”는 말, 아무런 과정의 설명이 없이 그 분의 수행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선문답식의 답변에 많이도 헤매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0년이 훨씬 넘어서야 거기까지 이르는 점차와 더불어 당시와 대동소이한 사야도의 답변에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의문이 없습니다. 의심이 걷혀진 상태입니다. “의식을 깨부수라!” 처음의 문답에선 그야말로 의문투성이였으나, 테라와다 불교 수행을 익히며 많은 햇수가 지난 오늘, 마하시에서 다른 차원의 그 법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수행의 도정에서 정설의 교설, 교설에 의한 올바른 수행법, 이 두 가지를 갖춘 선지식과 도반을 만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크나큰 축복이고 바라밀 공덕임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삿된, 그리고 말에 속아 헤맸던 한 시절을 한탄스레 생각하였으나, 그 과정을 거쳤기에 정과 사를 뚜렷하게 판단하는 눈이 생겨났음은 사실입니다.

 

이곳에서의 과정을 다시 한 번 반추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과정은 철저하게 붓다의 가르침에 기반한 마하시 사야도의 “배의 일어남-사라짐” “왼발, 오른발”부터 기초 단계를 탄탄하게 다지며, 과정마다 업그레이드된 테크닉으로, 드디어는 명상 중 지멸의 고요 속에서 오직 고요함만을 알고 있는 “앎”과 그 앎을 보기까지 상당한 수행 기간을 익혀 왔기에 “아! 그렇구나”하는 수긍이 예전과는 달리 깊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곳 미얀마에서도 위와 비슷한 테제로 소위 “마음으로 마음보기”라는 수행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보는 자를 또 보아라” “Sati를 sati하라”는 둥의 수행을 4념처 수행의 “심념처 수행”이라 이름 붙여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곳 심념처 행자들과의 담마토크에서 그 논리가 너무 엉성하고 빈약하여, 그런 점을 커버하고자 휘황한 논리와 관념으로 치장된 비약을 보았습니다. 어떠하든 이는 붓다의 4념처 중 Citta-心-에만 치우쳐 있는 편협성이 보입니다. 마치 그곳에서 수행하다 오신 비쿠와의 담마토크에서 마하시의 이 같은 기법을 듣고 익히자, 대뜸 이것은 “마음으로 마음보기와 같다”라는 평을 하십니다. 결국 모든 것의 받아들임은 수행자 각자의 성향에 따릅니다. 제 지론들도 마하시 기법으로 익힌 점차와 더불어 제 업의 성향대로임도 설명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각 방법들이 외도성이 없는가 하는 문제는 모두가 꼭 돌이켜 보고 붓다의 교설로 판단해볼 일입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수행에서 잠깐 배운 티벳 불교 수행법의 하나로 이마 정수리에 “제3의 눈”을 만들어 양 눈으로 보는 그놈을 또 보는 법 또한 전승되어온 과정에서 중간 지도자들의 창안에 의해 그 기법이 정법을 훼손한 일이 없는가도 한 번쯤 그 변질성과 과정을 숙고해볼만 합니다.

 

붓다의 교법을 자기의 성향과 편의의 잣대를 들어, 또 다른 기법으로 변형시킴을 흔히 “방편”으로 치부함이 옳은가? 옥상옥으로 옥탑 위에 또 집을 짓는 위험한 일들이 후학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더 나아가 불교의 전승에 도움이 되는가도 살펴야할 일입니다. 정등각자(正等覺者)의 교설에 무얼 보태고 덜할 것인가? 그 분이 시킨 대로만 따라 하기도 벅찬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