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스님이 조계사 설정 총무원장 스님의 퇴진을 위해 조계사 대웅전을 찾아 고불식을 진행하고 단식선언을 시작한 지 28(7월 17일 기준)일이 지나고 있다.

 

단식 1일차에 “쓰러져도 의사에게 데려가지 말라”라는 당부 이후 단식 18일째에는 “단식을 하다 운명하거든, 잿가루 담은 봉지는 종단이 정상화될 때까지 이 투쟁장에 남겨주시오”라는 말로 죽음의 각오를 전했다.

 

설조 스님이 단식 28일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촛불법회의 참석자들이 늘어나고 종단에 동조하던 단체들에서도 ‘전체의 뜻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여성경제신문> 그리고 MBC PD수첩 등 주류 언론들의 취재,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의 잇단 방문으로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MBC PD수첩의 ‘큰스님께 묻습니다’ 방영 이후 불교계의 재야 · 시민 단체에서 제기해오던 의문점들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고, 투쟁의 기폭제가 됐다.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측과 종단 측의 쟁점들을 설조 스님의 주장과 MBC PD수첩의 내용을 정리하여 싣는다.

 

설조 스님은 7월 7일(단식 18일차)에 ‘국민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스님들이 #상습도박을 해왔고 #숨겨둔 아내와 자식이 있으며, #폭력이 난무하고 #성폭행을 해왔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 어찌 PD수첩의 방영으로 드러난 예가 #‘허물의 전부이다’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의혹은 설정 스님과 한 여승 김0정 사이에서 딸 전0경이 있다는 것이다. 전0경씨 출생 당시 김0정은 수행 중인 여승으로, 출산을 전후해 주소를 두었던 절의 주지가 설정 스님이었다.

 

전0경씨는 태어난 이후 설정 스님의 큰형의 자녀로 호적에 올랐고, 이후 친척 집을 전전하던 중 1999년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했으나 1년 뒤 김0정이 진정서를 취하했다.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중 다른 사람의 유도로 설정 스님을 곤란하게 만들어 참회한다’는 내용이었다. 'PD수첩' 측은 설정 스님이 A씨에게 돈을 송금한 통장계좌 내역 등을 공개하며 은처자 의혹을 제기했다.

 

△ 설정 스님은 4월 2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종단 현안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은처자 의혹에 대해 “내 유전자를 채취해 법원에 제출하겠다”라며 아울러 “친자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의 유전자도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법적인 방법이라면 모두 수용할 테니 현재 친자확인소송 상대방인 불교닷컴 등이 유전자 검사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제안하고, “명명백백 사실을 알려 종도들의 가진 잘못된 시각과 오해를 해소할 것”이라며 “나에게 둘러싼 의혹을 확실하게 해소할 자신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계종단은 6월 21일(목)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와 주식회사 문화방송 및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및 금융 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이하 ‘금융실명법’) 위반‘ 등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한 미국에 체류 중인 김0정 씨는 국내의 법무법인을 통해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전해들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방송에서 폭로한 데다, 사실과 전혀 다른 방송내용으로 인해 심대한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라는 요지로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숨겨둔 부인과 쌍둥이 아들 의혹
용주사 부주지 스님 성월 주지 스님의 은처자 문제를 인정하는 육성 공개

 

△ 용주사는 5월 30일 입장문을 통해 “주지 성월 스님에 대한 은처자 의혹은 사실이 아닌 일방의 주장”이라며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손해배상 사건에서 성월 스님은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법원에서 선정한 검사기관에 제출했다”면서 “성월 스님에 대한 계좌 확인, 증인 신문, 사실 조회를 통해 의혹이 사실무근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성월 스님은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하루 앞둔 7월 16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 2012년에는 백양사 앞 호텔에서 도박을 하던 승려들의 동영상이 공개되 큰 파문을 낳았고, 2014년 8월에는 자승 총무원장의 도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 스님을 조계종 호법부 승려들이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PD수첩은 2013년 포항 오어사 주지 장주 스님의 폭로 내용을 다시 방영했다. 장주 스님은 자승 전 총무원장, 불국사 성보박물관장 종상 스님 등 조계종 고위직 승려 16인의 상습 도박 의혹을 제기했다.

 

스님은 영남지역 승려들 도박장으로 은해사 인근 동화장, 전국 단위 도박장으로 서울 논현동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을 꼽았으며 해외 원정 도박 의혹도 제기했다.

 

△ 2013년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사장 자승)은 장주 스님을 무고 혐의로 민형사 고발했으며, 조계종 호계원은 장주 스님에 대해 승적을 박탈하고 ‘멸빈’ 선고를 내렸다.

 

이후 포항지청은 장주 스님 등 16명 승려의 도박사건 대해 전원 무혐의 처리를 내렸으며 해외 원정 도박에 나섰다는 종상 · 각원 스님에 대해서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은 있지만 도박에 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다고 처분했다.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장주 스님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법원은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이 사건 고소와 기사 등의 내용은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라고 판시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편 16인에 포함됐던 표충사 전 주지 재경 스님은 도박 빚을 충당하려고 표충사 땅 17필지 7만 8284평을 몰래 팔기도 했다. 시가 100억 원이 넘는 땅을 34억 3천만 원에 넘겼다. 재경 스님은 해외로 도피 했다가 결국 구속됐다.

 

 

▲PD수첩에서는 적광 스님 폭행사건을 다뤘다. 2013년 8월 21일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 청사 앞 우정공원 입구에서 적광 스님이 자승 총무원장과 관련된 거액 도박사건 의혹과 자승 원장이 지난 4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자기 사람을 심어왔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기자회견 장소에 서는 순간 여러 명의 조계종 호법부 스님들에게 사지가 들린 채 총무원 지하실로 끌려갔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1층 계단에 이르러 폭행이 시작됐고, 지하 2층 조사실에서 ‘환속 제적원’을 강요당하고 지장을 찍었다. 조사실을 나오며 찢어진 승복 값과 치료비로 200만 원을 받았다. 동국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1200만 원의 돈으로 회유하려 했으나 거절했다. 지금까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

 

△ 호법부는 연행 2시간 후 브리핑에서 “데려오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 조사가 끝나고 대접이라도 하자고 해서 (호법부 상임감찰과 적광 스님이) 같이 밥 먹으러 나갔다”라며 “본인이 ‘환속 제적원’을 제출해서 우리가 급하게 개량한복 좋은 것을 사다가 입혀서 내보냈다”라고 말하고 “때리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폭행을 하나”라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오마이 뉴스>가 보낸 적광 스님 사건에 대한 질의 공문의 답변에서 "종법에 규정된 3차례 등원 요구를 사유 없이 불응했고, 총무원 앞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려고 해서 임의로 동행하였다"고 하며, "1200만 원으로 회유하지도 않았고 자승 스님 지지성명을 써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폭행을 한 호법부 승려와 재가종무원 등 2명만 1천만 원의 벌금형이 처해졌다.

 

 

▲ 수인 스님(가명)과 명인 스님(가명) 비구니 자매가 90년대 초중반에 직지사의 주지스님인 법등스님에게 차례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일로이 일로 인해 여승 자매는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지금까지도 처방약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두 딸이 스님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아버지는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법등스님은 이를 부인하며 "그런 일이 없다. 선학원이 배후라는 것이 확실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PD수첩과의 통화에서도 “그분들이 아픈 분들이다. 나도 안다. 그 부분에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 드린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 또한 합천 해인사의 전 주지였던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수시로 유흥업소와 단란주점을 드나들고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현응스님 측은 “이 글자체는 100% 허위다. 그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 지금까지 저희들이 확인하고 있는 거나. 정황을 근거로 봤을 때 실체가 없는 가공의 인물이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응 스님은 PD수첩 방송 내용과 관련해 “만일 나에 대한 방송 내용이 사실이라면 승복을 벗겠다”라고 밝혔으며 “선학원 법진 스님이 자신의 성추행 물귀신 작전의 일환으로 (현응)스님을 마타도어하도록 사주해 이를 불교 사이트에 올렸다”라고 주장 한 바 있다.

 

 

 

▲ 설정 스님이 자필 이력서에 서울대라고 기재한 사실

 

△ 조계종 측은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 출신이다. 서울대를 다닌 적이 없다”라고 인정했다.

 

 

▲ 설정 스님의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조성한 한국고건축박물관 등 거액 부동산 실소유주가 설정 스님이라는 의혹

 

△ 사유재산 의혹에 대해서는 “형의 소유인 한국고건축박물관이 부채로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가등기만 한 것이다. 조만간 수덕사로 소유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불교의 갈등을 간추린 것은, ‘왜 저럴까?’라는 의문을 갖는 일반인들이 쌍방의 입장을 짧게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설조 스님 측은 자승 스님의 부패상을 설정 스님이 이어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며칠 전 서의현 전 총무원장 스님이 복권되는 일도 있었다. 불교신자가 수백만이 떨어져 나가고 불교의 위상이 날로 쇠약해지는 지금 쌓여 온 적폐의 상징인 설정 스님이 물러나고 불교를 정화하지 않으면 불교의 앞날은 요원하다는 입장이다.

 

종단 측은 PD수첩 등이 ‘이미 수년 전에 불교계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의혹으로 사법기관의 조사에 따라 불기소 처분되거나 소송 과정에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것’들을 문제 삼는 것은 종단을 해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조계종단은 6월 11일 진제 조계종 종정예하 교시에 따른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PD수첩’ 사태에 대응해 교단 자주권을 지키고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비상기구다. ‘자주 혁신위원회’는 종령에 따라 8월 30일까지 활동하며 필요할 경우 1차에 한해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은 “계율과 스님들의 일상사, 다툼이 생겼을 때 불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의혹만으로 총무원장 스님이 물러날 수는 없으며 사실이 분명해져야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의혹 규명 및 해소위원회에서 총무원장 스님의 친자 의혹 등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시간에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절차성과 시간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두 가지의 관점은 종단 개혁과 정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해법을 놓고는 의견이 극명히 엇갈려 사태는 점점 꼬이고 있다.

 

한 쪽에서는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다른 쪽에서는 ‘교권수호’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모습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안타까움과 깊은 한숨이다.

 

우리나라 불교의 1천 6백년이라는 장구한 역사가 흘러오면서 수많은 부침의 세월이 있었으나 그것은 오로지 시절과 사람들의 조류였을 뿐,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 뼘도 흔들린 적이 없다. 지금 조계종의 깊은 갈등을 보며, 서로의 시각을 헤아리는 보살의 마음으로 화합하여 하루속히 진흙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의 미소가 피어나 길 기대해 본다.